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 남자 중심의 노조, 주요 사안에서 여성 문제는 늘 뒷전

2013.05.29 06:00
특별취재팀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으로 대표되는 노동조합은 노동시장에서의 성차별 문제, 비정규직 문제를 주요 과제로 다루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정규직 남성노동자 중심의 노동조합이 비정규직, 최저임금, 성차별 문제 등 여성노동자들이 겪는 다양한 문제를 주변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곽이경 전국여성노조 정책국장은 “2000년대 이후 양대노총이 여성, 비정규직 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여성본부, 성평등미래위원회, 여성위원회를 만들었지만 모성보호문제나 여성의 성과 관련된 문제가 국한돼 다뤄질 뿐, 여전히 노조의 주요사안에서 여성 문제는 배제되고 있다”고 말했다. 여성위원회가 모성보호와 성폭력 문제 등 몇 가지 여성문제만 다루고 여성의 임금차별, 직무차별문제 등은 주요문제로 다루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정규직 남성 조합원 중심이라는 노조의 한계는 고스란히 노동운동에 반영되고 있다. 한 여성 활동가는 “한달에 100만원 남짓으로 사는 여성이나 청년들에게 최저임금 인상은 당사자 문제이지만, 정규직 남성 조합원인 양대노총의 구성원들은 최저임금 문제를 자기 문제로 여기기 어렵다. 양대 노총에서 매년 최저임금 인상을 주장하지만 당사자 문제로 여겨지지 않다보니 노총 내에서는 ‘현실적으로 조합원들을 참여시키는데 어려움을 많이 느낀다’고 토로한다”고 말했다. 유명자 학습지노조 재능교육 지부장은 “여성활동가들이 활동하는데 가장 걸림돌이 되는 것이 조직 내 남성중심적인 문화”라며 “농성 사업장에 가면 남성 조합원들이 연대한 여학생 동지에게 ‘어린 여자애’라고 호칭하거나, 성희롱 발언을 해 문제가 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고 말했다.

여성문제를 바라보는 노조 내의 편견이 근본적인 문제라고 보는 지적도 나왔다.

신경아 한림대 교수는 “그동안 노동조합에서는 계급을 중심으로 한 노동운동이 보편과제로 인식되고 여성운동은 하위, 부문 운동이라고 여겨왔다. 여성노동자들은 1990년대부터 비정규직 문제, 성차별문제를 지적했지만 양대노총에서 여성, 비정규직 문제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급증한 2000년대 이후”라며 “남성중심의 편협한 노동운동 관념과 여성운동은 부르주아적이라는 편견이 현재의 노동운동을 비현실적이고 여성에게 억압적인 것으로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양대노총 관계자는 “여성의 저임금·불안정 일자리 문제가 중요한 화두라는 점에 적극 동의한다”고 밝혔다. 다만 김승희 한국노총 여성본부장은 “여성조합원 수가 전체적으로 너무 적다보니 노동조합에서 여성문제를 주도적으로 끌고 나가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2011년 기준 노조 조합원으로 가입된 여성노동자 수는 39만2000명으로 여성노동자의 노조조직률은 5.3%(남성 13.3%)에 불과하다.

■ 특별취재팀 전병역(산업부)·김재중(정책사회부)·남지원(사회부)·이혜인(전국사회부)·이재덕(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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