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박원순 서울시장 - 벤저민 바버 대담

2012.09.26 04:05 입력 2012.09.26 04:06 수정

도시는 현대인에게 탈출하고 싶은 대상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잃어버린 이상향이기도 하다. <도시의 승리> 저자인 에드워드 글레이저가 도시를 “인류 최고의 발명품”이라 꼽았듯, 고대 그리스의 도시는 민주주의를 탄생시킨 인큐베이터였다. 인류는 도시 안에서 언어와 문화, 경제를 생산해냈다.

최근 ‘국가’가 통치하는 세계 질서가 대립과 분쟁을 거듭하면서 이에 실망한 많은 사람들이 도시’에 눈길을 돌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국가는 힘을 얻기 위해 동맹국을 모으거나 이데올로기를 강화하고, 국방과 애국심을 강조한다. 그러나 도시는 시민들의 교육과 문화를 증진시키고, 일상 쓰레기를 치우며, 버스를 운행하고 상수도를 확보하는데 힘을 쓴다. 도시가 국가보다 인류와 일상 생활의 문제를 더 잘 해결할 수 있는 유연한 가능성을 가졌다는 것이다.

미국의 세계적인 정치이론가·시민운동가인 벤자민 바버 박사(74·럿거스대 명예교수)는 급기야 ‘만약 (국가가 아닌) 시장(市長)들이 세계를 지배했다면?’이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됐다. 바버 박사는 그 해답을 찾기 위해 서울을 비롯한 뉴욕, 뭄바이 등 세계 30여개 주요 도시의 시장들과 릴레이 인터뷰를 시작했고, 그 결과물을 묶어 ‘만약 시장들이 세계를 지배했다면’이란 제목의 책을 내년에 펴낼 예정이다. 미국 뉴욕에 거주하는 바버 박사가 25일 오전 서울시장 집무실의 박원순 시장과 화상전화를 통해 대화를 나눴다. 다음은 대담 전문.

박원순 서울시장(왼쪽)이 25일 시장 집무실에서 화상전화를 통해 벤저민 바버 박사와 ‘현대사회에서 도시와 시장(市長) 역할의 중요성’ ‘국제적인 도시연대기구 모색’ 등에 관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 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박원순 서울시장(왼쪽)이 25일 시장 집무실에서 화상전화를 통해 벤저민 바버 박사와 ‘현대사회에서 도시와 시장(市長) 역할의 중요성’ ‘국제적인 도시연대기구 모색’ 등에 관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 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박원순 시장(이하 ‘시장’): 안녕하세요. 저는 박원순 서울시장입니다! 여기 서울은 지금 아침입니다.

벤저민 바버(이하 ‘바버): 네, 시장님께는 굿모닝이고, 저한테는 굿이브닝입니다. (웃음)

시장: 맞습니다. (웃음) 박사님께서 “만약 시장이 세계를 지배했다면..”이라는 책을 쓰신다고 들었는데, 무척 흥미롭습니다.

바버: 네, 맞습니다. 총 12장으로 이루어질 그 책을 집필하는데 이 인터뷰가 중요할 것입니다. 그 책은 내년 예일대 출판사를 통해 출판될 예정입니다.

시장: 그러면 저와의 인터뷰가 그 책에 포함이 되는 것인가요?

바버: 시장님과의 인터뷰는 웹사이트에 실리고, 또 책에도 직접적으로 포함이 될 것입니다. 시장님께서 오늘 하신 말씀은, 어떤 말씀을 하시느냐에 따라, 인용이 되어 책에 실릴 계획입니다.(웃음)

시장: 네, 이해했습니다. (웃음)

바버: 오늘 이렇게 시간 내어 참여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미국과 유럽의 시장들 뿐 아니라 서울·뭄바이 등 아시아의 시장들을 포함하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책을 통해 시장님의 목소리가 들려지게 될 것입니다.

시장: 박사님과 인터뷰하게 되어 매우 영광입니다. 저는 시민운동가 출신 시장으로 박사님께서 쓰시려는 책의 주제가 제가 이제까지 생각해왔던 생각과 비슷한 것 같습니다.

바버: 흥미롭네요. 시장이 되시기 전에 어떤 시민사회 활동을 하셨는지요?

시장: 저는 80년대에 인권변호사로 활동했고, 90년대와 2000년대에는 시민사회운동가로 활동했습니다.

