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집중탐구

탤런트 정치인인가 ‘제2의 선거 여왕’ 인가

2011.09.01 21:45

나경원 한나라당 최고위원(48)이 ‘논쟁의 중심’에 섰다.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여론조사에서 그는 여당 내 압도적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여당 서울시장 후보로 그를 견줘보는 눈이 많아진 배경이다. 대중성은 야당에서도 인정받지만, 표의 확장성과 본선 경쟁력에는 물음표를 다는 시선이 있다. 홍준표 대표(57)가 “이벤트 정치인, 탤런트 정치인은 안된다”고 나 최고위원을 견제하면서 직접 논쟁을 증폭시켰다.

나 최고위원의 대중적 인기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 그는 지난 7·4전당대회 때 자신을 박근혜 전 대표(59)에 이은 ‘제2의 선거의 여왕’이라고 칭했다. 유세현장에서 사진촬영 요청이 줄잇다보니 100m를 전진하는 데 몇 분이 걸렸다.

7·4 한나라당 전당대회 당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는 나경원 최고위원. | 경향신문 자료사진

7·4 한나라당 전당대회 당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는 나경원 최고위원. | 경향신문 자료사진

2008년 18대 총선 때 ‘공천 학살’ 여파로 박 전 대표가 지원유세를 거부하자, 나 최고위원은 지역구(서울 중구)를 제쳐놓고 다른 후보들의 지원유세를 다녔다. 지난해 7월 재·보선 때는 트위터를 통해 “저한테 아바타라도 하나 있었으면 하네요”라며 인기를 과시했다.

나 최고위원의 미모는 17대 비례대표로 여의도에 입성했을 때부터 정치인으로서 강점이었다. 친이계 조해진 의원(48)은 “남녀 모두에게 호감 가는 외모”라고 말했다.

다운증후군을 앓는 큰딸에 얽힌 경험담을 털어놓는 소탈한 모습도 주목받았다. 국회 연구모임인 ‘장애아이 We Can’을 결성하는 등 장애아 복지 문제에 관심이 많다.

친이계 정양석 의원(53)은 “장애아의 부모로서, 장애복지를 위해 구김살 없이 활동해주는 모습들이 좋았다”고 평했다.

3년간 대변인을 지낸 것도 정치적 자산이다. 특히 지난 대선 정국에서 이명박 후보가 광운대 특강에서 “BBK를 설립했다”고 발언한 내용이 들어 있는 동영상이 공개되자, “BBK라고 한 것은 맞는데 (내가라는) 주어가 없다”고 한 것은 논란을 불렀지만, 당내에선 “뛰어난 임기응변”이라고 아직도 평가한다.

4선인 정의화 국회부의장(63)은 “판사를 해서 그런지 사리판단력이 좋은 것 같다”고 했고, 조해진 의원은 “탤런트라고 하지만 일도 야무지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거부반응도 상당하다. 익명을 요구한 친박계 한 초선 의원은 “콘텐츠가 없다는 것은 다 아는 이야기”라고 했다. 이어 “낄 때 안 낄 때 가리지 않고 다 낀다. 모든 당 선거에는 다 나온다”면서 “진정성이 너무 안 돋보이고, 자리 욕심이 많다”고 말했다. 한 친이계 의원도 “본인이 대중적으로 성장하는 속도에 비해 받쳐주는 내용이 느리다”고 했다.

[나경원 집중탐구]탤런트 정치인인가 ‘제2의 선거 여왕’ 인가

나 최고위원이 ‘쇄신’ ‘개혁’ 등이 연상되는 젊은 정치인의 이미지를 갖췄지만, 실제론 지나치게 보수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오세훈 서울시장(50)이 추진하던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에 대해 “성전”이라며 적극 찬성한 게 대표적이다. 한 소장파 의원은 “주민투표 국면에서 복지 포퓰리즘과 싸우는 전사의 이미지를 오 전 시장으로부터 그대로 받았다. 당이 가야 할 방향(중도노선)과 안 맞는다”고 말했다. 또 나 최고위원이 다른 의원들에 비해 자주 국회 보좌진을 교체하는 사실을 두고, “따뜻함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말도 있다.

강점에 대한 평가와 비토론이 섞이면서 서울시장 후보로서 나 최고위원이 적절한지에 대한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정양석 의원은 “우리끼리 ‘된다. 안된다’ 하는 것은 국민여론과 동떨어진 거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고, 한 친이계 의원은 “당 밖에 더 괜찮은 인물을 찾아볼 수 있지만, 없다면 당내 제일 경쟁력이 강한 나 최고위원으로 갈 수밖에 없지 않으냐”고 말했다.

하지만 홍 대표는 “지금의 지지도는 인기투표일 뿐이어서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말했고, 한 친박계 의원은 “탤런트 정치, 쇼맨십 정치는 안된다. 일할 사람을 갖다놔야 한다”고 했다. 박 전 대표가 주민투표에 대해 “너무 과도하게 정치적 의미를 부여했고 시장직까지 걸 문제는 아니었다”면서, 나 최고위원에 대한 지원유세가 어렵다는 입장을 시사한 것도 걸림돌이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사회의) 구조적인 모순과 해결방안에 대한 깊은 고민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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