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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회고록 후폭풍

회고록 곳곳 은근슬쩍 현 정부 야유… 청와대는 속앓이만

2015.01.29 22:16 입력 2015.01.29 22:18 수정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자신의 회고록에 현 정부에 대한 야유를 슬쩍 섞어놓았다. 감사원의 4대강 사업 감사, 여당의 자원외교 국정조사 합의 등에 대해 불편한 심경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전 대통령은 특히 2010년 세종시 수정 논란을 거론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을 집중 비판했다. 수정안을 주도한 정운찬 전 국무총리가 유력 대선주자로 떠오르는 것을 의식해 ‘정략적 이유’로 반대했다는 것이다. 이 전 대통령은 15번 박 대통령을 언급했는데, 세종시 관련 챕터에서 10차례 박 대통령에 대한 섭섭함을 토로했다. 지난 정부 고위 관료를 지낸 한 인사는 29일 “이 전 대통령은 세종시 논란 때 박 대통령은 대통령이 될 수 없고, 돼서도 안된다는 말을 사석에서 했을 정도로 화가 났었다”고 전했다.

4대강 사업을 놓고는 “세계 금융위기를 다른 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들보다 빨리 극복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주장했다. 연말정산을 계기로 부각된 미래 재정적자 문제를 우려하는 여권 관계자들이 4대강에 투입된 혈세 22조원을 아쉬워하는 판에 전직 대통령의 ‘궤변’이 터진 것이다. 이 전 대통령은 2011년 10월 미 의회에서 한국어로 연설한 사실을 거론하며 “외국 정상의 자국어 사용은 나라 자부심이 걸려 있는 문제”라고 했다. 이 말대로라면 각종 국제행사에서 영어·중국어·불어 등으로 연설한 박 대통령은 ‘자부심 없는’ 국가정상이 된다.

청와대는 부글부글 끓었다. 한 관계자는 “가만히나 있으면 욕은 덜 먹는다. 자신에 대한 민심을 아는지 모르겠다”고 했고, 한 친박 의원은 “이 시점에서 회고록을 꼭 써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지난 정부 실정을 파헤치는 데 소극적이던 정부가 회고록을 계기로 태도를 바꾸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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