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생존 학생들 첫 증언 “왜 친구들이 그렇게 희생돼야 했는지 근본 이유를 알고 싶다”

2014.07.28 22:09 입력 2014.07.28 22:20 수정

법정 분위기·증언 의미

세월호 사고 이후 생존 학생들이 처음으로 법정 증인대에 선 28일 수원지법 안산지원 401호 법정은 증언이 이어질 때마다 방청석에서 분노 섞인 한숨과 탄식이 흘러나왔다. 6명의 학생들은 선생님이나 친구와 함께 법정에 나왔고 증언할 때도 옆에 앉은 선생님과 친구의 손을 꼭 잡거나 가져온 토끼인형을 안고 있었다. 다시 떠올리기 싫은 악몽을 입에 담기가 그만큼 힘든 일이었음을 짐작하게 했다. 심리적 안정이 필요한 학생 1명은 법정 옆에 마련된 화상증언실에서 증언하기도 했다.

세월호 생존 학생들 첫 증언 “왜 친구들이 그렇게 희생돼야 했는지 근본 이유를 알고 싶다”

▲ “물 들어오는데도 가만있으라 방송” 방청석 한숨·탄식
“도움 받았나” 묻자“전혀 없었다” 단호

학생들은 차분하게 사고 당시 상황을 설명하며 일부 질문에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변하다가도 ‘탈출 과정에서 승무원이나 해경으로부터 도움을 받았나’라는 질문에는 단호하게 “그런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한 학생은 ‘왜 바로 탈출을 시도하지 않았나’라는 검사의 질문에 “저희는 아무 지식도 없었고, 나가라는 말도 없었고, 어떻게 하라는 걸 배운 것도 없는 상태에서 우왕좌왕할 때 방송이 나왔다. 선장이나 직원들이 더 지식이 많고 하니 믿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다른 학생은 “배에서 나올 때까지 대피하라, 어디로 탈출하라는 방송이 안 나왔고 못 들었다”고 증언했다.

한 학생은 “방에서 나온 다음 복도에서 친구들이 줄을 서 있었다. 서로 먼저 살겠다고 뛰쳐나간 게 아니라 차례로 줄을 서서 기다렸다. 제가 나갈 때 파도가 쳤는데 아이들이 물에 잠겼고, 파도가 너무 셌다. 그 파도 때문에 줄서 있던 친구들이 복도 안쪽으로 다시 밀려들어갔다”고 울먹이기도 했다.

한 학생은 “사고 당시가 떠올라 괴로운가”라는 검사의 마지막 질문에 목이 멘 듯 답을 못하고 고개만 끄덕였다. 재판장은 학생들을 배려해 “검사 질문에 고개를 끄덕였다고 기록해달라”고 서기에게 주문했다. 선생님과 함께 출석한 한 학생은 증인석에서 하얀 토끼인형을 꼭 끌어안고 증언하기도 했다.

학생들은 증언을 마칠 때에는 재판부를 향해 승객을 버리고 먼저 배에서 탈출한 승무원들을 엄벌에 처해달라고 했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수원지법 안산지원에서 28일 열린 공판에 안산 단원고 생존학생 6명이 증인으로 나섰다. 이 중 심리적 안정이 필요한 학생 1명은 화상증언실에서 증언했다. | 사진공동취재단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수원지법 안산지원에서 28일 열린 공판에 안산 단원고 생존학생 6명이 증인으로 나섰다. 이 중 심리적 안정이 필요한 학생 1명은 화상증언실에서 증언했다. | 사진공동취재단

이번 재판에는 안산 단원고 생존 학생 75명 중 23명이 증인으로 나섰다. 학생들은 오전 9시45분쯤 버스를 타고 법원에 도착했으며 경찰은 폴리스라인을 설치하고 일반인과 취재진의 접근을 엄격히 통제했다. 법정 주변에는 고려대 안산병원 의료진과 119구급대원이 대기했으며 법원은 학생들이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침대와 테이블이 놓인 휴게실을 마련했다.

검찰은 생존 학생들의 증언에 큰 의미를 두고 있다. 일반인 생존자들은 수사 단계에서 이미 피해자 진술이 확보돼 있지만, 학생들에 대해서는 심리적 상처를 감안해 조사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광주지검 관계자는 “생존 학생들의 증언을 통해 학생들이 피해를 많이 입게 된 이유와 학생들이 모여 있던 선실 상황 등에 대해 자세하고 구체적인 증언을 확보하게 됐다”며 “학생들의 증언으로 세월호 이준석 선장 등 선원 15명에 대한 잘못을 좀 더 명확히 밝혀서 엄하게 단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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