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 병역 거부자-‘수감중’이거나 출소후 사회봉사

2006.12.31 18:57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병역거부 수감자를 생산하는 국가다. 정부는 지난 60년 동안 병역거부를 이유로 1만3천여명을 사법처리했다. 현재도 900명 이상의 병역거부자가 교도소에 수감돼 있고, 이 분야에서 한국은 전세계 수감인원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양심을 지켰다는 이유로 교도소에 수감됐지만 출소 이후에도 세상 밖으로 나오기가 쉽지 않다. 사회에서 차가운 시선을 견디는 것도 어렵다. 이들의 어제와 오늘을 조망해본다.

양심적 병역거부를 선언한 오태양씨(오른쪽)가 2002년 2월 4일 서울 종로구 느티나무 카페에서 열린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 실현과 대체복무제도 개선을 위한 연대회의’ 발족식에서 자신의 심경을 밝히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양심적 병역거부를 선언한 오태양씨(오른쪽)가 2002년 2월 4일 서울 종로구 느티나무 카페에서 열린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 실현과 대체복무제도 개선을 위한 연대회의’ 발족식에서 자신의 심경을 밝히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양심적 병역거부는 200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특정 종교(여호와의 증인)의 집총 거부 정도로만 여겨 사회적 관심을 사실상 크게 끌지 못했다. 그러다가 불교 신자인 오태양씨가 2001년 12월 양심적 병역거부를 선언하고 그 이후 잇따라 현직 교사와 동성애자까지 양심적 병역거부에 나서 사회적 이슈가 되었다. 오씨 이후 여호와의 증인 신도가 아니면서 양심적 병역거부를 한 사람들은 지금까지 30여명에 이르고 있다.

여호와의 증인이 아니면서 ‘양심적 병역거부자 1호’를 기록한 오태양씨는 병역거부로 인해 2004년 8월 수감됐고, 2005년 11월 출소했다. 그는 출소 이후 평소 몸담고 있던 불교단체 ‘좋은 벗들’에서 활동하다 올해 6월 인도로 자원봉사 차 떠났다. 그는 인도 둥게스와리에서 9명의 다른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아이들을 교육시키고 빈곤 마을 개발사업 등을 벌이고 있다.

민주노동당 당원인 유호근씨는 ‘전쟁 반대, 평화주의’ 신념을 이유로 2002년 병역거부를 선언했다. 유씨 역시 2005년 2월 수감돼 지난 5월4일 출소했다. 이후 그는 사회복지 주민단체로 저소득층 주민을 돕는 모임인 동작구의 희망동네(희망동작네트워크)에서 활동하면서 방과 후 공부방을 운영하는 한편 겨울에는 연탄지원 사업도 벌이고 있다. 그는 “젊은 꽃다운 나이에 엉뚱한 곳(교도소)에서 젊음을 낭비하는 모습은 빨리 없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평택 둔문초등학교 현직교사 김훈태씨는 지난 3월28일 기자회견을 열고 병역거부를 선언했다. 김씨는 평화 신념을 포기할 수 없고 교사로서 아이들에게 신념에 어긋나는 것을 가르칠 수 없다는 이유로 입영을 거부했다.

교육의 근본 목적이 평화에 있다는 것이다. 그는 총을 들지 않는 다른 방법으로 평화에 봉사하고 싶다고 밝혔으나 바로 직권휴직 조치를 당했고 지난 5월 구속 수감돼 현재 논산구치소에서 복역 중이다.

동성애자인 유정민석씨는 서울 도봉경찰서에서 전경으로 복무 중이던 지난 3월6일 휴가 마지막 날 복귀하지 않고 병역거부를 선언했다. 현재 선고공판 날짜가 계속 잡히지 않아 재판을 기다리면서 성전환자 입법 활동 등 사회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는 성적 ‘소수자’인 자신의 경우 ‘자매애’보다는 ‘전우애’를, ‘상생과 공생’보다는 ‘상멸과 공멸’의 결말을 가진 군사주의와 남성 우월주의적인 군대를 거부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지지해줘서 후회는 없는 편”이라며 “군대의 남성 우월주의적인 문화도 지적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2002년 9월 정치적 신념으로 병역을 거부했던 나동혁씨는 2005년 9월30일 출소해 양심적 병역거부자 후원모임 격인 ‘전쟁 없는 세상’의 상근 활동가로 일하고 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생각이 다르다고 법으로 처벌하는 것은 야만적인 사회적 합의라며 사법처리를 통한 양심적 병역거부자 문제 해결을 비판했다. 이들은 총을 잡을 수 없다면 대신 좀더 길고 힘든 의무를 부과해 공동체에 대한 의무를 수행하게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성진·김유진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