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7·4 공동성명으로 박정희 정권 교체 노려

루마니아 외교문서 공개

북한이 1972년 7월4일 발표된 남북공동성명(7·4 공동성명)을 통해 남한의 박정희 정권의 기반을 약화시키고 남한의 정권교체를 앞당겨 남북통일을 이루려는 대외전략을 구사하려 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외교문서가 공개됐다.

‘북한국제문서연구사업’(NKIDP)을 공동추진 중인 미국 우드로윌슨센터와 북한대학원대학교 프로젝트팀은 7·4 공동성명 이후 남북한의 상황과 북한의 대남전략 등이 담긴 루마니아 외교문서 25건을 지난달 30일 공개했다. 프로젝트팀은 이 문서를 분석한 결과 남북은 ‘통일은 외세의 간섭 없이 자주적이고 평화적인 방법으로 민족대단결의 원칙하에 이뤄져야 한다’는 7·4 공동성명의 원칙을 각각 달리 해석했다고 밝혔다. 특히 1972년 10월 박정희 정권이 북한의 위협을 이유로 유신 독제체제를 선포함에 따라 북한은 남북대화에 남한의 다양한 세력을 참여시켜 박정희 정권을 약화시키려는 전략을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날 공개된 1973년 3월8일자 루마니아 외교문서에는 니콜라에 차우셰스쿠 당시 루마니아 대통령을 방문한 김동규 북한노동당 비서가 북한의 대남전략을 설명한 내용이 나온다. 김 비서는 “1971년부터 시작된 우리의 평화공세로 남한에 미군이 주둔할 어떤 명분도 없다는 점을 알릴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김 비서는 또 “대화를 확대해 남한의 노동자·농민·학생·지식인·야당 등 북한에 동정적인 세력의 참여를 유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대학원대학교 신종대 교수는 우드로윌슨센터 홈페이지에 올린 보고서에서 “북한은 이 같은 대화를 통해 박정희 정권의 기반을 약화시킨 뒤 남한 정권교체가 이뤄져 북한과 평화적 통일을 지향하는 민주적 지도자가 등장하기를 기대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북한의 이 같은 전략은 1972년 남한에 ‘10월 유신체제’가 등장함에 따라 차질을 빚었다. 북한은 미국과 평화협정을 직접 체결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했지만 미국이 이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1976년 8월 판문점 도끼 만행 사건이 발생함으로써 7·4 공동성명으로 대표되는 한반도 데탕트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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