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교학사 역사 교과서 위키백과 표절 의혹

2013.09.06 06:00 입력 2013.09.06 08:24 수정

‘김성수 광복직전 동향’ 서술 흡사… 틀린 사실도 그대로

우편향·왜곡 논란을 빚고 있는 교학사 고교 한국사 교과서에 표절 의혹까지 제기됐다. 대표적인 친일인사를 항일인사로 미화시켰다는 비판이 제기된 ‘김성수의 광복직전 동향’(292쪽) 부분이 한국어 위키백과의 김성수 서술과 흡사한 것으로 지목됐다.

김성수의 사진과 함께 총 13줄(10문장)로 기술된 교과서 내용은 위키백과 서술과 문장 순서, 단어 몇 개 정도만 바뀐 채 적혀 있다.

위키백과에는 “1940년 8월10일 일제가 동아일보를 강제폐간시키자, 김성수는 고향으로 돌아가 1945년 8·15 광복 때까지 칩거, 은거하였다. 1941년 태평양전쟁 이후 일제로부터 창씨개명을 강요당하였으나 거절하였다. 또한 일제가 주는 작위 역시 거절하였다”는 부분이 나온다. 이 부분이 교학사 교과서에는 “1940년 8월 일제가 동아일보를 강제 폐간시키자, 사주인 김성수는 고향으로 돌아가 광복 때까지 은거하였다. 일제로부터 창씨개명을 강요당하였으나 거절하였고, 일제가 주는 작위도 거절하였다”고 실렸다. 10문장가량이 흡사한 것은 표절 의심을 충분히 살 만하다는 것이 교과서 집필 경험이 있는 여러 학자들의 중론이다.

표절 논란이 특히 부각되는 부분은 위키백과에서 잘못 쓴 사진설명 글을 교학사 교과서에서 똑같이 썼다는 점이다. 위키백과는 ‘문약의 고질을 버리고 상무기풍 조장하라’라는 글이 실린 매일신보 사진 아래에 “1943년 8월5일자 매일신보 사설란에 인촌 김성수 명의로 게재된 글. 그러나 이는 매일신보 기자 김병규가 벌인 명의도용 등과 관련해 진위여부를 놓고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사진설명을 실었다. 교학사 교과서에선 “1943년 총독부 기관지라고 할 수 있는 매일신보 사설란에 김성수 명의로 징병에 찬성하는 ‘문약의 고질을 버리고 상무기풍 조장하라’는 글이 실렸다. 물론 이 글은 매일신보의 김병규 기자가 명의를 도용하여 쓴 것이라고 하는데 오늘날까지 논란이 되고 있다”고 썼다.

김성수의 친일행적과 변호론에 대한 논문을 썼던 장신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원은 “김병규 대필설의 근거는 유진오 회고록인데, 정작 회고록에는 ‘문약의 고질…’이 아니라 ‘대의에 죽을 때 황민됨의 책무는 크다’라는 글로 명의도용 이유를 대고 있다. 또한 두 글 다 사설이 아닌 기고문이다. 결국 잘못된 내용을 최소한의 확인도 없이 그대로 베꼈다는 게 드러난 셈”이라고 지적했다.

장 연구원은 유진오의 회고록 자체도 날짜가 맞지 않는 등 진실성이 의심된다는 논문을 써 학계에서는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상태다.

무료 온라인 백과사전인 위키백과 홈페이지에는 내용의 확실성을 보증하지 않으며 내용상 오류에 대해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는다는 주의사항이 나와 있다. 교학사 교과서의 해당 단원 공동 저자인 이명희 공주대 교수는 김성수 자료의 출처를 묻는 질문에 “자료를 알아본 후 연락을 주겠다”고 했다가, 40분 후 통화에서 “금방 대답할 수 있는 성격이 아니다. 이 단원을 누가 썼는지도 나중에 말씀드리겠다”고 대답했다. 일본에서는 몇 년 전 후소샤 교과서가 다른 출판사 책의 연표를 그대로 써 물의를 빚었으나 국내 교과서의 표절 사례는 아직 없었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