여적

‘50년 집권론’

2018.09.18 21:05 입력 2018.09.18 21:07 수정

장기집권이든, 연속집권이든 정권을 오래 갖고 싶어 하는 건 정당의 속성이겠다. 특히 집권당이 ‘잘 나갈 때’ 정권연장의 꿈은 구체성을 띠고 나타난다. ‘지리멸렬한 야당’은 그 꿈을 북돋는 자양이다.

박근혜 정권 초기 등등하던 집권당(새누리당)의 홍문종 사무총장은 “민주당 하는 꼴을 보니 저들에게 어떻게 나라를 맡기겠는가. 우리가 20년은 더 집권해야 한다”(2013년 10월)고 말했다. 대선 패배의 수렁에 빠져 있는 야당을 대놓고 ‘모욕’하며 장기집권론을 질렀다. 야당인 민주당은 격앙했다. “국민을 무지몽매하게 생각하는 데서 나오는 망상이며, 장기집권·유신독재의 부활 획책”이라고 반발했다. 당시 10년, 20년 집권을 운위하던 박근혜 정권의 처참한 몰락은 목도한 대로다. 새누리당은 이름까지 바꿔야 했다.

분명 환경은 다르지만, 이번에는 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이 장기집권론을 외치고 있다. ‘20년 집권’을 기치로 여당 대표에 오른 이해찬 대표가 깃발을 들었다. 여의도 최고의 전략통으로 꼽히는 이 대표가 장기집권론의 ‘역풍’을 모를 리 없을 터이다. 명분도 분명하다.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 10년으로 정책이 뿌리 내리지 못하고 불과 2, 3년 만에 뽑히는 걸 경험했다. 20년은 집권해야 정책이 뿌리 내려 정착이 된다.” 지지층에 보내는 메시지가 강렬하다. 이번에도 야당은 펄펄 뛴다. 자유한국당은 “국민에 대한 모욕이자, 영구집권의 길로 가고자 하는 야욕”이라고 비난한다. 여당발 장기집권론에 대한 야당의 반발 메뉴는 이리 닮았다.

20년도 모자랐는지 이번에는 ‘50년 집권론’이 나왔다. 이 대표는 민주당 창당 기념식에서 “앞으로 민주당이 대통령 열 분은 더 당선시켜야 한다”고 했다. 전략이야 따로 있겠지만, 이렇게 강도를 높여가며 장기집권을 강조·반복하는 것은, 유권자에 대한 무시로 비칠 수 있다. 정권의 연속집권은 국정의 결과에 대한 유권자의 심판을 통해 가름되는 것이지, 구호와 플랜으로 이뤄질 게 아니다. 20년 집권을 말하기에 앞서 5년 더 재집권을 위해서라도 경제와 민생, 개혁 등에서 실력을 보이고 성취를 내는 게 먼저다. “골프하고 정치(선거)는 고개를 드는 순간 망한다”(박지원 의원)고 했다. 권력에 자만이 스며들 때가 가장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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