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가 수업 중 “전라도는 배반의 땅”… 지역 편향 발언 듣던 여학생 눈물

2013.06.19 06:00 입력 2013.06.19 22:28 수정

“박정희는 위대한 지도자” 찬양도

고교 교사가 수업 중에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편향적 발언을 해 학생이 울음을 터트린 일이 벌어졌다.

지난 3일 경남 사천에 있는 ㄱ고의 2학년 국어 수업시간에 ㄴ교사가 “역사적으로 전라도는 배반의 땅”이라며 “태조 이성계가 죽기 전에 했던 말로 전라도에서는 인재 등용을 하면 안된다”고 말했다고 이 학교 학생이 전했다. ㄴ교사는 “박정희 전 대통령은 위대한 지도자”라며 “박 전 대통령이 이룬 게 많은데 한국 국민들은 그를 비난한다”고 밝혔다. 그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해서는 “마침 그날 기차를 타고 광주에 갔는데 지역감정이 안 좋을 때라서 경상도 말을 하면 맞을 것 같아 말을 안 했다”고 덧붙였다.

수업시간에 이런 얘기가 이어지면서 부모가 광주 출신인 한 여학생 눈에 눈물이 맺혔다. 수업이 끝난 뒤 학생들이 모여 울음을 터트린 여학생을 위로하며 이유를 묻자 “선생님의 말에 상처를 받았다”는 답이 나왔다. 이 교사는 당시 수업 중에 운 여학생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별다른 대응은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학생은 “솔직히 우리 세대는 지역감정이 별로 없는데 지역감정이 섞인 얘기를 하니까 어른들이 갖고 있는 안 좋은 모습을 물려주는 느낌이었다”며 “수업시간에 공개적으로 그런 얘기를 하면 잘 모르는 애들은 선생님이 하는 얘기가 다 맞다고 받아들일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 학생은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단순히 ‘위대한 지도자’라고만 하니까 사이비 종교를 보는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 다른 학생은 “민중 봉기는 진주나 대구 등 경상도에서도 많이 일어났는데 왜 전라도만 그렇게 표현하느냐”며 “객관적으로 사실을 전달하기보다는 비하하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ㄴ교사의 말에는 진위가 의심되는 부분도 있다. 그가 말한 전라도 출신의 인재를 등용하지 말라는 내용은 태조 이성계가 아니라 태조 왕건이 유언으로 남겼다는 훈요10조에 있는 말로 사료로서의 신빙성에 의문을 갖는 학자들도 많다.

이성호 전국역사교사모임 회장은 “진보와 보수 차원을 넘어 교사의 차별적인 언어 구사로 학생이 상처를 받았다면 수업 내용에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ㄴ교사는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교과서에 수록된 작품 중 1980년대에 쓰인 시의 배경을 설명하다가 나온 얘기”라며 “전라도의 인재를 등용하지 말라고 한 것이 잘못됐다는 취지였지 전라도를 비하할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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