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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남표식 독선’ 가능했던 이유 있었네

2011.04.13 02:55

취임 후 ‘명예박사’ 절반이 전·현 이사

카이스트(KAIST)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은 인물 중 절반가량이 전·현직 이사인 것으로 나타났다. 카이스트는 1971년 개교했지만 명예박사 학위는 서남표 총장 취임 이후인 2007년부터 수여되기 시작했다. 이사진 상당수가 명예박사 학위를 받은 ‘친(親) 서남표’ 인사이다 보니 서 총장의 독선적 학교운영에 제동을 걸지 못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12일 경향신문이 취재한 결과 카이스트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은 사람은 올해까지 모두 16명이며 이 중 절반에 가까운 7명이 카이스트 전·현직 이사였다.

카이스트는 2007년 정문술 전 미래산업 회장, 이종문 미국 암벡스 벤처그룹 회장, 닐 파팔라도 미국 메디테크사 회장, 박병준 뷰로 베리타스 특별자문위원에게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했다. 2008년에는 이길여 가천길재단 회장·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2009년에는 한의학 박사 류근철씨, 2010년에는 아덴 베멘트 미국 국립과학재단(NSF) 총재·랄스 팔레슨 덴마크공대 총장·김창원 AMKOR A&E CO. 회장·김병호 서전농원 대표에게 학위를 줬다.

‘서남표식 독선’ 가능했던 이유 있었네

올해 들어서는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 셜리 앤 잭슨 미국 렌셀러 폴리테크닉대 총장, 김영길 한동대 총장, 오이원 여사, 조천식 전 한국정보통신 회장 등에게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했다.

이 중 정문술 전 회장은 학위 수여 당시 카이스트 이사였으며, 서 총장의 연임이 결정된 지난해 총장 선출 때 이사회 의장직을 맡았다. 이종문 회장과 박병준 위원은 총장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다 명예박사 학위를 받고, 이후 카이스트 이사로 선임돼 현재까지 이사직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박병준 위원은 서 총장과 미 매사추세츠공대(MIT) 선후배 사이다. 류근철 박사도 2009년 카이스트 이사 시절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다. 장영신 회장은 학위 수여 당시 이사였고, 김영길 총장과 김창원 회장은 현직 이사다.

이처럼 이사진에 명예박사 학위를 남발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이사회의 독립적 견제 기능에 대한 의구심이 일고 있다. 실제 현재 카이스트 이사진 16명은 모두 서 총장 재임 기간 중 선임됐다. 지난해 총장 선출 당시 서 총장은 일방적 교육정책으로 학내 구성원들의 반발을 샀음에도 이사회의 압도적 지지를 등에 업고 연임에 성공했다.

이 때문에 오는 15일 열리는 긴급 임시이사회에서도 총장에 대한 문책조치가 제대로 이뤄지겠느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이미 오명 이사장은 “서 총장의 거취 문제를 논의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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