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보다 인권활동가 마음으로 뛰죠”

2012.07.12 21:37 입력 2012.07.13 00:12 수정

공익법센터 ‘어필’ 3인방… 외국인 선원 변호 활약도

김종철 변호사(41)는 지난해 일본·인도·방글라데시 등 총 10개국에 출장을 다녔다. 정신영 변호사(31·여)와 어진이 변호사(30·여) 역시 6개국에 출장을 다녀왔다. 난민과 강제이주, 인신매매 관련 사건의 현장을 직접 조사하기 위해서다. 이들은 난민 지위를 인정받는 데 필요한 증거 자료를 얻기 위해 아프리카로 날아가고, 인신매매 피해여성을 만나기 위해 필리핀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어느 인권활동가 못지않게 부지런하게 움직이는 이 3명의 변호사가 비영리 ‘공익법센터 어필(Apil·Advocates for Public Interest Law)’을 꾸려간다.

어필은 난민, 강제이주자, 인신매매 피해자, 다국적기업의 인권침해를 다루고자 지난해 1월 첫발을 내디뎠다.

공익법률센터 ‘어필’의 김종철·어진이·정신영 변호사(왼쪽부터)가 콩고 토속그림 앞에서 이야기 하고 있다. | 김정근 기자

공익법률센터 ‘어필’의 김종철·어진이·정신영 변호사(왼쪽부터)가 콩고 토속그림 앞에서 이야기 하고 있다. | 김정근 기자

특히 올해 초 외국인 선원에 대한 가혹행위로 논란이 된 ‘오양 75호’ 사건에서 외국인 선원의 변호를 맡아 활약했다. 지난해 10월에는 이들이 제안한 ‘이주아동 구금에 관한 NGO 리포트’가 유엔 아동권리위원회의 권고 조항에 반영되는 성과도 낳았다. 김 변호사는 “법률적 전문성만을 지닌 변호사가 아니라 인권활동가적인 정체성을 가지고 일한다”면서 “인권활동가적인 마음이 좋은 성과를 낳은 것 같다”고 겸연쩍게 말했다.

지난해 어필은 난민 관련 사건만 10건을 맡아 진행했다. 김 변호사는 이 중 1심에서 증거불충분으로 난민 지위를 얻지 못한 콩고인 ㄱ씨의 사건을 떠올렸다. ㄱ씨는 콩고 내 미국의 보안업체에서 일했다. ㄱ씨는 정부군으로부터 미국 스파이라는 오해를 받았다. 이 때문에 ㄱ씨의 가족은 가혹하게 폭행을 당했다. ㄱ씨는 간신히 2002년 콩고를 떠나 한국에 왔지만 그동안 난민 지위를 얻지 못했다. ㄱ씨가 정부군이 자신의 언니를 폭행한 기록이 담겨있는 e메일을 삭제해버렸기 때문이다. 이들은 정신과 의사의 도움을 받아 ㄱ씨의 심리분석서를 작성하고, 벨기에에 사는 ㄱ씨의 언니에게 입증 자료를 받아 재판부에 제출했다. 결국 ㄱ씨는 난민 지위를 얻었다. 이들은 동남아국가에서 일어나는 한국 기업의 인권침해를 조사해 보고서를 작성하기도 했다.

어필은 후원금만으로 운영된다. 재정적인 어려움에도 이들이 어필을 꾸려가는 이유는 ‘내가 행복하기 때문’이다. 정 변호사는 “ ‘좋은 일을 하고 있으니 난 훌륭한 사람’이라는 착각에 빠지지 않으려 한다”면서 “단지 다른 사람이 행복하게 되는 만큼 우리도 행복해진다는 것을 알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어 변호사는 “난민 지위를 얻은 중국인을 지난 설에 만났다”면서 “평소 단속을 피해 숨어다니던 그가 명절 때 누군가를 만나게 됐다는 사실에 눈물을 흘렸다”고 말했다. 그는 “승소할 때도 기쁘지만 나의 사소한 행동이 누군가에게 큰 의미가 된다는 것이 더 기쁘다”고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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