바버: 첫 번째 질문입니다. 조금 재미있는 질문이 될 텐데요. 해마다 하버드대에서는 미국의 젊은 시장들을 대상으로 세션을 가지는데, <하버드가이드>는 “시장은 세계에서 가장 좋은 직업”이라고 표현했습니다. 그러나 전 뉴욕시장인 존 린제이는 “시장이 되는 것은 폭염 속의 암캐가 되는 것과 같다. 가만히 서 있으면 맛이 가고, 달리면 문제꺼리로 취급된다”고 말했습니다. 시장님 생각은 어떠신가요. 시장은 좋은 직업입니까, 나쁜 직업입니까. 최고의 직업입니까, 최악의 직업입니까.

시장: 시장직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는 하기 나름이라고 생각됩니다. 저는 방금 말씀 드린 것처럼 시민운동가 출신인데, 과거의 많은 시장들이 관료주의에 포박돼서 많은 의미 있는 일을 못했다는 이야기들이 나옵니다. 하지만 자기 신념과 비전이 분명하고 명백하다면 얼마든지 자기 권한을 행사해서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과거에 저는 NGO에서 돈도, 사람도, 권력이 없이도 많은 사회변화를 만들어 냈습니다. 그런데, 시장이 되어 이런 막대한 예산과 인력과 권한을 갖고도 못한다면 그건 바보다…라고 생각합니다.

서울은 인구 천만이 넘는 도시고, 약 4만 명이 넘는 공무원들이 일하고 있어서 조율하기가 쉽지는 않지만, 저는 오랫동안 소셜 디자이너로서 사회를 어떻게 하면 변화시킬 수 있을 지에 대해 오랫동안 고민을 하고 실천해왔습니다. 아직 시장이 된지 1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지만, 나름대로 많은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그런 점에서 시장은 최악의 직업이라기보다는 얼마든지 최고의 직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바버: 시장으로 일하시는게 즐거우신 건가요?

시장: 물론 너무 많은, 복잡하고 어려운 현안이 있고, 또 과거 시장으로부터 물려받은 과제들도 있고, 또 언론이라든지 시의회에 대응하는 게 쉽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제가 내린 결정 하나하나가 시민들의 삶에 굉장히 큰 영향을 미치고, 특히 저는 가난하고 억울하고 힘든 사람들을 돌보는 게 시장의 가장 큰 직무라고 보고 있는데, 그런 측면에서 굉장히 많은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바버: 무엇 때문에 시장 되야겠다 생각하게 되셨는지요. 인권변호사, 시민운동가로 활동을 해오셨는데, 시장이 되야겠다고 결정하시게 된 이유는 무엇입니까.

시장: 사실 한국사회에서는 시민운동가가 바로 제도권 정치로 나아가는 것에 대해 일종의 거부감이랄까, 주저함이 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번 시장선거에 제가 출마하게 된 것은 기본적으로는 중앙정부의 정책, 현재의 대통령에 대한 반감과 분노, 또 미래가 아닌 과거로 역행하는 잘못된 정치, 그리고 그러한 정치로부터 절망하는 시민들에 대한 의무감 때문입니다., 정치인으로서, 서울시장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을 방기하는 것에 대한 죄책감, 이런 것들 때문에 시장에 출마하게 됐죠.

그리고, 한국이 경제적으로는 OECD에 가입을 하고, 부자클럽에 속하게 됐지만, 점점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습니다. 자살률도 가장 높고, 출산율도 낮아지고, 청년실업은 높아지는 가운데 많은 시민들의 삶이 피폐해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그래도 바닥에서부터 시민들과 함께 희망을 만들어 왔던 활동가로서 정치를 통해 오히려 제대로 바꾸고, 예산을 제대로 쓰고, 권력을 제대로 행사하면 정말로 많은 사람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겠다라는 판단을 했던 거죠.

바버: 시장님의 정치적 정체성은 무엇인지요. 시장님은 정당에 소속돼 있습니까? 그렇다면 그런 정당 이데올로기가 시장님이 시장직을 수행하는데 있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나요.

