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관 자녀 결혼 부조금이 36억원인 중국 군부

2014.11.27 21:23 입력 2014.11.27 21:45 수정
홍인표 국제에디터·중국전문기자

청나라 강희황제 때 장군 연갱요(年羹堯·1679~1726)는 티베트와 쓰촨을 비롯한 서북지방 정벌에 혁혁한 전공을 세웠다. 그러나 강희황제가 세상을 떠나고 아들인 옹정황제가 등극한 뒤 문제가 생겼다. 거만하고 비리가 심각하다는 상소가 빗발쳤다. 옹정황제는 그를 처벌하기 전에 먼저 쓰촨성과 산시성을 총괄하는 천섬총독에서 항저우장군으로 좌천 발령을 냈다. 연갱요는 발령이 나자 큰 화가 닥쳐올 것을 직감했다. 그래서 각종 금은보화를 대형마차 233대에 실어 각지로 숨겼다. 하지만 결국 모든 재산은 몰수되고 그는 감옥에서 자살했다. 1894년 청일전쟁에서 청나라 북양해군은 대패했다. 당시 국정을 좌지우지하던 서태후가 별궁인 이화원을 짓느라 나랏돈을 탕진하는 바람에 배를 제대로 사지 못했다는 게 그동안 알려진 이유였다. 하지만 군부 부패도 한몫을 했다. 북양해군은 10년 동안 전함 9척을 구입하는 데 백은 1100만냥을 들였다. 하지만 장군들은 이것보다 훨씬 많은 2600만냥을 개인적으로 챙겼다. 서태후도 그렇지만 장군들도 청일전쟁 패배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게 사실이다.

[홍인표의 차이나칼럼]상관 자녀 결혼 부조금이 36억원인 중국 군부

군부 비리 몸통으로 꼽히는 쉬차이허우(徐才厚) 전 중앙군사위 부주석(상장)의 부패상이 전해지면서 규모의 어마어마함에 사람들이 놀라고 있다. 중국 언론이 전하는 바로는 지난 3월15일, 인민해방군 군사 검찰원 조사요원들이 베이징 도심에 있는 쉬 전 부주석의 호화주택을 급습해 압수수색했다. 당초 조사요원들은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가 뒤를 봐주었다가 비리혐의로 체포된 구쥔산(谷俊山) 전 인민해방군 총후근부 부부장(중장) 수사가 지난 2년 동안 이뤄지고 있는 만큼 값나가는 물건은 있다고 해도 미리 다 치워놓을 줄 알았던 것이다. 그러나 2000㎡ 넓이의 지하실 문을 여는 순간 조사요원들은 경악했다. 일단 달러, 유로화, 위안화 할 것 없이 현금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어떤 돈봉투는 아예 열어보지도 않았다. 고급술인 마오타이가 들어있는 상자에는 승진을 부탁하는 군인들의 이력서가 그대로 담겨 있었다. 조사요원들은 현금을 일일이 셀 길이 없어 저울로 현금이 모두 1t이 넘는다는 사실만 확인하고는 봉인 조치를 했다. 각종 금은보화도 부지기수였다. 중국에서 가장 유명한 신장위구르자치구 허톈(和田)에서 나오는 옥이 100㎏이 넘었다. 당나라, 송나라, 원나라, 명나라 때 만든 골동품과 그림도 엄청났다. 집주인은 정리할 시간이 없어 그저 보물을 어지럽게 늘어놓았다. 조사요원들은 군용 차량 10여대에다 현금과 각종 금은보화를 실어 가져갔다.

이런 소문도 있다. 그는 자기 집 말고 중앙군사위 건물 지하에도 비밀 창고를 갖고 있었다. 현금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던 창고의 관리는 비서와 여자 병사에게 맡겼다. 그는 여자 병사와 관계를 맺으며 진급시켜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그가 약속을 지키지 않은 채 현역에서 물러나자 이 여병사는 크게 실망했다. 미니버스를 몰고와 지하실에 있던 현금을 버스 한가득 싣고는 사라졌다고 한다. 그가 본격적인 수사를 받기 전에 상하이에 고급 아파트 4채를 갖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그는 모함이라고 여기며 군 수사기관에 전화를 걸어 서둘러 진상을 밝히라고 요청했다. 조사 결과 아파트 4채 주인의 이름은 세 살배기 그의 외손자 것이었다. 쉬차이허우 부인이 구쥔산 중장이 뇌물로 바친 아파트를 외손자 이름으로 해준 것이다. 구쥔산 중장은 쉬차이허우 전 부주석 외동딸이 결혼할 때 2000만위안(약 36억원)을 부조금으로 냈다.

쉬차이허우 전 부주석은 초급 장교 시설 선풍기가 없어 부채질을 하는 걸 보고 지인이 선풍기를 선물했지만 거절했다. 그만큼 청렴했던 초급 장교가 군부 내 으뜸가는 지위에 오르면서 천문학적인 승진뇌물을 챙긴 것이다. 그가 현직에 있을 때 인사청탁을 하기 위해 직접 만나려면 비서에게 100만위안(1억7000만원)이 넘는 돈을 건네야 했다고 한다.

쉬차이허우 전 상장과 함께 중앙군사위 부주석을 지낸 궈보슝(郭伯雄) 상장도 곧 조사를 받을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궈보슝 상장은 쉬차이허우 상장과 함께 장쩌민 전 주석의 총애를 한몸에 받고 후진타오 주석 시절, 그를 보좌한다고 하면서 실질적으로 군부 인사를 좌지우지한 인물이다. 시진핑 주석이 밀어붙이고 있는 군부 반부패 투쟁은 청렴한 소장파 군인들의 지지를 얻는 것은 물론 국민들의 선풍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다. 해도 너무했다는 비판 여론에다 군부에 대한 철저한 견제와 감독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국민들 사이에 생겨난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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