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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앤장, 사건과 무관한 공정위 접촉 2년간 398회

2019.10.17 06:00 입력 2019.10.17 06:01 수정

로펌, ‘안부인사’ 많아 횟수도 급증…롯데·SK 등도 잦은 만남

이태규 의원 “유착 방지 위해 접촉기록 정확성·투명성 높여야”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지난 2년간 ‘안부인사’ 등 사건과 무관한 목적으로 공정거래위원회 직원들과 400회 가까이 접촉한 것으로 확인됐다. 롯데와 SK 등 재계 상위 대기업집단도 100회 안팎으로 사건과 관련 없이 공정위 직원들과 만나거나 연락했다. 공정위와 로펌·대기업 간의 유착 방지를 위해 내부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바른미래당 이태규 의원이 공정위에서 받은 ‘외부인 접촉보고 자료’를 경향신문과 함께 분석한 결과 지난해부터 올해 9월 말까지 대형 로펌과 대기업 측이 사건 처리와 관련 없는 목적으로 공정위 직원을 접촉한 횟수는 김앤장이 398회로 가장 많았다. 공정위 소관 법령을 질의하거나 강연 등 외부활동에서 만난 경우, 안부인사차 연락하거나 만난 경우 등이 이에 해당한다.

대형 로펌은 김앤장 다음으로 율촌(167회), 태평양(156회), 광장(141회), 세종(73회) 등이 많았다. 대기업은 롯데(141회)가 최다이고 SK(95회), 삼성(89회), LG(63회), 신세계(59회) 등이 뒤를 이었다. 롯데·신세계는 사건 관련 접촉을 포함한 전체 접촉 횟수의 절반 이상이 사건 무관 접촉이다.

사건 무관 접촉 중 ‘안부인사’만 보면 김앤장(177회)이 압도적으로 많다. 태평양(62회), 광장(52회), 율촌(48회), 바른(37회) 등 대형 로펌과 삼성(33회), SK(28회) 등 대기업도 공정위 직원들과 안부인사차 접촉한 경우가 많았다.

‘경제 검찰’로 불리는 공정위와 대기업·로펌 간의 유착 우려는 꾸준히 제기돼왔다. 지난해 전직 공정위원장·부위원장 등이 대기업에 공정위 퇴직자 재취업을 알선한 혐의로 기소되면서 논란이 증폭되기도 했다. 이후 공정위는 조직쇄신 일환으로 직원들이 외부인 접촉 시 보고하도록 한 규정을 강화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칫 부적절한 성격을 띨 수 있는 사건 무관 접촉의 전체 횟수는 지난해(793회)보다 올해(1348회) 크게 늘었다. 공정위 관계자는 “직원들 사이에 외부인과의 공적·사적인 만남을 신고해야 한다는 생각이 정착된 결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부적절한 외부인 접촉 우려가 해소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5월 감사원 감사 결과 지난해 52명의 공정위 직원이 외부인 접촉 보고를 누락한 것으로 드러나 징계(경고)받았다. 직원들 사이에는 외부인 접촉 보고 제도가 시장 상황 파악을 위한 외부와의 소통을 어렵게 한다는 불만도 여전하다.

이태규 의원은 “준사법기능을 수행하는 공정위 직원들의 외부접촉 사유를 보면 신뢰를 의심할 만한 내용이 상당하다”며 “접촉기록의 정확성·투명성 확보를 통해 조직에 대한 도덕적 권위와 신뢰를 높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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