시장: 저는 무소속으로 출마를 해서 무소속으로 당선이 됐죠. 다시 말씀 드리면, 정당원은 아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당시 선거 상황상 야권의 여러 정당들의 연합으로 도움을 받았기 때문에 당선이 된 다음에는 ‘민주당’이라고 하는 야당의 한 정당에 가입을 일단 하긴 했습니다. 그렇지만 기본적으로 ‘시민의 대표’라는 관점에서 정당의 이해관계보다는 시민의 이해를 대변하는 입장에 있어야 한다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는) 시민사회에서 시민활동을 하면서 제 인생을 마치고 싶었던 사람이었기 때문에 정치적인 커리어로 시장이 된 것이 아닙니다. 제가 평소에 활동가로서 꿈꿔 왔던 많은 일들을 시장직을 수행하면서 실현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서울은 1000만이 사는 대도시입니다. 서울은 1950년대 한국전쟁의 폐허로부터 가장 현대적인, 또 선진화된 도시로 거듭나게 됐죠. 그것은 한국 관료제의 성취고 성과입니다. 그만큼 관료제라는 것이 안정적으로 발전해 왔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지금 이 단계에서 그에 대한 불만이라든지 개선의 요구도 상당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말씀 드리면, 지난 20세기의 성장일변도에서 벗어나, 21세기는 시민들에게 삶의 질과 행복을 가져다 주어야 하는 시대적 상황이 된 것입니다. 새로운 그런 면에서 시민이 중심이 되고, 시민의 주도로 사회가 바뀌어야 되는 패러다임 시프트(paradigm shift)의 단계에 와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사회의 변화를 만들어 내는 ‘체인지 메이커’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제 신념은 시장 혼자서 이런 변화의 주체가 돼서는 안된다는 점입니다. 아무리 시장 한 사람이 창조적 발상이나 재능을 갖고 있더라도 그보다는 일반 시민들의 생각과, 시민들의 실천이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시민의 눈높이, 시민의 참여, 시민이 주인이 되는 행정, 그런 정치가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저는 시민들이 스스로 ‘체인지 메이커’, ‘변화의 주체’가 되도록 사회 구조를 바꾸어 나가는 ‘체인지 메이커’가 되겠다는 것입니다.

바버: 훌륭합니다. 그것이 바로 제가 주창하는 강한 민주주의, 참여 민주주의의 이론입니다. 정치적 지도자들이 시민들에게 권한을 주어(empower) 사회에 참여하고 변화를 이끌어 내도록 해야 합니다. 뉴욕 시장, 보고타 시장, 슈투트가르트 시장 모두 시장님과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정당은 단지 할 일을 하는 데 있어서 백그라운드와 같다는 것입니다.

관련 질문을 하나 드리겠습니다, 시장님께서 정책적 결정을 내리실 때 그 결정의 기준은 사회주의 혹은 시장중심주의처럼 어떤 추상적인 정치적 원칙이나 이데올로기에 따르는 것입니까, 아니면 직면한 현실에 대응해 실질적이고 실용적으로 문제를 풀기 위한 니즈(needs)에 좌우되는 것입니까.

시장: 저는 기본적으로 어떤 결정을 하든 간에 그 사람의 원칙과 비전과 철학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것은 사회주의냐 자본주의냐 하는 이데올로기가 아닙니다. 시민의 이익이라는 관점이 가장 중요한 철학이고, 비전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람이 세상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숲도 봐야 하고 숲 속에 있는 나무도 봐야 합니다. 큰 원칙이나 비전이나 철학도 가져야 하지만, 또 동시에 그것이 정말 현실 속에서 시민들의 가슴에 와 닿는 결정을 하려고 하면, 그 만큼 굉장히 실리적이고 실용적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죠.

한국사회는 그 동안 자본주의의 성장에 따라서 신자유주의에 포획돼 기업들은 굉장히 커졌지만, 거기에 속해있는 일반 시민들의 삶은 굉장히 피폐해지고 작아졌습니다. 그래서 이런 신자유주의적인 폐해를 극복하는 것이 시장으로서의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한국사회는 대기업, 재벌기업이 지배하는 사회이기 때문에 중소기업 보호라든지, 자영업자, 소상공인들의 보호, 특히 전통시장에서 21세기적인 새로운 상품을 생산하거나 유통하는데 제대로 역할을 못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호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또한 미국도 마찬가지일텐데 무엇보다도 지금 99:1이라고 하는 상황 속에서 사회적 격차가 심해지고 있습니다. 사람들 사이의 격차를 줄이고, 그래서 절망에 빠진 사람들을 돌보는 것이 시장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바버: 바로 다음 질문과 관련 있는데, 서울에서 불평등 문제는 얼마나 심각합니까. 그리고 그런 불평등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시는지.

