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의 죽음, 풀리지 않은 의문들

2014.07.26 15:09

·국과수 ‘유씨 시신 맞지만 사인불명’ 최종 결론… “평소 건강하던 사람” 갑작스러운 죽음에 타살설 등 제기 돼

“아무래도 나무 막대기에 천 가방을 매고 다니면 부랑자 풍이고… 게다가 소주 두 병에다가 막걸리병이 발견되고 해서.” 6월 12일 변사사건을 총괄 지휘했던 순천서 형사과장의 말이다. “백골화가 80% 이상 진행되었고 육안으로 보기엔 유병언이라고 할 수 없었다.” 그래서 단순 변사자로 결론을 내렸다는 것이다.

‘백골화가 80% 이상 진행’ 발언은 7월 25일 국과수의 발표에서 부인되었다. 이한영 중앙법의학센터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두부(머리)와 목만 백골화하고 나머지는 조직과 피부가 유지된 상태”라며 “폐와 간 조직 일부가 남아 있었지만 대부분 구더기에 의해 소실된 상태라 검사가 불가능했다”고 밝혔다.

서중석 국립과학수사연구원장이 7월 25일 서울 양천구 신월동 국과수 서울연구소에서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추정 시신에 대한 정밀부검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국과수는 이날 “독극물 분석과 질식사, 지병, 외력에 의한 사망 여부 등을 분석했으나 시신 부패가 심해 사망 원인을 판명하지 못했다”고 밝혔다./김영민 기자

서중석 국립과학수사연구원장이 7월 25일 서울 양천구 신월동 국과수 서울연구소에서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추정 시신에 대한 정밀부검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국과수는 이날 “독극물 분석과 질식사, 지병, 외력에 의한 사망 여부 등을 분석했으나 시신 부패가 심해 사망 원인을 판명하지 못했다”고 밝혔다./김영민 기자

노지서 부패 빨라 짧은 기간 백골화 가능

국과수의 최종 결론은 ‘유병언의 시신은 맞지만 사인불명’이다. 예측되었던 결론이다. 기자는 과거 국과수 수사와 관련해 여러 차례 취재한 경험이 있다. 사인과 관련한 국과수의 결론은 대체로 보수적이다. “~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와 같은 결론이 일반적이다.

국과수 발표 전, 변사자 현장사진이 인터넷과 SNS를 통해 유포되었다. 경찰은 이 사진이 유병언의 사진이 맞다고 확인했다. 사진에 따르면 얼굴 부분은 거의 백골화되었고, 내장이 위치한 배 부분과 오른손 부분은 구더기가 끓고 있었다. 일각에서는 두개골이 노출되도록 부패했다면, 사망시점으로 추정되는 5월 25일과 6월 12일 사이의 기간보다 더 오랫동안 방치되어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지만, 이런 주장은 법의학계에 널리 공유되고 있는 ‘상식’과 다르다.

기후조건과 온도, 습도 및 햇볕의 여부에 따라 천양지차로 다르지만, 매장이 되었을 때 비해 노지에 노출되었을 때 부패 속도는 급속히 빠르다. 백골화는 주로 파리에 의해 이뤄진다. 습도가 높은 부분에 산란을 한다. 주로 눈이나 코안, 입에서부터 부패가 시작된다. 구더기의 증식은 기하급수적으로 진행된다. 권일훈 권대구법의학연구소 소장은 “어젯밤에도 비슷한 사례를 검시했는데, 정황이나 주변인 진술로 고려할 때 불과 일주일밖에 안 되었는데 구더기가 전신에 증식되어 백골화가 진행된 상태였다”고 말했다.

그런데 고도부패 단계에 접어든 시신의 경우에도 정확하게 신원 파악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있다. 바로 치아의 상태다. 법의학에서는 아예 이 분야를 법치의학으로 세부 분과로 다루고 있다. 순천서의 검시보고서에서도 “금니가 10개 발견되었다”는 것이 언급되어 있다. 그런데 왜 유병언일 가능성을 생각하지 못했을까. 다시 순천서 형사과장의 말. “우리가 하달받은 것은 치아 하나가 파절되었다는 것뿐이었다.” 애초 내려받은 신체특징 정보에는 금니 10개는 없었다는 것이다. 국과수는 유병언의 치과기록을 통해 시신의 금니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

타살이라면 과연 누가 죽였을까

이해가 안 되는 것은 또 있다. 경찰은 하달한 신체특징 정보에 유병언의 왼쪽 둘째 손가락 첫 마디가 없다는 것을 밝혔었다. 변사자의 인적사항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우선되는 작업은 지문을 찾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유병언의 왼손 특성이 드러나지 않았을까. “현장에서 시신을 발견했을 때 부패가 많이 진행되어서 오른손에는 구더기가 끓고 있었고, 체액이 많이 나와 지문이 나오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왼손이 비교적 상태가 나은 편이라서 6월 18일과 24일, 두 번 지문 채취를 시도했다.” 왼손만 다섯 손가락을 전기톱으로 절단해서 지문 채취작업을 했는데 결과적으로 지문을 찾는 데 실패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두 번째 손가락은? “절단된 것이 아니라 부패가 돼서 뭉그러진 것으로 보았다”는 것이 형사과장의 답이다.

