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처럼… ‘노인 청춘극장’ 아시나요

2011.09.30 22:05 입력 2011.09.30 23:47 수정

문화욕구 폭발 개관 1년 만에 15만 관객 돌파 ‘100세 시대의 풍경’

30일 오후 서울지하철 5호선 서대문역 인근 ‘청춘극장’ 내 상영관 입구. 작은 소란이 일었다. 노인영화제 개막작 <그대를 사랑합니다> 상영을 앞두고 미처 표를 구하지 못한 노인들이 “왜 나는 들어가지 못하느냐”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일부는 발길을 돌렸고 일부는 다음 상영작이라도 보겠다며 빈 의자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일주일에 3번 이상 이곳을 찾는다는 임영순씨(74)는 “일찍 온 친구는 개막작 표를 구했지만 난 구하지 못해 혹시 빈자리가 생길까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청춘극장엔 날마다 청춘을 추억하는 발길이 줄을 잇는다. 옛 ‘화양극장’인 이곳은 1년 전 서울시가 노인들의 문화활동을 지원하는 취지로 리모델링한 뒤 문을 열었다.

고령화시대에 살고 있는 노인들의 반응은 폭발적이다. 권태조씨(73)는 “단돈 2000원으로 노인들이 기가 막힌 행복을 누리는 곳”이라며 “눈치 안 보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으며 돈도 거의 들지 않아 좋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최근 관람객 129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만족도는 94.9%였다.

서울 서대문 청춘극장이 29일 제4회 노인영화제 개막작을 보려는 노인들로 붐비고 있다. | 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서울 서대문 청춘극장이 29일 제4회 노인영화제 개막작을 보려는 노인들로 붐비고 있다. | 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서대문역 주변이 노인들로 북적이다보니 입장권을 가져오면 밥값을 20% 할인해주는 식당들도 생겨났다. 또 수원·인천 등 경기도는 물론 충북 제천, 경북 칠곡 등에서도 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이들이 꽤 된다.

서현석 청춘극장 대표는 “주말마다 계모임을 하는 여성 노인도 많고, 홀로된 노인 중에서는 마음이 맞아 데이트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귀띔했다.

흘러간 청춘들이 그들만의 노인문화를 만들어가는 곳. 인생 100세 시대의 풍경이 매일 펼쳐진다. 추억의 명화에 푹 빠지기도 하고 폭소를 터트리기도 한다. 세대만 다를 뿐 문화를 즐긴다는 점에서는 젊은이와 같다. 이곳에선 월~금요일 오전 11시와 오후 3시 영화를 상영하고, 그 중간인 오후 1시30분에는 요일별로 문화특강, 웃음교실, 건강상담, 마술강좌, 노래교실을 연다. 토요일에는 가수 현미, 개그맨 엄용수씨 등 연예인이 출연하는 <추억의 버라이어티쇼>가 열린다. 청춘극장은 개관 1년 만에 306일 동안 104편의 영화를 총 552회에 걸쳐 상영, 누적 관객수 15만명을 돌파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8월에 개봉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기록적인 폭우가 내렸는데도 일주일 동안 매회 560여석이 모두 매진됐다”며 “어르신들이 자신이 젊었을 때 본 유명 외화를 선호해 주로 외화를 상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1일 평균 관람객은 올해 8월 722명까지 늘어났다.

서울시는 “청춘극장이 곧 관광호텔로 재건축됨에 따라 12월까지 다른 곳으로 이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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