시장: 사실 이 문제가 여러 가지 쉽지 않은 과제들을 남기고는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문제를 창조적인 사고방식으로 극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무엇보다도 적절한 예산의 배분이라는 것이 중요한데, 과거에는 성장이라든지, 개발이라든지, 큰 인프라를 만드는 일에 주로 돈이 쓰여졌다면, 지금은 이런 것은 어느 정도 됐기 때문에 복지라든지 구체적인 삶의 질을 높이는 쪽으로 예산 배분을 잘 하는 것이 일단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바버: 지난주 뉴욕에서는 한 보고서가 발간되었는데, 상위 20%가 버는 돈이 최하위의 무려 40배에 달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엄청난 빈부격차입니다. 생산성 증가와 부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미국 도시들에서는 상황이 더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 더 나빠지고 있습니다. 서울의 상황은 구체적으로 어떤가 궁금합니다.

시장: 사실 빈부격차는 세계 여러 나라가 직면하고 있습니다. 서울에는 25개의 자치구가 있는데, 그 중 싸이의 ‘강남스타일’에도 나오는 ‘강남’이라고 하는 아주 부자지역과 나머지 ‘강북’ 지역은 뉴욕만큼 심각하진 않지만 6배나 격차가 납니다. 특히 다음 세대까지 이어지는 교육의 격차가 더 심해지는 것이 문제이고, 평균수명도 자치구별로 약 10년 정도 차이가 있을 정도로 심각합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시는 시장이나 주요 간부가 결정을 내리기 보다는 참여예산제 등을 도입해 시민들이 스스로 예산 분배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또 명예부시장을 둬서 이분들의 의견이 직접적으로 시정에 전달되도록 하는 등의 참여제도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격차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 매우 중요한 수단과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런 방식으로 좀 더 혁신적이고 창조적으로 일하기 위해서 시장직속으로 ‘사회혁신기획관실’을 두고, 이런 많은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 갈등조정관 제도를 두어서 사전에 갈등들이 해결되도록 하고 있습니다.

바버: 혹시 불평등을 해결하는 데 있어서 자원과 자산의 부족이 문제가 되지는 않는지요. 미국의 경우 많은 도시들이 세입이 없고 자산이 부족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호의적인 뜻을 가진 시장일지라도, 아무리 열심히 일하는 시의회일지라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자산이 없이는 어려울 수밖에 없지 않습니까.

시장: 너무 정확히 지적하셨습니다. 서울도 그러합니다. 우선 새로운 세금을 만드는 과세권을 중앙정부가 다 가지고 있습니다. 미국이나 유럽의 도시들과는 달리 한국의 경우 중앙정부가 훨씬 막대한 권한을 가지고 있습니다. 서울시의 경우 재정적자가 많고 남아있는 시유지 땅도 적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예산을 많이 투여하지 않고도 부족한 자원을 잘 활용할 수 있는 창조적인 아이디어, 효율적인 사용이 중요합니다.

바버: 보고타 시장은 유머를 잘 구사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재미있는 복장을 입고, 거리의 시민들에게 어필하곤 했습니다. 시장님께서도 유머가 시민들과 소통을 함에 있어서 유용한 도구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아니면 시장으로서 계속 진지하게 남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시장: 저도 가끔은 춤도 추고 합니다(웃음), 시민들에게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하는데, 또 사람들은 뭐라 할까.. 재미있는 모습을 보면, 가끔 언론 등은 신중하지 못하다고 비판을 하기도 합니다. 시장이라는 직책이 참 힘들다는 것을 깨닫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시민들에게 많은 즐거움을 주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시민들에게 직접적으로 다가가는 데는 역시 SNS가 좋아서 트위터를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지금 트위터 팔로워가 57만 명인데, 많은 젊은이들과 절망적인 상황에 놓인 사람들이 위로를 받고 싶어 합니다. 어제 저녁에도 사람들에게 위로의 말들을 써주고 왔습니다.

바버: 굉장히 인상적입니다. 저도 57만명의 트위터 팔로워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웃음) SNS가 시민들에게 다가가기 좋은 매개체라는데 저도 동의합니다. 다음 주제는 도시들 간 네트워크입니다. 잘 아시다시피, 도시들이 점점 더 어떤 형태로든 글로벌 네트워크의 일부분이 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를 다루는 세계도시기후정상회의(C40)라든지 ‘시와 시장의 국내 및 국제 네트워크’ 같은 것들도 생겨났습니다. 서울도 이런 국제적 혹은 지역적 네트워크의 회원입니까.

