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요지경’ 요양병원, 불·탈법 판친다

2014.10.28 16:03 입력 2014.10.28 16:06 수정
헬스경향 김성지 기자

‘장성참사’로 합동단속 143곳 적발

현행법 허점 이용 갈수록 교묘화

최근 인천의 한 요양병원에서 노숙인을 꾀어내 가짜환자로 입원시켜 허위로 요양급여청구를 타낸 일이 있었다. 이 병원 원장은 술·담배 등을 주겠다고 노숙인 300여명을 꾀어 환자로 만든 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15억원의 요양급여를 부당청구했다.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노인들을 이용해 돈벌이수단으로 악용한 이 원장은 법의 처벌을 받게 됐지만 열악한 안전시설과 요양급여 부정수급 등 허술한 관리체계가 빚어낸 참사인 것으로 확인돼 관련 대책의 재정비가 시급한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 5월28일 노인 21명의 생명을 앗아간 전남 장성의 효사랑요양병원 화재사건을 계기로 전국 요양병원에 대한 합동단속을 실시했다. 단속결과 총 143개의 요양병원이 적발돼 394명 검거, 11명 구속, 902억원의 부당청구액이 확인되는 등 요양병원 불법행태가 드러났다.

[긴급진단]‘요지경’ 요양병원, 불·탈법 판친다

특히 이번 단속결과 전국 요양병원 1265곳 중 절반에 해당하는 619곳이 피난통로 미확보, 소화전 불량, 옥상 불법증축, 당직 의료인규정 미준수 등 안전시설이나 의료인력기준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 장성참사처럼 총체적 인재발생가능성이 여전히 존재하는 셈이다.

요양병원의 불법·탈법은 장성요양병원 화재사건으로 부각됐지만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의사면허를 빌린 후 브로커를 통해 환자를 유치, 허위진료하는 병원도 많다. 요양병원의 대표적인 불법행위는 돈벌이 목적의 속칭 ‘사무장병원’이다. 의사면허를 대여 받아 의료기관을 개설한 뒤 브로커를 통해 환자를 유치하고 수십억원 상당의 요양급여를 받아 챙기는 것이다. 노숙인을 가짜환자로 속여 요양급여를 타내거나 찾는 가족들이 없다는 점을 노려 퇴원을 요구하는 환자를 감금·방치해 사망에 이르는 일도 있었다. 의사·간호사 등 의료인력을 부풀려 요양병원평가등급을 높게 받는 방법으로 보험료를 받아가는 것도 주요불법행태 중 하나다.

문제는 불법행태수법이 현행법의 허점을 이용해 갈수록 교묘해진다는 것이다.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인구고령화로 노인복지혜택이 확대되고 요양병원 수요가 늘자 법을 악용하는 사람들도 법을 분석하고 파악해 허점을 노리고 있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합동단속 이후 요양병원규제 강화에 나섰다. 우리나라의 고령화속도를 감안했을 때 요양병원은 앞으로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파악, 지금부터라도 제도를 재정비하고 부실병원 퇴출과 우수병원 육성이 절실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사무장병원은 내부고발이 아닌 이상 파악이 쉽지 않다”며 “요양병원과 관련된 불법행위나 비리를 알고 있다면 적극적으로 신고해 달라”고 말했다. 이어 “요양병원 설립과 안전시설기준을 강화해 우수병원은 육성하고 기준미달병원은 퇴출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나가는 중”이라며 “향후에도 경찰, 국민건강보험공단과의 공조체계를 바탕으로 요양병원의 불법과 비리를 단속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대한노인요양병원협회 윤해영 회장은 “요양병원의 시설과 인력에 대한 안전기준 강화도 중요하지만 투자와 지원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며 “환자안전과 건강권을 위해서라도 규제일변도의 정책만 강요할 것이 아니라 보다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해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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