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예슬 드라마 복귀 “배우 탓만 해선 안돼”

2011.08.18 21:25
이미혜 기자

전문가 “제작시스템 변화 없인 사태 재발”

황당함을 넘어서 충격적이었던 ‘한예슬 사태’가 간신히 봉합됐다.

KBS2 월화극 <스파이 명월>의 여주인공 한예슬(30)은 PD와의 불화로 촬영을 펑크낸 뒤 미국으로 떠났다가 지난 17일 귀국했다. 방송사와 제작사 이김프러덕션은 한예슬의 사과를 받고 드라마에 복귀시켰다.

한예슬은 18일 오전 서울 마포구 동교동의 한 카페에서 촬영을 재개한 뒤 점심 회식 자리에서 배우와 제작진에 사과했다. 미국행이라는 극단적인 선택까지 했던 한예슬이 방송사와 제작사의 공격에 백기를 든 것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한예슬의 잘못만 탓하고 마무리할 문제가 아니다”라는 말이 나온다.

한예슬이 <스파이 명월> 촬영장에 복귀한 18일 스태프와의 점심 회식 자리에서 공개 사과하고 있다.

한예슬이 <스파이 명월> 촬영장에 복귀한 18일 스태프와의 점심 회식 자리에서 공개 사과하고 있다.

충남대 윤석진 교수는 “(한예슬의) 마녀 사냥으로 흘러가는 것이 바람직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는 “단 하루 촬영 펑크가 결방으로 이어진 드라마 제작시스템을 만든 방송사나 제작사도 책임져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중견 연기자는 “첫 연출작을 맡은 PD의 과욕과 미숙한 진행 때문에 촬영장이 편치 않았던 것은 사실”이라면서 “종편이 출범하면 드라마 제작현장은 더욱 열악해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재오 특임장관은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한예슬을 향한 지지의 뜻을 나타냈다. 이 장관은 “찬반 논란은 있겠지만 한예슬씨 입장을 이해하고 싶다. 힘내십시오”라면서 “옳지 못한 것을 바로잡겠다는 의지가 있는 한 그 삶은 어떤 고난이 있어도 가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영화 <미녀는 괴로워> <마린보이> 등을 제작한 원동연 대표도 지난 17일 자신의 트위터로 “한국영화나 드라마 모두 근로기준법, 노동법 위반 현행범들이다. 화려해 보이지만 정작은 폭력적인 작업 환경에서 일한다”면서 “한예슬만 탓하는 건 비겁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국내 드라마 제작환경은 무척 심각한 상황이다. 쪽대본은 예사고, 방송 당일까지 촬영을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드라마가 종영한 후 배우들은 “새벽에 촬영이 끝나면 2시간 잔 뒤 또 현장으로 갔다” “밥 먹을 시간도 없었다”고 털어놓는다. 심지어 배우가 사고라도 나면 결방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 됐다.

‘생방송 드라마’의 해결책으로는 사전제작제가 꼽히지만 방송사가 시청자들의 피드백을 반영, 드라마의 스토리를 바꾸는 시청률 중심의 제작시스템을 버리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사전제작제로 만든 드라마가 한결같이 실패한 것도 부담요인이다. <로드 넘버원>이나 <친구, 우리들의 전설> <파라다이스 목장> 등은 소지섭, 현빈, 동방신기 등 톱스타를 캐스팅했음에도 불구하고 모두 한 자릿수의 시청률로 막을 내렸다.

그렇다면 해답은 없을까. 윤 교수는 “방송사가 나서야 한다. 연간 편성 계획이 필요하다. 편성이 안되면 투자도, 캐스팅도 안되기 때문”이라면서 “제작사와 방송사, 배우가 의견을 충분히 공유하도록 철저한 프리 프로덕션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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