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류성 식도염 치료제, 장기복용만큼 선택도 중요

2012.11.29 20:50

고릭 부르너·김재규 교수에게 듣는 원인과 치료법

“신물이 넘어오는 역류성 식도염은 생활습관 교정과 꾸준한 약물 복용으로 충분히 치료할 수 있습니다. 심혈관질환이 있거나 고령자, 장기 복용자들은 치료제 선택에 주의해야 합니다.”

최근 한국을 비롯해 주요 국가에서 역류성 식도염 환자가 늘고 있다. 잘못된 식습관 및 체중 증가와 고령화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서구 국가들은 대부분 3~4%의 유병률을 보이고 있다. 한국은 5~6%로 이보다 높다.

세계 최장인 15년간 역류성 식도염 치료제 임상연구를 이끌어 온 독일의 고릭 부르너 박사(73·하노버 의대 명예교수)가 지난 22~23일 대한소화기학회 주최의 ‘2012 서울국제소화기병 심포지엄’ 강연을 위해 한국에 왔다. 대한소화기학회 학술이사인 중앙대병원 소화기내과 김재규 교수와 함께 부르너 박사를 만나 최근 증가하고 있는 역류성 식도염의 원인과 관리, 치료법을 알아봤다.

역류성 식도염 치료 및 연구의 권위자인 고릭 부르너 박사(왼쪽)와 대한소화기학회 김재규 학술이사가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역류성 식도염 치료 및 연구의 권위자인 고릭 부르너 박사(왼쪽)와 대한소화기학회 김재규 학술이사가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항혈소판제 복용하는
심장질환자는 더 조심

▲‘헬리코박터’ 보균자는
치료 후 복용해야 안전

부르너 박사는 “체중이 늘어나고 배가 나오면 하복부의 압력이 높아져 위산이 식도 쪽으로 쉽게 넘어오게 되고, 노인들은 위 괄약근 조직이 약해지기 때문에 위산 역류의 문제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한국에서 내시경이 일반화되어 외국보다 역류성 식도염 진단율이 높고, 생활 패턴이 서구화되는 속도가 빨라 다른 나라보다 유병률이 더 빠르게 늘어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두 교수의 지적대로 역류성 식도염의 주요 원인은 그릇된 생활 및 식습관이다. 대체로 기름진 음식 섭취와 과식·야식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예방을 위해선 야식을 금하고 식사량, 특히 저녁식사의 양과 술자리를 줄여야 한다. 식후 바로 눕는 것은 나쁘다. 음식과 위산이 쉽게 역류하기 때문이다. 또 적절한 운동을 병행해 체중과 허리둘레를 줄이는 것도 중요하다.

침대나 이불을 발부터 머리쪽으로 높아지게(15㎝ 정도) 해주면 잠자는 동안 위산이 역류하는 것을 상당히 막을 수 있다. 높은 베개나 상체만 높이는 것은 큰 도움이 되지 않으며 몸 전체의 각도를 조절해야 효과가 있다.

1977년부터 역류성 식도염 연구를 진행해 왔고, 역류성 식도염 치료제의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해 15년간의 장기 연구프로젝트를 이끈 부르너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쓰이는 최신 약물인 PPI제제(위산억제제)는 기적의 치료제라고 할 정도로 효과가 뛰어나고 부작용이 적은 약물”이라며 “3일만 투여해도 효과가 있지만 역류성 식도염 자체가 재발이 잦고 생활습관 교정이 필요한 질환이라 완치에 이르기가 어려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건강]역류성 식도염 치료제, 장기복용만큼 선택도 중요

이에 따라 장기적으로 치료제를 복용해야 하는 경우가 늘어나는데, 함께 복용하는 다른 약과의 상호관계 등 안전성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실제로 심장질환 치료 및 예방을 위해 항혈소판제를 복용하는 환자나 고령층에서는 일부 역류성 식도염 치료제가 항혈소판제의 약효를 떨어뜨릴 수 있다. 항혈소판제의 약효가 떨어지면 급성 심근경색 발생 등 위험한 상황이 생길 수 있다. 국내외 연구에 따르면 역류성 식도염 치료제 중 판토프라졸 성분의 약은 항혈소판제의 약효를 저해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르너 박사는 “현재 판토프라졸 제제 이외의 약제는 심장질환, 관상동맥질환에 상용하는 저용량 아스피린이나 항혈소판제의 약효를 떨어뜨린다”고 설명했다. 위 안에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균이 있으면 PPI제제가 장기적으로 위축성 위염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나 제균 후 투여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덧붙였다.

부르너 박사와 김 교수는 역류성 식도염의 재발이 잦은 이유로 환자들의 잘못된 약 복용 습관을 이구동성으로 지목했다.

김 교수는 “역류성 식도염 치료제는 식전에 복용해야 하는데, ‘약은 식후 30분’이라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히거나 식전 약 복용을 두려워해 이를 잘 지키지 않는 경우가 많으며 증상이 약간만 호전되어도 임의로 약 복용을 중단하는 사례가 적지 않아 문제”라면서 “처방받은 약은 용법에 따라 정확하고 꾸준히 복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르너 교수 역시 “독일 환자의 15%가 약을 제대로 복용하지 않고 버리고 50%는 약을 제대로 먹지 않는다는 조사결과가 있다”며 “생활습관을 개선하고 치료제를 제대로 복용하는 것이 역류성 식도염 치료에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에서 역류성 식도염 치료제의 건강보험 급여를 받으려면 보통 용량을 8주간 투여한 뒤에는 저용량으로 감량해 유지요법을 해야 하며, 보통 용량을 계속 유지하거나 고용량을 쓰면 100% 본인부담이 적용된다. 이와 관련, 부르너 박사는 저용량에서 시작하는 것보다 고용량으로 증상을 적극 치료한 뒤에 용량을 감량하는 것이 건강보험 재정이나 환자 모두에게 이익이 될 것이라는 견해를 제시했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