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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식당 이용 자제하라, 밥값이 핵개발에 쓰인다”

2012.06.22 03:00 입력 2012.06.22 03:11 수정

재외공관에 공문 “교민·관광객 출입 안 하게 조치를”

정부가 주이탈리아 대사관을 비롯한 10개 재외공관에 ‘교민·관광객의 북한 식당 이용을 자제하도록 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내려보낸 것으로 21일 확인됐다. 정부는 경향신문이 취재에 들어가자 이 글들을 삭제키로 했다.

재외공관들은 11~19일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린 ‘북한 식당 이용을 자제합시다’라는 글에서 “북한 식당을 이용하면서 지불하는 비용은 북한 독재정권과 군사력 강화에 자금을 지원하는 것과 같다”며 “북한은 해외로부터 벌어들인 수입을 독재정권 유지 및 핵·미사일 개발 등 군사력 강화에 투입한다”고 밝혔다. 또 “북한 식당 근로자에게 돌아가는 금액은 수입액의 10~30%에 불과하며, 그것도 북한 원화로 지급받게 되어 있어서 외화는 전액 북한 정권이 차지한다. 북한 식당을 이용하면 할수록 북한 주민들은 계속해서 고통 속에서 신음하게 된다”고 말했다.

한 재외공관 웹사이트에 올라온 ‘북한식당 이용 자제’ 공문

한 재외공관 웹사이트에 올라온 ‘북한식당 이용 자제’ 공문

재외공관들은 “북한은 외화수입이 늘어날수록 개혁·개방 등 체제 변화를 거부할 것이며, 따라서 북한 주민들은 독재사회에서 탄압받는 생활을 지속하게 된다”면서 “호기심으로 찾아가는 북한 식당은 북한 정권을 이롭게 해 대한민국에는 위협이 되어 돌아오고, 불쌍한 북한 주민들의 고통을 연장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주이탈리아 대사관 외에 이란·체코·캄보디아·태국·베트남 대사관과 중국 시안·칭다오 총영사관 등도 이와 똑같은 글을 올렸다. 주라오스 대사관은 “최근 북한의 대남 특별행동 협박 등 일련의 움직임을 감안할 때 해외에 거주하는 우리 국민의 안전이 우려된다”며 “본인 안전을 위해서도 북한 식당 이용을 자제해줄 것을 당부한다”고 했다. 주선양 총영사관은 “여행 시즌이 도래하면서 북한 식당을 이용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5·24 조치가 유효하게 지속되는 만큼 북한 식당 출입을 자제해줄 것을 당부한다”고 했다.

외교·안보부서의 한 관계자는 “지금 우리가 어느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인지, 내 눈이 의심스럽다. 도대체 북한 사람들 밥 장사까지 못하게 해서 몇 푼이나 들어가는 걸 막겠다고 그러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개성공단을 통해 북한에 해마다 5500만달러의 외화가 유입되는 것을 감안하면 정부의 북한 식당 이용 자제령은 모순적이며, 민간 차원의 교류조차 막으려는 냉전적 조치라는 지적이 나온다.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본부에서 북한 식당 이용 자제령을 내린 적이 없고, 재외공관 자체 판단으로 올린 것”이라며 “본부에서 이 글들을 검토해본 결과 읽는 분들께 남북관계나 국민안전 등에 불안을 조성할 수 있겠다고 판단해 글들을 조속히 내리도록 공문을 보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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