“솔직히 우리 쪽에서 유병언 회장이 자연사했을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변사자의 신원이 밝혀진 이튿날인 7월 23일, <주간경향>을 만난 구원파 핵심 관계자의 말이다. 구원파 측은 전날엔 시신의 주인공이 유병언이라는 것이 알려지자 평소 술을 마시지 않는 유 전 회장의 습관 등을 이야기하며 “발견된 시신은 유 회장이 아닐 것”이라고 주장했었다. 그러나 이튿날 <주간경향>이 만난 핵심 관계자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남겨진 유류품으로 보면 유 회장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꿈같은 사랑’ 출판기념회장에서 책을 담아 나눠줬던 에코백이다. 적어도 우리쪽 사람이 아니라면 소지할 수 없는 물건이다.” 국과수의 공식 결론은 ‘사인불명’이지만 ‘저체온증’으로 인한 사망 가능성이 유력한 가능성으로 추정되고 있다. 하지만 이 핵심 인사의 생각은 다르다. “유 전 회장은 무척 건강했다. 형사 한두 명쯤은 제압할 수 있는 체력을 지닌 사람이다. 당뇨 등 신체질환이 있었지만 약을 전혀 먹지 않고 유기농과 혈액순환을 통해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한 사람이다.”

그런데 순천경찰서가 밝힌 유류품 목록에는 빠진 물품이 하나 있다. 천 가방을 멨다는 나무지팡이다. 왜 이 지팡이는 목록에 없는 걸까. 형사과장은 “정식 제품이 아니고, 등산하다가 나뭇가지를 꺾어 임시로 만든 지팡이였던 모양”이라고 밝혔다. 그는 <주간경향>과 전화통화 직후에 직위해제되었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제기된다. 구원파 측에 따르면 유 전 회장은 다리를 절거나 지팡이에 의지할 사람이 아니었다. 그런데 왜 지팡이를 사용했을까. 구원파 관계자는 “급히 탈출하는 과정에서 다리를 삐었을 경우도 생각해볼 수는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5월 25일, 유 전 회장은 체류정보를 입수한 검찰의 급습 당시 순천 송지채 ‘숲속의 추억’ 별장의 비밀방에 숨어 있다가 검찰 수사관이 떠나자 밖으로 나와 달아난 뒤 1~2일 내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이날, 인근에 머무르던 운전기사 양회정씨(수배 중)는 차량을 타고 전주로 향한다. 그리고 한 장례식장 CCTV에 ‘절룩거리는 모습’을 노출한다. 양씨는 이날 전주의 지인에게 “유 회장을 홀로 숲속에 남겨두고 왔다. 같이 찾으러 가자”고 부탁하지만 거절당한다. 양씨는 숲속의 추억 통나무집의 설계자다. 각자 움직였다는 현재까지의 추정과 달리 그는 유 전 회장의 ‘마지막 모습’을 알고 있지 않을까.

앞의 구원파 관계자는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솔직히 우리가 생각하는 것은 타살이다. 타살당한 뒤 현장으로 옮겨졌을 수도 있다. 만약 발견된 시신이 유 전 회장이 맞다면 걱정되는 사람들은 유 전 회장과 같이 있던 사람들이다. 그들도 타살되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확인해봤지만 시신이 나왔다는 6월 12일 이후 그 사람들과 연락한 사람이 아무도 없다.”

만약 그렇다면 타살의 주체는 누굴까. 다시 말해 유 전 회장의 죽음으로 이득을 보는 사람들은 누굴까. 변사자의 신원이 확인되기 하루 전 검찰은 “유병언을 잡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밝혔다가 체면을 구겼다. 6월 24일에는 수사를 총괄하고 있던 최재경 인천지검장이 사퇴했다. 앞의 구원파 핵심 관계자는 이 문제에 대해 “검찰·경찰이 아닌 세월호 국면전환을 꾀하는 또 다른 정권 쪽 사람들”이라는 애매한 답만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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