⑦ 소방서장은 ‘안전판매’ 세일즈맨이다

2014.10.21 15:02 입력 2014.11.19 10:34 수정
이건 | 주한 미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얼마 전 한 방송에서 소방서장의 관용차량 운영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소방서의 1호차라고 불리는 관용차가 화재나 구조현장에 출동하기보다는 회의나 행사에 참석한 횟수가 압도적으로 많았다는 내용이다. 거기에다 소방서장을 위해 관용차를 운전하는 사람이 현직 소방관이라서 더 큰 문제점이란 골자이다.

시민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각종 재난현장에서 수백 명의 소방관을 진두지휘하는 소방서장이란 직책은 참으로 영예롭고도 존경받아야 할 자리이다.

관내에 발생한 대형화재나 다수의 인명피해가 발생한 사고라면 재난현장의 최종 지휘관으로써 소방서장이 출동함이 마땅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현장에 소방서장이 반드시 출동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굳이 소방서장이 아니더라도 사고현장을 효과적으로 지휘할 수 있는 지휘관은 일선 소방서에 많이 있기 때문이다.

역설적으로 필자는 소방서장이 더 많은 회의와 행사에 참석해야 한다고 믿는다. 물론 1호차는 소방서장이 직접 운전한다는 전제조건에서 말이다.

소방서장은 재난현장과 행정을 잘 아는 소방전문가로써 여러 회의와 행사에 참석해 지역사회에서 발생하는 모든 일들이 안전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안전에 관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필요하다면 소방서에서 적극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방안도 제시해야 한다.

대한민국도 그렇지만 미국에서 소방서장이 된다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소방서장이 되기 위한 이상적인 자격요건은 화재현장에서 오랜 기간 경력을 쌓은 베테랑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미국에서는 현장경험이 적은 사람이 소방서장으로 임명되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일단 소방서장이 되면 지역사회의 훌륭한 롤모델로써 존경을 받게 된다. 하지만 존경과 더불어 많은 업무량도 요구받게 된다. 예를 들면 예산을 효과적으로 배정해 집행한다든지, 신규 임용된 소방관들을 교육시킨다든지, 소방서의 규정과 절차가 올바르게 집행되는지 관리감독을 하는 것이다.

소방서 내적으로는 소방서장 자신도 한 명의 훌륭한 소방관임을 입증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외적으로는 지역사회의 주민들과 교류하고 유관기관들의 역할을 이해하며 재난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협력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또한 지역 내의 선출직 공무원, 의회 의원들 그리고 의용소방대원 등 방문할 사람들의 명단을 만들고 정기적으로 방문해 소방이 당면한 문제점들을 설명하고 적극적인 지지와 지원을 요청해야 한다. 정책을 만들고 집행하는 사람들과의 건강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일이다. 지역사회의 안전을 위한 것이라면 소방서장이 정치적으로 어느 당을 지지하는 지는 중요하지 않다.

이 건 | 주한 미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이 건 | 주한 미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소방서장은 소방서의 우선순위를 잘 파악해 시민들의 안전에 사각지대가 없는지 항상 살피고 연구해야 한다. 단순히 인원보충이나 예산 증가를 말하기 보다는 지역사회의 소방안전을 위해 어떤 도전과제를 안고 있는지 지적이면서도 명쾌하게 그리고 지속적으로 그 의견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미국에는 소방서장협회(International Association of Fire Chiefs)가 있다. 미국의 소방서장들은 협회에 가입해서 지역사회의 안전과 자신의 역량을 극대화하기 위한 도움을 받으며 협회의 다양한 활동을 통하여 ‘왜 소방서장이 안전을 판매하는 세일즈맨의 역할을 감당해야 하는가’를 배우게 된다.

예를 들면 2014년 9월 8일 미국의 소방서장협회는 루게릭병 환자들을 돕기 위한 아이스 버킷 챌린지(Ice Bucket Challenge) 모금행사에 동참했다. 이렇게 해서 모금된 돈은 환자들을 위해 기부됐다.

또한 다양한 세미나를 개최해서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여러 가지 사안에 관해 국가적 차원에서 소방의 역할과 입장을 정리하고, 자신들의 경험과 지식을 동료 소방관들에게 전해주기도 한다.

전 세계적으로 모든 소방서장들은 같은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것은 바로 ‘어떻게 하면 소방관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면서 화재를 비롯한 각종 재난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효과적으로 지켜내느냐’ 하는 것이다.

소방서장은 모든 권위를 내려놓고 보다 더 적극적으로 동료 소방관들과 지역사회의 주민들 곁으로 다가가야 한다. 동료 소방관과 시민 개개인의 행동을 이해하고 만나는 개인과 단체들에게 안전한 삶에 대한 동기를 부여할 수 있어야 한다. 아울러 소방서를 포함해 지역사회의 모든 단계에서 갈등을 효과적으로 조정하고 중재하는 역할을 통해 재난에 강한 소방서를 만들어가야 한다.

앞으로도 소방서장은 더 많은 회의와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지역사회를 향한 소방서의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소방서장은 앉으나 서나 안전을 판매하는 세일즈맨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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