시장: 네. 서울은 C40의 멤버이기도 하고, 그 외에도 메트로폴리스(Metropolis) 라든지, 시티넷(CityNet) 같은 그룹에도 가입하고 있습니다. 특히, 세계전자도시협의체 (WeGo)에는 의장도시로 되어 있고, 또 최근에 뉴욕+20 회의에 참석했을 때는 기후변화세계시장협의회(WCCC)의 의장으로 선출이 됐습니다. 또 서울시는 전 세계 30여 개 정도의 주로 수도들과 자매도시를 맺고 있습니다.

바버: 도시간의 네트워크는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국경을 넘어 협력하고 혼자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협업을 통해서 해결하는 것은 사실상 주권국가보다는 도시가 훨씬 더 효과적입니다. 국가들은 주권이 있기 때문에 행동하는 취하는데 방해가 됩니다. 그러나 도시들은 주권주체가 아닙니다. 협업하고 협력하기 훨씬 더 좋은 위치에 있는 것입니다.

시장: 저도 기본적으로 박사님과 생각을 많이 같이 하고 있습니다. 독립된 주권을 가진 국가들의 경우에는 아무래도 민족이라고 하는 것 때문에 이해관계가 상당히 대립될 가능성이 많습니다. 지금 한국, 일본, 중국은 영토분쟁이라든지, 통상 이익 때문에 갈등도 일으키는데, 그 대신 일반 시민들이라든지 도시는 그런 이해관계로부터 비교적 자유롭기 때문에 도시간 교류가 활성화되는 것은 그만큼 상호 번영과 이해를 정제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옛날부터 ‘지역 대 지역’(local to local), ‘사람 대 사람’(people to people)이라는 개념을 주창하고 다녔습니다. 특히 일본과 한국의 경우에는 역사적으로 식민지 관계였기 때문에 국민감정이 좋지 않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민들 사이에는 굉장히 서로 네트워킹이 강했고, 그럼으로써 서로 평화나 상호 협력을 위한 관계가 높았습니다.

그 외에도 도시간 교류가 중요한 것은 첫째는 상호 벤치마킹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한 도시가 이룩한 성취와 시행착오를 우리는 곧바로 배울 수 있고, 글로벌 지구촌 사회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한 도시의 실험이 다른 도시에 바로 좋은 경험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중요한 것은 청소년, 젊은 세대들의 교류인데, 왜냐면 이 세대야 말로 다음 세대의 협력을 좀 더 지속적으로 이끌어 갈 주체이기 때문입니다.
바버: 그렇습니다.. 젊은 세대는 음악을 통해서, 인터넷을 통해서, 여행이나 유학 등을 통해서 기성세대보다는 훨씬 더 수월하게 국경을 넘나들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기성세대들은 아직도 애국주의적인 문화 프레임워크에 갇혀있는 것 같은데 말이죠.

특히 제가 이번 책을 통해 제안을 할 내용 중 하나는 시장들과 도시들로 구성된 ‘글로벌 국회’를 만들자는 것입니다. 물론 자발적인 모임이고 입법권한이 없겠지만 그동안 국가들이 해내지 못했던 문제들을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시장님 의견은 어떤가요. 너무 지나친 생각일까요, 아니면 현실적으로 이룰 수 있는 비전일까요.
시장: 처음에는 한 지식인의 꿈에 불과했던 EC(European Community)도 지금은 유럽의 입법과 인권, 사법 권한까지 행사하고 있는 초국가적인 연합체가 되지 않았습니까. 물론 ‘글로벌 국회’란 개념이 쉽지는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런 다양한 다자간 협약기구와 도시간의 연합이 계속 발전해가면 언젠가는 좀 더 전 세계적인, 글로벌한 연합체가 좀 더 만들어 질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그리고 아까 말씀 드린 것처럼 서울시는 잿더미로부터 성장한 도시이기 때문에 우리는 굉장히 많은 시행착오와 경험을 했습니다. 이런 것을 우리 뒤에 오고 있는 제 3세계의 도시들에게 전수해주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지금 서울시는 제 3세계 발전기금도 확대하고 있고, 제 3세계 관료들도 초청해서 시찰을 하게 하고 있습니다. 또 좀 더 나아가서는 도시의 인프라, 도시 상하수도라든지, 대중교통이라든지, 이런 것들 것 지원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이런 것들을 통해서 많은 도시들이 함께 서로 보완하고 협력함으로써 서로 상생하고 윈윈할 수 있는 관계로 만드는데 서울시와 저도 큰 역할을 할 생각입니다.

