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병사가 내무반 문 두드릴 때까지도 탈북 사실 몰랐다

2012.10.10 21:53 입력 2012.10.11 00:30 수정

“CCTV로 신병 확보” 거짓말… 경계태세 심각한 허점 드러내

북한군 병사가 지난 2일 탈북해 육군 22사단 GOP(일반전초) 소초로 들어오는 과정에서 군의 경계태세에 심각한 허점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군 병사가 경계 철책을 넘어와 최전방 군 생활관(내무반) 문을 두드릴 때까지 아무도 그의 움직임을 파악하지 못했다. 소초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를 보고 신병을 확보했다는 군의 설명도 이틀 만에 거짓인 것으로 판명됐다.

군 관계자는 10일 “합참의 전비태세검열실에서 확인한 결과 귀순자(북한 병사)가 소초(생활관)의 문을 두드리고 우리 장병들이 나가서 신병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비무장한 북한 병사는 남측 장병 3명이 나가자 “북에서 왔다. 귀순하겠다”고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병사가 수류탄이나 총기를 들고 와 공격하려 했다면 이 GOP의 한국군 병사들은 모조리 몰살당할 뻔했다.

군 당국의 조사 결과 이 북한 병사는 지난 2일 오후 8시쯤 비무장지대(DMZ)의 북측 철책과 전기 철조망을 통과했고 오후 10시30분에는 3~4m 높이의 남한 측 철책을 타고 넘었다. 군 관계자는 “북한 병사는 불빛을 따라 소초 건물로 이동해 소초 문을 두드렸고 이에 장병들이 오후 11시19분쯤 그의 신병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최전방 GOP는 소대원들이 생활하는 공간으로 상황 근무자, 불침번 근무자가 야간에 경계를 하고 있다. 소초에서 직선거리로 10m가량 떨어진 철책에도 경계근무를 서는 병력이 따로 있다. 당시 GOP 장병 40여명 가운데 15명이 철책 경계에 투입됐다. 나머지는 잠을 자거나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군사분계선 바로 아래쪽 최전방 경계초소(GP)와 그 다음의 3중 철책망, 그리고 GOP 등에 모두 경계근무 병사들이 있었지만 이들 모두 북한군 병사가 스스로 모습을 드러낼 때까지 어떤 움직임도 포착하지 못했다. 50분 가까이 북한군 침입 사실을 전혀 몰랐던 것이다.

북한 병사가 내무반 문 두드릴 때까지도 탈북 사실 몰랐다

더구나 이날은 강원 강릉 경포대 앞바다에서 북한 잠수정으로 추정되는 물체가 발견됐다는 신고가 접수돼 인근 부대 전체에 경계태세 강화 명령이 내려진 상태였다. 평상시보다 더 철저하게 주변 정찰을 나서야 했던 상황에서 이 부대는 GP와 3중 철책, GOP에 설치된 CCTV조차 제대로 관찰하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이에 앞서 군 당국은 당시 GOP 소초 인근까지 내려온 북한군을 생활관 밖에 설치된 CCTV를 통해 확인하고 신병을 확보했다고 발표했다. 정승조 합동참모본부의장은 지난 8일 열린 국회 국방위 국정감사에서 “CCTV를 통해 신병을 확보했다”고 답변했다. 정 의장은 10일 오전 국회 국방위에 당시 발언이 잘못됐다면서 합참 전비태세검열실의 조사 내용을 다시 전화로 설명했다. 군 관계자는 “해당 부대에서 CCTV를 통해 확인했다고 최초 보고해와 합참도 모르고 있었다”면서 “해당 부대에서 어떻게 그런 보고를 했는지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최근 들어 군의 최전방 경계에 허점이 있음을 노출하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강화도 쪽에서 북한을 탈출한 병사가 민가에 나타났다. 조사 결과 군 경계에 허점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나 이 부대에 대한 표창이 취소됐다. 이번에 경계 허점이 드러난 22사단은 1999년과 2009년에도 민간인이 철책에 구멍을 뚫고 월북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2006년 6월에는 북한 병사 1명이 중부전선 비무장지대 철책을 통과한 뒤 나흘 동안 남측 지역을 돌아다니다 주민 신고로 붙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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