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방한 이틀째

교황 만난 세월호 유가족들 “122일 만에 처음 존중받은 느낌… 큰 힘을 얻었다”

2014.08.15 21:48 입력 2014.08.15 22:47 수정

“정부가 할 일 교황이 대신 해줘… 우리 현실 부끄러워”

“선물한 노란 리본, 미사 때 달고 나오셔서 깜짝 놀라”

‘십자가 순례’한 이호진씨 세례 요청도 이례적 수락

“제 종교는 가톨릭이 아니라 개신교입니다.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만났습니다. 교황이 우리들 한 명 한 명 눈을 맞추고 볼에 입을 맞췄습니다. 그게 힘이 됐습니다.”(김형기 세월호 참사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대책위원회 수석부위원장)

15일 대전에서 열린 성모승천대축일 미사에 앞서 교황을 만난 세월호 참사 가족들은 만남이 치유가 됐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가 해야 하고, 정치권이 해줘야 할 위로를 교황이 대신 줬다는 것이다. 이들은 교황이 미사에서 세월호 참사 메시지를 전한 사실에도 고무돼 있었다.

<b>간절한 손… 터지는 눈물</b> 프란치스코 교황이 15일 성모승천대축일 미사를 집전하기 위해 대전월드컵경기장에 들어가기 전에 손을 내미는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위 사진)에게 다가가 위로의 말을 건네고 있다(아래). 교황이 다가가 손을 잡자 유가족들은 눈물을 쏟아냈다. | 사진공동취재단

간절한 손… 터지는 눈물 프란치스코 교황이 15일 성모승천대축일 미사를 집전하기 위해 대전월드컵경기장에 들어가기 전에 손을 내미는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위 사진)에게 다가가 위로의 말을 건네고 있다(아래). 교황이 다가가 손을 잡자 유가족들은 눈물을 쏟아냈다. | 사진공동취재단

김형기 부위원장(51)은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교황이 미사에서 가족들이 선물한 노란 리본을 달고 나타나 깜짝 놀랐고, 세월호 참사를 미사에서 언급한 것도 무척 감사하다. 가족들이 모두 지친 상태에서 큰 위로를 받았다”고 밝혔다.

단원고 학생 고 박성호군 어머니 정혜숙씨(46)도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참사 122일 만에 처음으로 존중받은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정씨는 “유가족들을 한 명 한 명 손잡아주시고 안아주셨는데 정말 감동이었다”고 했다. 이어 “교황에게서 진실한 약속의 눈빛과 아픈 사람들과 공감하는 마음을 느꼈다”며 “국가가 나서서 해결해야 할 국민들의 문제를 지구 반대편에 있는 높은 분을 만나서 호소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교황이 단 노란 리본을 보고 정씨도 감동했다. 정씨는 “가족들이 노란 리본을 선물하니 교황이 바로 달고 나왔다. (이렇게 우리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바로 행동으로 보여준 것은) 여태껏 느끼지 못한 경험이라 오히려 부끄러웠다”며 “우리나라 대통령은 엎어지면 코 닿을 데서 자식 잃은 부모들이 울부짖고 있는데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십자가를 등에 지고 세월호 참사를 알리기 위해 900㎞의 국토순례를 한 고 김웅기군의 아버지 김학일씨(52)는 “‘300명의 영혼이 십자가와 함께 있다’고 교황께 말했다. 미사에서 억울한 영혼을 위해 말씀해주시면 좋겠다고 하니 ‘그렇게 하겠다’고 하셨다”며 고마워했다.

교황은 면담 후 김학일씨와 함께 십자가 순례를 한 고 이승현군 아버지 이호진씨(55·사진)의 청에 따라 세례를 결정했다. 이씨는 순례 경험담을 전한 뒤 교황이 직접 세례해줄 것을 요청했으나 교황은 즉답을 피했다. 교황청 대변인 롬바르디 신부는 “교황은 청을 처음 듣고 놀라 생각을 해보셨다. 영적으로 아픔을 공유하고 방한 기간 한국에서 새로운 가톨릭 신자가 탄생한다는 의미를 생각해 세례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세례는 16일 아침 주한 교황청대사관에서 개별적으로 진행된다.

김병권 가족대책위원장은 생존 학생들이 너무 떨려서 말을 못했다고 했다고 전했다. 교황이 가족들을 감동시킨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그것은 이야기를 들어주고, 노란 리본을 달고, 위로의 메시지를 건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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