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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서 잡힌 ‘유병언 장남’ 도피서 검거까지

유대균, 출국시도 실패 뒤 경기경찰청 4㎞ 떨어진 곳에서 은신

2014.07.25 21:49 입력 2014.07.26 00:17 수정

좁은 오피스텔서 4월22일부터 ‘호위무사’ 박씨와 은신

3개월간 두문불출… 아버지 사망도 검거된 뒤에 들어

“부모 죽었는데 자식 심경 어떻겠나… 밀항 시도 안했다”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장남 유대균씨(44)가 25일 오후 7시 경기 용인시 수지에 있는 오피스텔에서 붙잡혔다.

대균씨는 지난 4월22일부터 숨어 있던 이 오피스텔에서 한 차례도 밖으로 나오지 않았으며 “밀항 시도를 한 적이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밀항 시도에 대비해 항만과 포구에서 대대적인 단속을 벌였던 검경은 ‘헛심’만 쓴 셈이다.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장남 유대균씨가 은신하다가 붙잡힌 경기 용인시 오피스텔 입구에 25일 경찰의 폴리스라인이 설치돼 있다. | 연합뉴스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장남 유대균씨가 은신하다가 붙잡힌 경기 용인시 오피스텔 입구에 25일 경찰의 폴리스라인이 설치돼 있다. | 연합뉴스

또 대균씨가 3개월간 숨어 있던 오피스텔의 위치는 경기경찰청과 불과 4㎞ 정도, 관할 경찰서인 용인서부서와는 6㎞ 떨어진 곳이다.

또 대균씨는 검거될 때까지 유 전 회장의 사망 사실을 알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압송된 대균씨는 취재진의 질문에 “부모가 죽었는데 자식 심경이 어떻겠나”라고 말했다.

체포 당시 대균씨는 19.14㎡(5.8평) 크기의 방 하나짜리 오피스텔에 유 전 회장의 ‘여성 호위무사’로 불리는 태권도 사범 박수경씨(34)와 함께 있었다.

검거팀이 들이닥치자 대균씨 일행은 1시간 동안 문을 열지 않고 버텼다. 경찰은 유 전 회장 부자의 도피를 돕던 하모씨를 은신처로 데리고 가 문을 열게 했다.

하지만 문을 열어주지 않으며 버티자 경찰은 열쇠업자를 불렀다. 또 열지 않으면 고가 사다리와 소방차를 동원해 강제 진입하겠다고 하자 문을 열었고, 별다른 저항 없이 체포에 응했다.

오피스텔 안 냉장고에는 장기 은신에 대비한 듯 음식이 가득했고, 종이가방에 들어 있는 5만원권 현금 1500만원가량과 3600유로도 함께 발견됐다. 대균씨는 이 오피스텔에서 4월22일부터 박씨와 함께 은신해왔다.

검경은 하씨의 인척들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은신처를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용인에서 압송된 대균씨는 이날 저녁 인천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 들어서며 아버지 소식을 들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조금 전에 알았다”면서 “부모가 죽었는데 기분이 어떻겠습니까”라며 울컥하는 모습을 보였다.

도주 중간에 가족들과 연락했느냐는 질문에는 “연락하지 않았다”고 밝혔으며, 밀항 시도 역시 부인했다. 반면 함께 압송된 박씨는 굳은 표정으로 입을 다문채 취재진의 질문에 응하지 않았다

대균씨는 지난 4월16일 세월호 참사가 난 사흘 뒤인 4월19일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을 시도했다가 검경이 출국금지 조치를 내리자 금수원으로 되돌아가 도피 계획을 세우고, 검찰이 4월20일 특별수사팀을 구성해 본격적으로 수사에 착수하자 도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5월12일 대균씨가 소환에 불응하자 곧바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검거에 나섰으며 서울 염곡동의 대균씨 자택도 압수수색했다.

하지만 두 달이 넘도록 행방조차 몰랐다. 검경은 대균씨가 대구와 경북, 울산 등에 출현했다는 제보를 받아 뒤를 쫓기도 했다. 검경은 유 전 회장과 대균씨가 밀항을 시도한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항만 등의 단속에 나서기도 했으나 대균씨는 취재진의 질문에 “밀항을 시도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대균씨와 이날 함께 붙잡힌 박수경씨는 구원파에서 ‘신엄마’라 불리는 신명희씨(64·구속기소)의 딸로 태권도 유단자이다. 박씨는 대균씨와 동행하면서 밥과 음식 등을 수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용인 지역은 구원파 신도들이 많이 살고 있었고, 유 전 회장 측근과 조력자들도 용인 등 경기 동부에서 많이 검거된 바 있어 인천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그동안 안양과 용인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대균씨를 추적해왔다.

검찰은 지난 24일 대균씨의 도피 경로를 추적 중이며, 조만간 꼬리를 잡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특히 검찰은 이날 대균씨가 잡히면 부친인 유 전 회장의 장례식에 참석할 수 있도록 정상참작을 해주겠다며 이달 말까지 자수하라고 권유하기도 했다.

<인천 | 박준철·박홍두 기자 terry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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