바버: 굉장히 중요한 말씀입니다. 아시다시피, 제3세계의 메가시티들이 급격히 성장하면서 큰 사회적 불평등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대부분 이들 도시의 인구는 1000만~1500만에 합니다. 중국의 경우, 최근 몇 년 사이에 100만 인구를 가진 도시들이 100개나 생겨났고, 아프리카와 남미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시행착오를 극복한 도시들의 경험 공유가 절실히 필요합니다.

글로벌 국회는 타 도시에게 이래라 저래라 명령하는 독립체가 아니라 어려움을 이미 극복한 도시들이 자신들의 선진사례와 경험을 공유함으로써 협업을 통해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는 기구가 될 것입니다.

시장: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바버 교수님이 서울에 오시면 우리가 기꺼이 여러 편의를 제공할 용의가 있습니다. 시티넷은 UN의 제안으로 만들어진 기구인데, 내년 3월 사무국이 서울로 이전해 오기로 돼 있습니다. 시티넷과 함께 연계해 글로벌 국회 논의를 진행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바버: 저 정말로 서울로 갈 수도 있습니다. (웃음) 사실 글로벌 국회에 대해 이미 매우 구체적인 안을 갖고 있습니다. 뉴욕시장과 얘기를 나눴고, 슈투트가르트시장과도 얘기를 나눴습니다.

지금 저는 내년쯤 서울에서 이 아이디어에 관심을 가진 몇몇 시장들이 모이는 모임을 개최해보면 어떨까 하는 구상을 하고 있습니다. 뉴욕시장은 현재 선진사례 관련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전세계적으로 확대하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각 지역을 대표하는 5~6개 도시 시장들이 모여 글로벌 국회를 만드는데 필요한 사무국을 만들기 위한 방안 등을 논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시장님이 허락하신 것으로 알고 제가 시장님께 정식으로 서한을 써서 제안을 드리겠습니다.

특히 미국이나 유럽이 아닌 한국·중국·아프리카·남미의 도시들이 중요한 역할을 해주면 좋겠습니다. 저에게 있어 서울은 그 중에서도 특히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서울은 미국과 특별한 관계를 맺고 있으며, 중국과도 특별한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또 한국전쟁의 아픔을 딛고 50년만에 압축성장을 경험한 도시입니다. 제3세계에서 제1세계로 변모해 양쪽 세계를 다 알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서울의 리더쉽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래서 시장님이 저와의 대화 요청에 응해줬을 때 매우 기뻤습니다.

시장: 박사님이 아까 말씀하셨던 것처럼 시장은 한 국가의 대통령보다 나을 수 있습니다. 우리는(시장들은) 일반 시민들의 삶을 대통령보다는 좀 더 가까이 볼 수 있는 위치에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취하는 방법은 문제를 해결하는데 좀 더 합리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바버: 저도 오랫동안 시민운동가로 활동했는데, 시민운동가 출신 시장님과 대화하는 것은 저에게 있어서 매우 흥미로운 일입니다. 제 경험상 도시의 시장들이 대통령이나 총리들보다 훨씬 더 이해 수준이 높은 것 같습니다. 시장들은 자신들이 누구이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매일 쓰레기 치우는 일 등)에 대한 사실적 이해가 높기 때문에 글로벌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그러할 것이라고 사료됩니다. 특히 저는 서울과 평양과의 관계가 궁금합니다. 서울시-평양 관계가 북한당국-한국정부 관계보다 더 좋은지요.

시장: 제가 시장으로 취임한 후 평양시에 축구대회를 제안했습니다. 물론 중앙정부간에는 (교류를 추진하기에) 좀 문제가 있고 어려움이 있습니다. 하지만 박사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서울과 평양은 이런 스포츠 행사를 (중앙정부 보다는) 좀 더 쉽게, 더 평화적인 방법으로 추진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바버: 허락하신다면, 시장님 보좌관들과 접촉해서 내년 서울에서의 회의 개최 가능성에 대해 추후 논의를 계속 하겠습니다. 뉴욕도 아니고 런던도 아니고 베이징도 아닌 서울에서 한다면 훌륭할 것입니다. 서울은 어려운 과거를 겪으면서 많은 것을 경험하고 이제는 시민운동가 출신의 시장을 가진 도시입니다.

시장: 오늘 대담은 매우 즐거웠습니다. 박사님이 원하시는 것을 파악해서 협력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지속적으로 연락을 취하고 기회가 되면 박사님을 서울에 초대해서 이 주제와 제안에 대해 좀 더 진지하게 논의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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