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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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객선침몰 사고

“친구야, 여기는 오지마, 위험해”

2014.04.18 16:23

“친구야 여기는 오지마, 위험해.”

초등학교 동창들과 환갑기념으로 제주도여행에 나섰다 여객선 침몰로 숨진 백평권씨(60)가 마지막으로 동창 이중재씨(60)에게 남긴 말이다. 백씨는 지난 16일 인천 용유초교 동창 16명과 환갑 기념으로 제주도 여행을 가던 중 변을 당했다.

사고 당시 백씨는 급격하게 기울어진 여객선 3층에서 동창 이씨와 함께 탈출구를 찾고 있었다. 이씨는 배가 계속 기울어 몸을 가눌 수 없는 상황이 돼 탈출구도 없어 백씨 쪽으로 다가서려 했다. 그 순간 백씨가 “오지 마, 여긴 탈출구가 없어. 위험해”라고 소리쳤다. 이씨가 멈칫 거리는 순간, 갑자기 물이 차올랐으며 부력으로 몸이 튕겨져 나와 겨우 구조됐다”고 급박한 상황을 전했다. 간신히 구조된 이씨는 “이렇게 살아있는 것조차 친구(백씨)와 (실종된) 동창들에게 미안하다면서 고개를 떨구었다.

숨진 백씨는 건강이 좋지 않아 평소 나들이를 꺼렸지만 절친한 동창들과의 여행이기에 기꺼이 집을 나섰다. 18일 백씨의 부인 이화순씨(52)는 “남편은 지난 3월 인하대병원에서 심근경색 진단과 수술을 받고 건강을 되찾았다”며 “사고 당일인 16일 오전 8시 50분쯤 아들로부터‘아버지와 전화통화했다’는 소식이 남편의 마지막이었다”며 눈물을 흘렸다.

백씨는 인천 중구 용유동에서 25년간 식당을 운영하며 어려운 이웃을 돕거나 기부를 해온 것으로 전해져 안타까움을 더해주고 있다. 백씨의 시신은 이날 오전 10시 40분쯤 인천 중구 인하대병원에 안치됐다. 백씨를 포함해 세월호에서 변을 당한 인천 용유초교 동창생 17명 가운데 7명은 구조됐으며 나머지 9명은 실종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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