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살에 휩쓸리면서도 학생 20여명 살린 ‘영웅’

2014.04.16 21:55 입력 2014.04.16 23:19 수정
진도 | 김여란 기자

탑승객 김홍경씨 “혼자 나올 수 없었다”… 마지막 탈출

16일 여객선 침몰 현장에는 탑승객 20여명을 구하고 마지막으로 탈출한 승객이 있었다. 건축배관 설계사인 김홍경씨(58)가 그 주인공이다.

김씨는 “다 아이들인데 안타까워서, 배가 갑자기 기울고 애들 소리가 들리는데 혼자 나올 수가 없었다”고 밝혔다.

물살에 휩쓸리면서도 학생 20여명 살린 ‘영웅’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 제 주변에 있던 열몇명 학생들 얼굴을 봤지만 더 이상 구해주지 못했다”며 “선체가 90도로 급격히 꺾이니 저 혼자 버티는 것도 안될 것 같았다”고 말했다.

김씨는 배가 기울어지던 30분 동안 같은 객실에 있던 사람들과 함께 커튼과 소방호스를 묶어서 학생 20여명을 난간으로 올려줬다. 학생들은 해경 헬리콥터로 구조됐다. 김씨 자신은 마지막까지 물에 휩쓸리면서 물속에 있던 학생 한 명을 더 구하고 어선에 구조됐다.

배가 기울어지기 시작할 당시 김씨는 2층 객실 안에 있었다. 김씨는 “배가 15도 정도 기울어졌는데 파도 때문인 줄 알고 곧 원상복귀될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1분 만에 배에 물이 찼고, 45도에서 90도로 기울어지는데 2~3분밖에 안 걸렸다”고 말했다. 상황이 심각하다고 여긴 김씨는 같은 객실에 있던 이들과 함께 방 커튼을 뜯고 소방호스를 이어 구명줄을 만들었다. 방 안에 있던 구명조끼 20여개를 복도로 던졌다. 구명줄을 1층으로 내려보내자 학생 20여명이 줄을 붙잡고 6~7m 높은 위층으로 올라왔다.

김씨는 “안내방송은 계속 침착하게 대기하라면서 구명조끼를 입으라고 했지만, 조끼가 어디에 있는지는 안내하지 않아 학생들 대다수가 구명조끼를 못 챙겨 입었다”고 말했다.

이번 승선은 김씨가 새 회사에 가는 첫 출근길이었다. 김씨는 서울에 살다가 제주도의 회사에 취업해 아예 제주도에 살러 가던 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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