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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개발 사업 전두환 차남, 세입자에 “10원도 못 줘, 나가라”

2013.01.24 06:00 입력 2013.01.24 10:52 수정

상가 보상금 안 주려 리모델링 핑계… 건물 5곳 ‘마찰’

전두환 전 대통령의 차남 전재용씨(49·사진)가 운영하고 있는 부동산 개발업체가 최근 리모델링을 이유로 보유한 건물의 세입자들에게 보상금 한 푼 없이 ‘나가라’고 통보해 마찰이 일고 있다. 졸지에 거리에 나앉게 된 세입자들은 향후 재개발 사업 시 보상금을 주지 않기 위한 전씨 측의 꼼수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문제가 되고 있는 곳은 서울 중구 서소문동 85번지 일대(서소문구역 5지구)다. 이 지역은 1978년 도시환경정비구역으로 지정되면서 꾸준히 재개발 얘기가 나오는 곳이다. 총면적 2914㎡(883평)로 인근에 옛 삼성 본관과 시청역 등이 있어 상권이 좋다.

전재용씨

전재용씨

23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전씨가 대표로 있는 부동산개발 임대업체 ‘비엘에셋’은 2008년부터 이 지역의 노후 건물들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비엘에셋은 당초 이곳에 초고층 업무용 빌딩을 세워 임대사업을 벌일 계획을 세우고 소규모 건물들을 대거 매입한 것이다. 인근의 한 부동산중개업자는 “전씨 회사가 시세의 2~3배가 넘는 돈을 주고 건물들을 매입했다”며 “사들인 건물들의 시세를 합하면 어마어마한 금액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경기불황으로 재개발 사업은 소강상태이고, 재개발 사업 승인도 아직 나지 않고 있다.

비엘에셋의 감사보고서를 보면 이 회사의 지분은 대표이사인 전씨가 30%, 그의 두 아들이 20%씩, 두 딸이 10%씩을 가지고 있다. 전씨 부인인 탤런트 출신의 박상아씨는 지분의 10%를 소유하고 있으며 감사로 등재돼 있다. 전씨 가족 회사인 셈이다.

현재 전씨 회사가 세입자들과 마찰을 빚고 있는 건물은 5개다. 이들 건물에는 분식집과 약국, 선술집, 커피전문점 등 영세 점포 14개가 입주해 있다. 세입자들은 짧게는 1년, 길게는 10여년 동안 장사를 해왔다.

세입자들은 지난해 10~12월 전씨 회사로부터 ‘재계약 불가’ 통보를 받았다. 먼저 건물 관리인이 찾아와 “리모델링 때문”이라며 임대차 갱신계약 연장 의사가 없음을 통보했다. 이후 건물 이전을 예고하는 내용증명과 부동산 점유이전 금지 가처분을 알리는 법원 통지문이 차례대로 날아들었다.

세입자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상가에 입주하며 보증금과 별도로 1억~2억원의 권리금을 지불했지만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 세입자는 집을 담보로 2000만원을 대출받아 인테리어를 했다가 “계약기간이 끝났으니 당장 나가라”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어야 했다. 세입자 ㄱ씨는 “최근에는 비엘에셋이 건물 관리를 용역업체에 맡겨 ‘이사비고 보상금이고 10원도 못 준다. 조용히 나가지 않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고 협박했다”고 말했다. 세입자 ㄴ씨는 “재개발 사업을 위해 몇 배의 돈을 얹어 건물을 사들이면서 가게가 전 재산인 세입자들에겐 한 푼도 주지 않고 나가라고 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이대로는 못 나간다”고 말했다.

세입자들은 비엘에셋이 재계약 불가의 이유로 내세운 리모델링은 향후 재개발을 손쉽게 하기 위한 핑계라고 말한다. 전국철거민연합회 관계자는 “재개발 사업 승인이 떨어지면 세입자들에게 이주비와 영업보상금을 줘야 한다”며 “보상금을 주지 않기 위해 사업 승인이 나기 전에 리모델링을 핑계로 세입자들을 내쫓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향신문은 전씨의 입장을 듣기 위해 비엘에셋 측에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전씨가 외부에 있다”는 답변밖에 들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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