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대란’ 책임… 최중경 8개월 만에 퇴진

2011.09.27 21:28
홍재원 기자

이 대통령 사의 수용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이 정전사태의 책임을 지고 취임 8개월 만에 물러난다.

박청원 지경부 대변인은 27일 정부과천청사에서 기자설명회를 열고 “최 장관이 오늘 오전 열린 국무회의 직후 이명박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최 장관은 임태희 대통령실장에게 사직서를 제출했으며 후임 인선이 끝나는 대로 장관직에서 물러난다.

‘정전대란’ 책임… 최중경 8개월 만에 퇴진

최 장관은 정유사와 주유소를 상대로 기름값 인하를 압박하는 등 적극적인 업무 처리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최근까지도 정유사와 주유소 장부를 조사하는 초강수를 두면서 ‘기름값과의 전쟁’을 벌였다. 정유업계에서는 이런 최 장관을 ‘업계 공공의 적’이라 부를 정도였다.

대기업 임원 연봉이 지나치게 높다는 발언도 했고,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과 이익공유제를 놓고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다. 최 장관 스스로도 “지방 출장을 가니 일반 시민들이 나를 알아보더라”며 흥미로워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의 퇴진은 전혀 예상치 못한 사건에서 비롯됐다. 지난 15일 초유의 정전대란이 탄탄대로를 달리던 최 장관의 발목을 잡은 것이다. 정치권은 정전사태 이후 야당을 중심으로 거센 사퇴 공세를 펼쳤다. 정전 이튿날인 16일 이 대통령이 한전을 찾아가 책임 소재를 따지겠다고 밝히면서 최 장관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최 장관은 사퇴 없이 정전사태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최 장관 주변에서는 “장관 책임론에 대해 최 장관 본인은 제대로 보고도 받지 못한 상황에서 일이 터져 상당히 억울해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왔다.

하지만 18일 청와대 일부 인사를 중심으로 장관 사퇴가 불가피하다는 일종의 ‘지침’이 나오고, 26일 총리실 주도의 정전사태 조사결과와 청와대의 사퇴 종용이 한꺼번에 터지면서 최 장관은 버틸 힘을 잃고 물러나게 됐다.

관가에서는 정치권과의 대결도 불사하는 최 장관의 강한 성격이 퇴진까지 불러왔다고 보고 있다. 그는 지난 1월 국회 인사청문회 때 의원들에게 “질문을 하셨으면 답을 들으셔야죠”라고 따져 반감을 샀다.

정부 관계자는 “정치권과 업계를 가리지 않고 대결에 나선 측면이 있었다”면서 “정전사태가 터지자 기다렸다는 듯 여야 사방에서 최 장관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지만 그의 억울함을 대변해주는 이는 없었다”고 말했다.

최 장관이 사의를 표명하면서 기름값 안정과 정전 사태,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등 지경부의 주요 업무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지경부는 최근 실시한 주유소 실태 조사를 토대로 가격 거품을 뺀 알뜰 주유소 모델 보급 등 기름값 안정과 관련한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을 계획이었다.

행정고시 22회인 최 장관은 2005년과 2008년에도 정책 집행에 대한 책임을 지고 퇴진한 바 있다. 2003년 당시 재정경제부 국제금융국장이던 그는 원화값이 뛰자 막대한 자금을 외환시장에 쏟아부으며 방어에 나섰고, 2005년 외환시장 개입 과정에서 발생한 대규모 손실 책임을 지고 환율정책 라인에서 물러났다.

이후 세계은행 상임이사 등을 거쳐 현 정부 출범과 함께 재정부 1차관으로 복귀했지만 다시 고환율 정책 논란에 휩싸이며 4개월 만에 물러났다. 그 뒤 필리핀 대사로 자리를 옮겼다가 청와대 경제수석으로 부활했고 지난 1월 지경부 장관에 취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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