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폭행 혐의 세월호 유가족 구속영장 지나치다

2014.09.29 21:20 입력 2014.09.29 21:27 수정

경찰이 ‘대리기사 폭행’ 혐의를 받고 있는 세월호 유가족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어제 세월호 가족대책위원회 김병권 전 위원장, 김형기 전 수석부위원장, 한상철 전 대외협력분과 부위원장 등에 대해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면서 ‘사안의 중대성’과 ‘증거 인멸 우려’를 구속 필요 사유로 제시했다. 불구속 수사 원칙은 차치하고라도, 전치 4주의 피해를 입은 단순 폭행 사건에 대해 무더기 구속영장을 신청한 것은 법 상식에 비춰봐도 과잉이다. ‘묻지마 폭행’이나 존속 폭행, 재범 등 죄질이 나쁜 경우를 빼곤 이번 같은 수준의 폭행 사건에 대해 구속영장까지 신청한 전례가 얼마나 있는지 묻고 싶다.

사안의 중대성뿐 아니라 증거 인멸 우려를 주요한 구속 사유로 든 것도 어이가 없다. ‘대리기사 폭행’ 사건은 이미 CCTV 장면과 목격자 진술 등 관련 ‘증거’를 모두 경찰이 확보한 상태다. 피의자들이 불구속 상태라고 해서 어떤 증거를 인멸할 수 있다는 것인가. 경찰이 이유로 대는 “피의자들이 일부 범행 사실을 부인하는” 진술의 문제는 증거 인멸과는 무관하다. 그 진술의 허위 여부는 경찰이 제시하는 증거를 바탕으로 재판에서 판가름할 일이다. 더욱이 폭행 사건에 연루된 유가족들은 책임을 지고 세월호 유가족대책위에서 전원 사퇴하고, 피해자인 대리기사에게 사과하고 병문안을 하는 등 자성의 모습을 보여왔다.

물론 세월호 유족이라고 해서 해당 혐의에 대한 응당한 법 적용의 예외를 받아서는 안될 터이다. 하지만 세월호 유족이라는 이유만으로 행여 ‘다른 의도’가 개입되어 과잉 수사를 받는다면 더더욱 안될 일이다. 세월호 참사로 가족을 잃은 참혹한 슬픔과 고통을 겪는 유족들의 처지를 감안하면 너무 모질고 가혹한 처사다. 다른 사건과의 형평성에 비춰봐도 명백히 어긋나는 이러한 강경 조치는 어떤 이유로도 설득력이 없다. 가뜩이나 박근혜 대통령의 “외부 세력의 정치적 악용” 발언 이후 세월호 유족들을 향한 야만적 폭력이 기승을 부리고, 유족들을 분열·고립시키려는 공세가 전방위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경찰의 구속영장 신청 역시 이러한 세월호 유족들의 분열과 고립화를 겨냥한 공안 기획의 일환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자아내기 충분하다. 더욱이 여야 원내대표와 세월호 유족들이 처음으로 만나 세월호특별법 협상의 진전을 이루는 시각에 딱 맞춰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한 것도 석연치 않은 대목이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