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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량진역 명물 ‘컵밥 노점’ 사라질 위기

2013.01.23 21:56 입력 2013.01.23 23:46 수정

값 저렴해 고시생들에 인기… 상인들 민원, 일부 강제철거

서울 동작구 노량진역 일대의 명물 노점인 ‘컵밥집’ 일부가 지역 상인들과 영업권 문제로 갈등을 빚다 끝내 강제철거됐다.

서울 동작구청은 23일 오전 5시30분쯤 노량진역 주변에서 컵밥을 파는 노점 4곳을 강제철거했다고 밝혔다. 구청 관계자는 “지난해 봄부터 수차례 자진철거를 요청했지만 노점 측에서 아무런 개선 노력을 보이지 않아 불가피하게 철거했다”고 밝혔다.

철거된 노점 주인 김모씨(50)는 “이 장사를 하지 않으면 남편도 없이 혼자 세 아이를 먹여살릴 수 없다”며 “이렇게 막무가내로 철거를 하면 없는 사람들은 굶어 죽으라는 거냐”고 항의했다.

서울 노량진역 인근 ‘컵밥’ 노점 상인들이 23일 동작구청 측이 새벽에 강제철거한 포장마차의 집기들을 정리하고 있다. | 홍도은 기자  hongdo@kyunghyang.com

서울 노량진역 인근 ‘컵밥’ 노점 상인들이 23일 동작구청 측이 새벽에 강제철거한 포장마차의 집기들을 정리하고 있다. | 홍도은 기자 hongdo@kyunghyang.com

노량진역 인근의 컵밥집들과 인근 상인들 사이의 갈등은 수년 전부터 계속돼 왔다. 노점상들이 김치볶음밥과 오무라이스 등을 컵에 담아 파는 일명 ‘컵밥’을 2000~3000원에 팔아 고시생들의 인기를 독차지하면서 매출이 줄어든 인근 상인들의 불만이 커졌다. 노량진역 주변의 식당 상인들은 “불법적으로 운영되는 컵밥 노점 때문에 영업권 침해를 받는다”며 지난해부터 구청에 지속적으로 민원을 제기해왔다.

노량진역 인근에서 밥집을 하는 김모씨(44)는 “컵밥집들이 들어선 이후 학생 손님이 줄면서 매출이 50%가량 감소했다”며 “컵밥 가격에 맞춰 음식을 팔면 가게세도 못 낸다”고 말했다.

현재 노량진 일대에는 50여개의 노점이 있는데 이 중 상당수가 컵밥집이다. 나머지 컵밥집도 오는 31일 이후 강제철거될 것으로 보인다.

구청 관계자는 “이번 강제철거는 가장 민원이 많이 제기된 곳에 우선적으로 실시한 것”이라며 “도로변에 있는 다른 노점들에도 31일까지 자진철거를 하라고 통보했다”고 말했다.

양용 민주노점상전국연합 노량진 지역장은 “노점상들에게는 생존권이 걸린 문제여서 막무가내 철거는 안된다”며 “민노련에 소속된 노점들은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영업시간을 정해놓고 인근 식당들과 같은 품목은 팔지 않는 등 나름의 도리를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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