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준 “한국, 법인세 결코 높은 수준 아니다”

2015.01.26 22:05 입력 2015.01.26 22:08 수정

국민 잔돈으로 한다는 복지 기본 발상부터 전환해야

비정규직 늘리는 정부 정책기술력 저하로 산업 망해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교수(52·사진)가 최근 불거진 연말정산 사태와 관련해 “지금 조세부담이 과연 공평하게 가는가에 대해 국민 불만이 많다”면서 “(정부가)꼼수 같은 것을 써서 문제가 생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나라 법인세가 결코 높은 수준이 아니다. 기업 활동을 장려하는데 법인세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면서 “자꾸 씀씀이를 줄이고 조세감면 줄이고 남은 잔돈으로 복지하겠다고 하는데, 기본 발상을 전환해야 한다”며 복지확충을 위한 증세 필요성을 강조했다.

장하준 “한국, 법인세 결코 높은 수준 아니다”

장 교수는 26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연말정산 사태에 대해 “정부가 계속 절대 세금을 안 올린다는 얘기를 반복하면서 일부 사람들한테서 세금을 올렸다”며 “그 과정에서 국민들과의 합의 과정도 없이 갑자기 바꿔 국민들이 화를 내는 건 당연하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우리나라는 복지지출 확대가 필요하고 그걸 위해서 전 국민이 다같이 세금을 더 내고 또 복지혜택도 더 받는 식으로 틀을 바꾸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복지지출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9.8%(2013년)로 미국 20%, 유럽 25~35% 수준에 한참 못미친다.

그는 “복지지출을 대략 2배 늘려야 한다는 얘기인데, 이걸 자꾸 씀씀이 줄이고 조세감면 줄이고 해 그 잔돈으로 하겠다 이런 얘기를 하는데 발상을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법인세 정책에 대해서도 장 교수는 “우리나라 법인세가 결코 높은 수준이 아니다. 미국의 법인세 최고세율이 39%까지이고 독일 30%, 중국이 25% 정도”라면서 “우리나라는 25%에서 22%로 깎았다. 기업 활동을 장려한다면서 깎았지만 사실 기업 활동 장려에 법인세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불가리아, 파라과이 등 법인세가 10%짜리인 나라들도 있지만 기업들이 가서 투자를 안 한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유럽과 같은 복지국가를 하려면 전 국민이 세금을 더 많이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는 “소위 신자유주의적인 사고가 퍼져서 부자들 (세금을)깎아줘야 투자하고 성장한다고 하지만 미국이나 영국이 지난 30여년간 부자들 세금 엄청 깎아줬어도 투자도 떨어지고 경제성장도 떨어졌다”면서 “그런 사실을 알고 부자증세에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고용시장 유연화 정책에 대해서는 “비정규직을 늘리는 것은 장기적으로 우리 경제 체질을 약화시키는 방법”이라며 “당장은 인건비 깎고 비정규직을 고용하는 게 편한 길이지만 결국은 기술력이 떨어져서 산업 자체가 망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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