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극’으로 끝난 박홍석 모뉴엘 대표의 ‘벤처 신화’

2014.10.31 22:25 입력 2014.10.31 22:56 수정

홍콩에 위장 회사 → 수출 운송장 조작 3조원 대출 → 비자금 446억원 조성 → 호화 별장 구입, 카지노서 40억원 탕진 → 법정관리 신청

사기를 제대로 치려면 투자가 필요했다. 100만달러(10억5000여만원)를 들여 홍콩에 창고와 위장조립공장을 마련했다. 물건은 오고가지 않았지만 운송장만 조작하면 수출이 이뤄졌다. 대당 8000~2만원대인 홈시어터컴퓨터의 가격을 2350달러(250만원)로 부풀린 뒤 허위 수출을 일으켰다. 은행에서는 허위 수출 매권을 내밀고 대출을 받았다. 5~6개월 뒤 대출 만기가 돌아오면 다시 위장 수출입을 반복해 해결했다.

2009년 1월부터 올 7월까지 이런 식으로 발생한 허위수출이 3330건에 대출받은 돈만 3조2000억원, 빼돌린 돈은 446억원에 달했다. 빼돌린 돈으로 국내외에 호화 별장을 구입하고 카지노 도박 자금으로 썼다. 홍콩 지사로 등록한 곳은 일반 가정집이었다. 최근 법정관리를 신청한 가전업체 모뉴엘 박홍석 대표(52)의 사기 수법이다. 빌 게이츠가 “주목할 회사”로 지목했던 모뉴엘 대표가 사실은 ‘희대의 사기꾼’이었던 셈이다.

관세청 서울본부세관은 3조원대의 제품을 허위수출한 혐의 등으로 박 대표 등 3명을 구속했다고 31일 밝혔다. 모뉴엘 자금팀장 등 13명도 불구속 입건돼 같은 혐의로 조사받고 있다. 관세청 조사결과 박 대표는 허위 수출 신고를 근거로 외환은행 등 10여개 은행에서 사기 대출 3조2000억원을 받았다. 6745억원은 아직 상환하지 않은 상태다. 홍콩에 있는 위장회사(페이퍼컴퍼니) 계좌에 송금한 뒤 빼돌리는 방법으로 총 446억원의 비자금을 만들었다. 이 가운데 239억원은 브로커 로비 자금 및 현지 대여, 23억원은 페이퍼컴퍼니 명의로 중국의 공장을 인수했다. 미국에 10억원 상당의 가족용 주택도 구매했다. 120억원은 차명으로 국내에 들여왔다. 특히 40억원은 국내외 카지노에서 도박자금으로 유용했다.

박 대표는 카지노에서 쓴 돈 중 30억원은 칩을 구입해 외국의 사업 협조자 등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제주도 별장에도 16억원, 주식 및 연예기획사 투자와 부인 명의 커피숍 인수에도 44억원을 지출했다. 관세청 관계자는 “한 번 허위대출이 통하니까 도덕성이나 위법성에 대한 인식이 약해지면서 계속해서 사기극을 벌인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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