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캐나다 방문 당시 세월호법 제정 교민시위 막기 위해 대형버스까지 동원”

2014.09.23 18:23 입력 2014.09.24 14:47 수정

정부가 박근혜 대통령의 캐나다 순방 일정에 맞춰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던 현지 교민과 유학생들을 박 대통령 ‘심기경호’를 위해 대형버스까지 동원해 막아섰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박 대통령의 경호원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집회 참가자들을 몸으로 막아서자 캐나다 경찰이 경호원들에게 “손떼라”며 제지하는 영상도 공개됐다.

22일(현지시간) 캐나다 오타와에 살고 있는 유학생 송미진씨(20)는 경향신문에 보내온 글에서 이 같이 밝히고 “폭력을 행사하는 것도 아닌, 목소리를 들어달라는 시민의 글귀를 가리려고 캐나다에 와서까지 이렇게 해야 하나 생각이 들었다”면서 “무엇이 무서워서, 무엇을 가리기 위해 10명도 되지 않는 동포들을 대형버스를 이용해 감추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송씨는 페이스북 그룹 ‘세월호를 기억하는 토론토 사람들’에도 이 글을 올렸다.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인 지난 6월 캐나다로 출국했다는 그는 20일부터 22일까지 박 대통령의 캐나다 방문 일정에 맞춰 현지 교민 등과 세월호법 제정을 촉구하는 시위에 함께했다. 송씨는 현장에서 본 장면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박 대통령 캐나다 방문 당시 세월호법 제정 교민시위 막기 위해 대형버스까지 동원”

송씨는 “21일 오후 총독관저 정문 맞은편에서 시위를 시작하자 한국정부 직원들이 탑승한 흰색 대형버스와 검은색 벤이 시위대 주변에 정차했다”면서 “캐나다 경찰에게 ‘저 차가 박 대통령이 지나갈 때 우리를 가릴 거 같다. 한국에서 자주 일어나는 상황’이라고 확인을 요청했지만 경찰은 ‘평화 시위를 하는 너희를 가릴 이유가 없다’며 따로 확인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10분 뒤 박 대통령이 탄 차량 진입과 동시에 버스와 벤이 움직이며 시위대를 가렸다고 그는 주장했다. 현지 경찰은 믿을 수 없다는 제스처와 함께 시위대에게 정중하게 사과했다.

22일 오전 수상관저 정문 앞에서도 똑같은 상황이 펼쳐졌다. 송씨는 “전날과 똑같은 흰색 버스가 등장해 경찰에 상황 설명을 하자 경찰이 버스 이동을 요구했다”면서 “경호원들이 ‘차를 지금 빼면 어떡해’를 연발했다”고 밝혔다. 이후 한국 경호원들 3명 이상이 몸으로 시위대를 막으려 시도하다 이들의 손이 현수막에 닿자 현지 경찰이 경호원에게 “만지지 말라”고 경고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이날 오후 국회의사당 앞에서는 한국정부 직원들이 시위대에게 “그만 좀 하라”고 요구하는 일도 있었다고 송씨는 밝혔다.

그는 같은날 박 대통령이 묵었던 샤토로리에 호텔 후문 앞에서도 한국정부 직원들이 탄 대형버스 2대가 시위대를 가리는 일이 반복됐다고 전했다.

송씨는 경향신문에 “한 나라의 대통령이 초등학생이 포함된 고작 10명의 시위대를 피하기 위해 호텔 정문이 아닌 쪽문으로 들어갔다”면서 “캐나다 경찰로부터 ‘이렇게 많은 경호원을 대동한 국빈은 흔치 않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너무 슬펐다”고 말했다.

캐나다 경찰이 박 대통령 경호원으로 추정되는 양복을 입은 남성을 제지하는 장면은 역시 현지 시위에 참가했던 오동성씨가 유튜브에 올린 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다.

송미진씨 글 전문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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