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읽음
단독 

B형이 A → AB형 둔갑… 4단계 거치고도 몰라

2014.09.23 06:00

못 믿을 혈액관리본부… 일선 병원에 보냈다가 최종단계서 회수 ‘아슬’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가 혈액백의 혈액형 표기를 뒤바꿔 일선 병원에 보냈다가 마지막 단계에서 아슬아슬하게 회수한 사실이 확인됐다. 헌혈 직후부터 병원 출고 전까지 각 단계마다 실수가 겹쳐 총체적인 혈액관리 부실이 드러났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새누리당 김현숙 의원이 22일 대한적십자사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혈액관리본부 산하 경기혈액원은 지난 6월2일 ‘헌혈의 집’에서 혈액형이 적혀 있지 않은 혈액백 2개를 받고는 모두 ‘A형’이라고 적었다. 한국인 중 A형이 가장 많아, 업무 편의상 A형은 적어 보내지 않는다는 관행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두 혈액백에 든 혈액은 AB형과 B형이었다.

이후 혈액원이 혈액 무게 측정 등 검사과정에서 착오를 발견하고 AB형과 B형 라벨을 새로 만들었지만, 정작 담당 직원이 이를 뒤바꿔 붙여버렸다.

혈액백은 통상 앞면에 혈액형과 혈액번호 라벨을, 뒷면에 다시 혈액번호만 있는 라벨을 붙이는데 앞뒤 라벨의 혈액번호가 달랐지만, 확인없이 이들 혈액백은 냉동고에 보관됐다.

병원으로 출고 되기 직전에도 혈액번호가 다른 점을 확인하지 않았다가, 마지막 단계인 병원에 도착해서야 앞뒤 라벨의 혈액번호가 다른 것이 발견돼 회수됐다. 결과적으로 4차례에 걸쳐 실수와 태만이 겹치면서 B형 혈액이 A형으로 둔갑했다가 다시 AB형 라벨을 붙이고 유통되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혈액백에 든 혈액을 다른 혈액형 환자에게 수혈하면 사망에까지 이를 수도 있다.

혈액원 관계자는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원래 여러 단계에서 확인이 되는데 이번에는 직원 실수로 확인이 늦었다”며 “‘A형’도 채혈 직후부터 직접 쓰기로 하는 등 후속 대책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잘못 출고된 혈액을 수혈하면 국민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는데 담당자 징계도 없고, 두 명 이상 직원의 이중 확인 등 당연한 절차를 이제야 새롭게 시행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