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첫 코피노 대책 나온다…‘친자 판결’ 외국계 혼외자, 비자 취득요건 완화

2019.10.19 06:00 입력 2019.10.22 12:20 수정

법무부 ‘코피노 대책’ 첫발…실무 검토 거친 뒤 이르면 연내 시행

<b>아빠의 나라에 갈 수 있을까</b> ‘코피노’ 진민(4)과 어머니 제닐린(39)이 지난 8월7일 마닐라 북부 빈민촌 나보타스의 자택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이들은 현재 친부를 상대로 한국 법원에서 인지 소송을 진행 중이다.  리듬오브호프 제공

아빠의 나라에 갈 수 있을까 ‘코피노’ 진민(4)과 어머니 제닐린(39)이 지난 8월7일 마닐라 북부 빈민촌 나보타스의 자택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이들은 현재 친부를 상대로 한국 법원에서 인지 소송을 진행 중이다. 리듬오브호프 제공

전과 등 특별한 사유 없으면 발급
현재 경제력·초청인 입증 거쳐야
국적취득 신청에 필수 ‘친부 서류’
친부 협조 없이 재외공관서 발급

법무부가 인지(친자확인) 판결을 받은 코피노(한국인 아버지와 필리핀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 등 외국계 혼외자가 한국에 쉽게 입국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지침 마련에 나섰다. 정부가 코피노 문제 대책을 세우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코피노 등 외국계 혼외자 문제 해결을 위한 첫발을 내디뎠다는 평가가 나온다.

법무부는 18일 "법원 판결로 인지된 외국계 혼외자와 그 양육자가 국적 취득 등 행정절차 수행을 위해 한국 입국을 희망하면 비자 발급이 용이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관련 지침을 마련해 시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국 국적 취득 때 요구되는 친부의 가족관계증명서 등 친부 관련 서류를 친부 협조 없이 재외공관을 통해 발급하는 내용의 지침도 마련할 계획"이라고 했다.

인지 판결을 받은 외국계 혼외자에게는 심사에서 전과 등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비자를 취득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골자다. 필리핀 같은 ‘개발도상국’ 국민은 인지 판결을 받더라도 비자 발급부터 어려움을 겪었다. 한국 법원이 인지 소송을 하는 코피노 측에 출석을 요구해도 비자가 발급되지 않아 재판에 참석하지 못한 일도 있다. 비자를 받으려면 경제력, 초청인 등을 입증하는 등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법무부 대책은 경제력 입증 같은 절차를 없애겠다는 취지다.

코피노들은 한국 국적 취득 신청 때 필수인 친부의 가족관계증명서 등 친부 관련 서류를 제출하기도 힘들다. 대다수 코피노 친부는 코피노의 인지·국적 취득에 비협조적이다. 코피노 친부가 자신의 가족관계증명서 등 서류를 코피노 측에 제공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많은 코피노들이 소송에 이기고도 친부 관련 서류를 당국에 제출하지 못해 한국 국적 취득을 못했다. 코피노단체 드림컴트루재단이 2014년부터 최근까지 약 5년간 집계한 코피노 인지 소송 승소 건수 58건 중 한국 국적 취득을 한 경우는 4건이다. 경향신문은 ‘잊혀진 코피노들’ 기획(9월12·19일자, 10월7일자 보도)을 실으며 이 문제를 보도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기존에도 재외공관을 통해 (친부 관련) 서류 발급이 가능했지만 지침이 없어 혼선이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며 "지침을 보완한 뒤 이르면 올해 안에 (공관에) 전달할 것"이라고 했다.

정진남 드림컴트루재단 대표는 "그동안 재외공관에 명확한 지침이 없는 탓에 서류 미비와 친부의 비협조 등을 이유로 인지 판결을 받고도 국적 취득을 하지 못한 사례가 많았다"며 "지침이 전달되면 한국 국적을 얻고 싶은 코피노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