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대북정책 말은 진전, 내용은 답보”

2010.01.31 18:14 입력 2010.02.01 00:55 수정
워싱턴 | 김진호 특파원

제1회 한반도 평화 워싱턴 포럼

미국 우드로 윌슨센터(리 해밀턴 회장)와 경남대 북한 대학원대학(박재규 총장)이 지난 29일(현지시간) 함께 개최한 제1회 한반도평화 워싱턴 포럼은 역사적인 맥락에서 한반도 문제의 근원을 진단하는 자리였다.‘주체’와 ‘동맹’ 사이에서 줄타기를 해온 북·중관계와 다소 중립적인 러시아의 입장, 그리고 대북정책 협의에서 부침을 거듭해온 한·미관계 등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이 제시됐다. 제임스 스타인버그 국무부 부장관이 기조연설을, 조지프 디트라니 ‘미 대 테러센터’ 국장이 오찬 연설(비공개)을 각각 하는 등 미 행정부도 각별한 관심을 기울였다. 주요 발언내용을 소개한다.

제임스 스타인버그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지난 29일 워싱턴 우드로 윌슨센터와 북한대학원대학교가 공동 주최한 한반도평화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워싱턴 | 연합뉴스

제임스 스타인버그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지난 29일 워싱턴 우드로 윌슨센터와 북한대학원대학교가 공동 주최한 한반도평화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워싱턴 | 연합뉴스

◇ 북·중관계 = 주펑(朱鋒) 베이징대 국제전략연구센터 교수는 중국이 한반도 비핵화 및 한반도의 안정 등 두 마리 토끼를 좇는 한반도 정책을 펼치는 배경으로 역사적, 안보적 맥락과 함께 현실적인 입장 등 3가지를 꼽았다. 주 교수는 “중국인들의 마음속에는 역사적으로 한반도 사태가 국내문제로 비화되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한 우려가 자리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만주로 불리던 중국 동북지방은 역사적으로 여러 민족이 몰려 있던 불안정한 지역”이라면서 특히 (유사시) 비무장지대 진입이 불가능한 만큼 북한 난민이 1300㎞에 달하는 중·북 국경으로 몰려올 상황에 대한 우려를 전했다.

주 교수는 또 “중국민의 80%는 북한을 좋아하지 않는다”면서 “그럼에도 한반도의 점진적 변화를 기대하는 것은 역사적, 안보적인 고려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제임스 퍼슨 윌슨센터 연구원은 “김일성은 중국의 한국전쟁 참전을 그다지 반가워하지 않았다”면서 전후 중국·소련 간의 갈등을 십분 활용해 중국을 견제해왔다고 지적했다. 문화혁명 당시 북·중 국경에서 대북비방방송까지 했던 중국은 1970년대 들어 저우언라이 당시 총리의 북한 방문 및 공식 사과를 통해 관계개선의 물꼬를 트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퍼슨 연구원은 특히 북한이 지난해 천리마운동의 재개를 선언하면서 150·100일 전투를 잇달아 벌인 배경의 하나로 국내동원령을 통해서라도 중국의 경제지원에 과도하게 의존하지 않으려는 고려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 러시아의 입장 = ‘북핵 해결문제에서 이해당사국들의 역할’을 주제로 열린 토론에서는 알렉산드르 만스로프 존스홉킨스대 국제대학원(SAIS) 방문연구원이 전한 러시아의 중립적인 입장이 주목을 받았다.

만스로프 연구원은 “러시아는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반대하면서도 평화적인 핵에너지 이용권을 인정하고 있으며, 북한이 자위적인 목적에서 장거리 미사일개발에 나설 권리가 있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의 한반도 정책을 ‘모든 것에 참여하되 어떤 것에도 발을 담그지 않는’ 제한적인 것으로 정의한 그는 “러시아는 한반도의 군사분쟁으로 연결되는 것보다는 북한이 핵보유를 하는 게 낫다는 입장”이라고 지적했다.

러시아가 지난해 북한의 2차핵실험 이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에 동의했지만, 강력하게 이행하지 않고 있는 이유 역시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만수로프는 또 통일한국의 성격에 대해 “러시아는 남한정부가 완전한 주권국가라고 생각하지 않고 있다”면서 통일한국은 100% 주권국가이면서 친 러시아 성향을 띠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찰스 암스트롱 컬럼비아대 교수는 북한의 정책적 우선순위를 현 지도부를 중심으로 한 주권 보장 및 경제개혁, 미국을 비롯한 외부세계와의 관계개선 등 3가지로 정리하면서 “(대외관계에서) 북한의 주체사상은 아직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진단했다.

◇ 한·미의 대북정책 협의 =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는 “남북화해가 북핵문제 해결의 맥락에서 진행될 때 한·미 간 정책협의에 어려움이 없다”면서 현재의 한·미 간 정책조율을 성공적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은 개인적인 차원에서도 진정하게 연결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나 햇볕정책과 참여정부의 평화번영정책 등 한국 내에서 경제협력과 인적 교류 등을 비롯한 남북화해를 촉진하는 데 굳이 북핵문제 해결이 전제가 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우세할 때 어려움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통일부가 할당된 예산을 연내 집행하려는 반면에, 외교부는 북핵협상에 맞추어 집행하려 하는 등 한국 정부 내 ‘관료정치’를 걸림돌의 하나로 지목했다.

앞서 윌리엄 스턱 미 조지아대 교수(역사학)는 이승만 전 대통령이 1954년 7월28일 미 의회에서 전쟁재개를 공개 촉구하는 등 한·미동맹이 상당한 굴곡과 갈등을 겪어왔다고 지적했다. 스턱 교수는 “이승만이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에서 ‘이제는 정전협정을 끝내야 할 때’라면서 전쟁재개를 촉구하는 바람에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별도의 정상회담에서 미국이 다시 전쟁을 벌일 생각이 없음을 못박아야 했다”는 일화를 소개했다. 스턱 교수는 이어 지난 92년 당시 조지 H 부시 행정부는 주한미군 7000명을 철수시킨 뒤 추가 철군을 검토했었지만 북핵위기로 한반도의 탈냉전 조치가 늦어졌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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