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개발 불길·남극 펭귄 떼죽음…지구 지키기 힘 모아야”

2012.09.27 21:20 입력 2012.09.27 23:31 수정

‘지구의 눈물’ 시리즈 연출한 김진만 PD, 에세이집 내

환경 다큐멘터리 ‘지구의 눈물’ 시리즈 <아마존의 눈물>과 <남극의 눈물>을 연출해 큰 반향을 일으킨 MBC 김진만 시사교양국 PD(41·사진)가 최근 에세이집 <오늘도 세상 끝에서 외박 중>(리더스북)을 출간했다. 3년간 지구 다섯 바퀴를 돌며 취재 과정에서 겪은 지구 환경 이야기를 담았다.

그는 처음부터 환경에 관심이 있었던 건 아니라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일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눈을 뜨고 마음을 열게 되었어요. 고생하면서 취재를 하고 방송을 하는 건, 환경에 대한 문제일수록 다수가 공유하면서 함께할 때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거란 생각에서였습니다. 이번 책 출간 또한 그 연장선입니다. 환경에 대한 문제는 한두 번의 얘기로 끝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김 PD는 목숨을 건 긴 여정 끝에 아마존에 들어갔다. 하지만 기대와 두려움을 안고 처음 만난 부족의 첫인상은 실망스러움 그 자체였다.

“아마존 개발 불길·남극 펭귄 떼죽음…지구 지키기 힘 모아야”

“도시 빈민의 느낌이랄까, 이미 문명이 들어와 있었고 원시부족의 모습을 발견하기 쉽지 않았어요. 플라스틱과 기름 오염으로 벌레가 들끓었습니다. 활 대신 총으로 사냥을 하고, 오토바이를 탈 줄 알고 티셔츠를 입어야 멋쟁이라고 통할 만큼 진화하고 있었습니다.”

목재와 금 등 풍부한 천연자원 탓에 이곳에서도 개발논리로 인해 부족민들의 삶은 뒷전이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목장을 만들기 위해 아마존은 불타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아마존강의 유역은 700만㎢로 미국 대륙과 비슷한 크기입니다. 그런데 이 아마존이 야금야금 사라지고 있습니다. 하루도 불이 나지 않는 곳이 없습니다. 심한 경우 한 달에 축구장 3만 개 면적의 숲이 재가 됩니다.”

아메리칸 인디언과 대만의 고산족들이 그랬던 것처럼 아마존 원주민들도 자신들의 땅을 내주고 보호구역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한다. 정부 보조금으로 겨우 연명하면서 민속촌의 구경거리로 전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원 개발을 무조건 막을 수는 없지요. 하지만 전 지구적으로 힘을 모아 브라질이 아마존을 보호할 수 있도록 원조를 하는 방법 등 환경의 선각자들이 머리를 맞대면 보존과 개발의 접합점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김 PD는 남극대륙에서 월동(越冬)한 최초의 한국인이기도 하다. 세상의 끝, 남극은 신이 허락해야 발을 디딜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하늘을 날고, 땅 위를 걷고, 배를 타고 도착한 남극에서 그가 마주한 것은 불편한 진실이었다.

“솔직히 남극은 환경 변화가 별로 없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남극은 아마존처럼 눈에 보이는 고통이 없을 줄 알았는데 이미 눈물을 흘리고 있더라고요. 조류콜레라로 턱끈펭귄 1000마리가 떼죽음을 당하고, 사람들을 따라온 쥐와 토끼가 엄청나게 늘어나 생태계를 교란시키고 있어요.”

최근 여러 나라들이 앞다퉈 남극에 기지를 세우면서 연구목적이라고 하지만 그가 보기엔 영유권 확보에 불과하다.

“남극 조약권이라도 제정해 전 지구적인 보호가 절실합니다. 우리가 종이컵을 쓰고 있을 때 지금 남극의 빙산은 계속 녹아내리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그래서 그는 요즘 종이컵 사용을 자제하려고 노력한다. 목장과 콩 농장이 아마존 파괴의 주요 원인임을 알기에 육식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다.

대학 재학 중 고시 준비를 하던 그는 당시 ‘쌀집 아저씨’로 잘 알려진 MBC 김영희 PD의 강연을 듣고 PD가 되기로 마음먹었다고 한다. 96년 MBC에 입사한 후, <피자의 아침> <우리시대> <네버엔딩 스토리> <최민수 죄민수 그리고 소문> <휴먼다큐 사랑-로봇다리 세진이> 등을 연출했다.

“아무리 평범한 사람이라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세상에는 단 하나뿐인 역사를 가지고 있어요. 우리가 살아가는 평범한 인생 속에도 기록되고 있지 않은 수많은 휴먼 다큐멘터리가 존재하죠. 자연도, 동물도, 환경도 마찬가지입니다.”

냉탕과 열탕인 아마존과 남극을 오가며 아마존의 원시부족인 조에족과 황제펭귄을 마주한 기억을 떠올리면 지금도 가슴이 벅차오른다는 김 PD는 “아주 멀리 있지만 분명한 건 그들이 엄연히 지구에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들이 자연에 순응하며 전통 방식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생태환경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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