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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식 댓글’ 아고라서도 다수 발견

2013.02.07 06:00 입력 2013.02.07 07:08 수정

김모씨 글과 시기·내용 유사… 조직적 활동 의혹

작성자 대부분 작년 말·올해 초 사이 회원 탈퇴

지난 대선 때 불법선거운동을 한 혐의를 받고 있는 국가정보원 직원 김모씨(29)가 인터넷 커뮤니티 ‘오늘의 유머(오유)’에 올린 글과 내용, 작성 시기·방식 등이 비슷한 글이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의 토론게시판 ‘아고라’에서도 다수 발견됐다. 현재 이 글들 중 대다수는 삭제돼 있거나 글 작성자가 회원 탈퇴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른 국정원 직원들이나 이들과 연계된 일반인들이 주요 인터넷 사이트에서 대선 기간 중 김씨와 비슷하게 정치적인 글을 올린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지난해 12월 국정원 직원 사건이 불거지자 민주통합당은 “국정원은 지난해 11월부터 심리정보국 3개 팀에 70여명의 요원을 배치해 주요 정치·사회 현안에 대해 게재할 댓글 내용을 적시한 이른바 ‘작업지시서’를 하달해 왔다”고 주장한 바 있다.

6일 경향신문이 김씨가 쓴 글의 주요 단어로 검색한 결과 아고라에서 김씨 글과 유사한 정치 관련 글을 작성한 아이디 23개가 확인됐다. 이 아이디들 중 12개는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 사이에 회원을 탈퇴했고, 7개는 글을 삭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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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고라에서 회원 탈퇴했거나 삭제된 글은 지금은 ‘구글링(구글 검색엔진을 이용한 정밀 검색)’으로만 확인할 수 있다. 해당 글들은 대체로 대선을 3개월여 앞둔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작성된 것이다. 이는 김씨가 ‘오유’에서 활동한 시점과 같다.

아고라에 올라온 글의 내용도 김씨의 글과 흡사하다. 김씨의 글은 특정 대선 후보나 정당을 직접 비방하거나 찬양하는 등의 특정 정당 지지자들의 글과 구분된다. 주된 주제가 현 정부와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칭찬이고 절반 이상은 북한 관련 글이다. 아고라에서 발견된 각 아이디의 글들도 유사하게 구성돼 있다. 김씨가 오유에서 쓴 글의 주제인 ‘이명박 대통령 해외순방 찬양’ ‘원전 찬성’ ‘4대강 사업 칭찬’ ‘금강산 관광 재개 반대’ ‘한총련 비난’ ‘제주해군기지 찬성’ 등이 아고라의 댓글에서도 비슷한 시기에 등장한다. 일반 악성 댓글과 달리 비속어를 사용하지 않는 점도 김씨의 글과 문제의 아고라 글의 공통점이다.

김씨는 지난해 11월6일 ‘오유’에 이 대통령의 해외순방에 대해 “48번째 해외순방…정말 대단한 거 같다…칭찬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썼다. 아고라에서 발견된 아이디 ㄱ은 하루 앞선 11월5일 “이 대통령은 이미 48번째 해외순방이라고 하니 참으로 대단하다”고 썼다. 아이디 ㄴ은 11월6일 ㄱ이 쓴 글의 제목만 바꿔 그대로 올리기도 했다. 조직적 활동의 정황도 엿보이는 대목이다. 아이디 ㄷ은 같은 날 “경제에는 임기가 없다고 하셨는데 마지막까지 열심”이라며 이 대통령의 순방 업적을 칭찬했다.

또 김씨가 11월12일 “태국에서 4대강 홍보는 당연한 건데 왜 욕을?”이라는 글을 ‘오유’에 올리자 다음날 ㄱ은 아고라에 “4대강으로 득 볼 일만 남았네!!!”라는 글을 올렸다. 김씨가 12월5일 “난방비 걱정하기 전에”라는 글에서 원자력발전소 반대 운동에 대한 비판의 글을 쓰자 ㄱ은 “원전 반대하는 것들, 전기 공급 끊어버려야 정신차린다”며 유사한 취지의 글을 아고라에 올렸다.

특히 아이디 ㄷ은 김씨의 글과 비슷하게 올린 글이 확인된 것만 6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씨가 11월5일 “홈페이지 폐쇄명령! 속이 다 시원하다!”고 한총련을 비판하자 같은 날 ㄷ은 아고라에 “한총련 홈피 폐쇄를 환영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김씨가 11월16일 “(북한이 개성공단) 입주 업체들에 어마어마한 세금을 강요하고는 이를 내지 못할 경우 재산을 압류하겠다고 나선 것”이라 언급하자 ㄷ은 “북한 개성공단 입주기업에 세금 폭탄, 금강산처럼 몰수하겠다?”라는 글을 남기는 식이다.

아고라에서 활동한 이들 아이디 중 일부는 다른 아이디와 연계되는 기능인 ‘관심 있는’과 ‘관심 받은’ 기능으로 서로 얽혀 있었던 것으로도 확인됐다. ㄱ은 다른 3개 아이디의 관심을 받고 있었는데, 이 중 2개는 역시 비슷한 활동을 하다가 탈퇴한 회원이었다. 나머지 한 개의 아이디는 글이 발견되지 않았으나, 정부 옹호 글을 쓰다 탈퇴한 아이디 5개 등에 관심을 표하고 있었다. 이들 아이디가 협업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드는 부분이다.

경찰은 아직까지 이번 수사를 아고라 등 다른 사이트로 확대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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