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주민들이 전기 아껴서 경비원 임금 올리고 고용 보장

2014.11.28 06:00 입력 2014.11.28 06:09 수정

서울 석관동 두산아파트의 ‘더불어 살기’

서울 성북구 석관동 두산아파트 입주민들은 최근 입주민대표회의에서 내년 경비노동자 임금을 19%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최저임금 100% 보장을 적용하고 추가로 일부 임금을 인상한 결과다. 경비노동자 30명 전원이 내년에도 변함없이 일을 하게 된다.

최저임금 100%가 적용되면 인상되는 관리비를 줄이기 위해 경비노동자를 대량해고하고 휴식시간을 늘려 최저임금을 맞출 것이라는 예상을 깨트린 선택이다. 이 아파트 주민들은 경비비 예산을 2010년 4억5000만원에서 2014년 5억8000만원으로 계속 늘려왔다.

두산아파트 입주자대표회장 심재철씨(45)는 “경비원을 자른다고 해결되는 것은 없다. 해고 경비원도 고통을 겪고 주민들도 불편하다”고 말했다. 그는 “누군가의 고통을 동반하는 관리비 내리기는 ‘나쁜 관리비 내리기’ ”라고 했다.

주민들이 함께 노력해 절약한 관리비용으로 경비노동자 인건비를 19% 인상하기로 한 서울 석관동 두산위브 아파트의 심재철 입주자대표(왼쪽)와 경비노동자 권광웅씨가 27일 손을 맞잡으며 웃고 있다. | 김정근 기자 jeongk@kyunghyang.com

주민들이 함께 노력해 절약한 관리비용으로 경비노동자 인건비를 19% 인상하기로 한 서울 석관동 두산위브 아파트의 심재철 입주자대표(왼쪽)와 경비노동자 권광웅씨가 27일 손을 맞잡으며 웃고 있다. | 김정근 기자 jeongk@kyunghyang.com

아파트 주민들이 전기 아껴서 경비원 임금 올리고 고용 보장

입주민들은 2010년부터 경비노동자 임금 삭감 대신 전기료 아끼기에 나섰다. 낮게 설정된 냉장고 온도를 올리고 여름 두 달을 제외한 10개월 동안 에어컨 전기 코드를 뽑았다. TV는 절전 모드로 바꿨다. 잠잘 때나 외출할 때는 인터넷 전원을 내렸다. 25개동 1998가구 중 1000여가구가 절전에 동참했다. 이들 가구가 아낀 전기요금 총액은 연간 1억원가량이다.

아파트 내 가로등 조명을 형광등에서 LED로 바꾸고 급수펌프를 고효율 장치로 교체해 공용 전기요금도 연간 2억원 가까이 아꼈다. 지난 5년간 전기요금 단가가 11%가량 올랐지만 아파트 전기요금 총액은 오히려 줄었다. 전기요금 총액은 2010년 15억2000만원이었다. 올해는 11억2000만원대에 그칠 것으로 전망한다. 아파트는 올해 초 절전 확대를 위해 서울시에 에너지 자립마을을 신청해 선정됐다. 2000만원을 지원받았다. 심씨는 “관리비에서 경비비 비율은 10%가 안되지만 난방비·전기요금 비율은 60%를 넘는다. 무엇을 아껴야 하는지는 분명하다”고 말했다.

입주민들은 경비노동자들과 ‘상생’하려고 노력한다. 2011년 업체와 계약을 맺으면서 경비노동자 고용보장을 위한 조항을 추가했다. 수습기간 3개월이 지난 경비노동자를 해고할 때는 주민 동의를 먼저 거치도록 했다. 수습기간을 넘지 않은 경비노동자도 교체 비율이 30%를 넘으면 업체와의 계약 자체를 해지하기로 했다.

이 아파트에서 6년간 근무한 경비노동자 권광웅씨(66)는 “일만 열심히 하면 잘릴 걱정이 없으니 마음이 편하다. 오래 일하다보니 주민들과의 관계도 돈독해지고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도 꿰게 됐다”고 말했다. 주민 반응도 좋다. 107동에 사는 김소영씨(51)는 “관리비를 아끼고 싶어 하는 마음이야 모두 같지만 경비원 숫자를 턱없이 줄이는 방식은 마음만 불편하고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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