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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감적으로… 날것에 대한 탐닉, 육회

2014.11.12 21:33 입력 2014.11.12 22:06 수정

서울 광장시장 ‘육회골목’

▲ 값싸게 생고기 질감 즐기려 저녁이면 번호표 들고 긴 줄
일본인 관광객에도 필수 코스
빈대떡·마약김밥과 ‘3미’ 명성… 40년 전통 ‘자매집’이 원조격

빈대떡과 마약김밥, 그리고 육회. 서울 한복판 ‘맛의 천국’으로 이름난 광장시장을 대표하는 3미로 꼽히는 메뉴다. 특히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손님들의 발길이 북적이는 곳은 육회를 파는 식당들이다.

빈대떡, 김밥이야 그렇다고 쳐도 값비싼 한정식집이나 고깃집에서만 맛볼 법한 육회는 재래시장과 썩 어울리지는 않는 메뉴다. 하지만 파격적인 가격과 푸짐한 손맛 덕분에 평일에도 오후 5시면 육회를 안주 삼아 술 한잔 걸치려는 주당들이 모여든다.

서울 종로4가에서 광장시장으로 이어지는 ‘육회 골목’. 육회 한 접시 가격은 1만2000원이다.

서울 종로4가에서 광장시장으로 이어지는 ‘육회 골목’. 육회 한 접시 가격은 1만2000원이다.

‘육회 골목’에서 파는 육회는 고추장에 무쳐 내는 전라도식이 아닌 달콤짭짤한 서울식 양념을 기본으로 한다. 양념한 육회를 채 썬 배와 계란 노른자와 함께 비벼 먹으면 된다. 취향에 따라 기름장을 곁들이기도 한다. | 김정근 기자 jeongk@kyunghyang.com

‘육회 골목’에서 파는 육회는 고추장에 무쳐 내는 전라도식이 아닌 달콤짭짤한 서울식 양념을 기본으로 한다. 양념한 육회를 채 썬 배와 계란 노른자와 함께 비벼 먹으면 된다. 취향에 따라 기름장을 곁들이기도 한다. | 김정근 기자 jeongk@kyunghyang.com

광장시장의 원조 육회 식당은 ‘자매집’이다. 40년 된 이곳이 인기를 끌면서 주변으로 속속 육회 식당이 들어섰고 현재는 아예 육회 골목을 이루고 있다. 종로4가 우정약국과 우리약국 사이로 난 좁은 길이 바로 육회 골목이다. 주말이면 대부분의 육회집들은 번호표를 뽑고 기다려야 할 정도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이곳은 청계천이 복원된 뒤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최근 몇 년 사이에는 외국인 관광객들도 많이 찾는다.

특히 날고기를 즐기는 것으로 알려진 일본인들에게 인기가 좋다. 단체관광객뿐 아니라 개별적으로 자유여행을 오는 일본인 관광객들에게도 반드시 들러야 할 맛집 코스로 알려졌다. 평일에도 식당에서는 육회를 즐기는 일본인 관광객들을 간간이 볼 수 있다. 이곳 육회 식당들도 저마다 일본어로 된 간판과 메뉴를 내걸고 있다. 반면 광장시장에 중국인 관광객이 엄청나게 몰리지만 날고기를 즐겨 먹지 않는 식문화 때문에 육회를 맛보는 중국인 관광객은 많지 않다.

이곳이 사랑받는 이유는 맛있는 육회를 싸게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육회 한 접시가 1만2000원, 간과 천엽도 1만2000원이다. 육회덮밥은 6000원이면 된다. 비싼 한우 대신 육우를 사용하는 것이 가격경쟁력의 비결이다. 물론 육회는 양념보다는 질감을 즐기는 음식이다. 한우와 비교하면 고기의 향과 질감은 떨어지고 특유의 텁텁한 뒷맛이 남긴 한다. 그렇지만 이 가격대에 이 정도 품질을 가진 육회를 다른 곳에서 찾기는 힘들다.

광장시장 상인총연합회 최종철 사무국장은 “대부분 업소들이 아침마다 신선한 국내산 육우를 가져와 낸다”면서 “집집마다 손맛과 양념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고기의 품질은 대략 비슷하다”고 말했다.

육회로 먹는 소의 부위는 연한 속살인 꾸릿살, 우둔, 홍두깨살 등이다. 이 중 양념을 하지 않고 생고기의 질감을 그대로 살려 내는 ‘육사시미’는 꾸릿살 중에서도 가장 좋고 부드러운 부위를 사용한다.

고추장에 무쳐 내는 것이 전라도식 육회 양념이라면 이곳에서 내는 육회는 달콤짭짤한 서울식 양념을 기본으로 한다. 양념한 육회를 채썬 배와 계란 노른자와 함께 비벼 먹으면 된다. 취향에 따라 기름장을 곁들이기도 한다.

육감적으로… 날것에 대한 탐닉, 육회

육회와 함께 곁들이는 싱싱한 간과 천엽.

육회와 함께 곁들이는 싱싱한 간과 천엽.

골목에 들어서자마자 손님을 맞이하는 것은 이곳의 터줏대감인 자매집이다. 골목에 2개의 점포가 있으며 50m 정도 떨어진 북2문 쪽에 3호점이 있다. 올해 일흔다섯인 김민자씨, 예순둘인 김옥희씨 자매가 운영한다. 김민자씨가 ‘자매식당’이라는 이름으로 문을 연 것은 1974년이다.

“그땐 포장마차식으로 이것저것 다 갖다놓고 팔았지. 육회만 한 건 아니었고 밥을 팔았는데 1987년인가부터 육회를 주로 하면서 꾸준히 온 거야. 관광객들이 늘어나고 사람들이 찾아오면서 다른 집들도 늘어났고. 아침마다 육회 양념을 하는데 이젠 힘들어서 못해. 다 동생이 하지.”

원조집답게 사람이 가장 많이 붐비는 곳이다. 이곳이 인기를 끌면서 인근에 형제육회, 창신육회, 다래육회, 부촌육회, 광장육회 등이 생겨 줄지어 서 있다. 저마다 점포 앞에 진열한 쇼케이스에 양념한 육회와 간, 천엽 등을 내놓고 있으며 포장판매도 한다.

우정약국 옆 종로 대로변에는 올 초 우가육회가 큼직하게 새로 문을 열었다. 우가육회는 새로 생긴 식당답게 규모도 크고 메뉴도 많은 편이다. 광양불고기 전문점 등 25년간 외식업에 종사한 이상만 대표는 육수불고기와 뚝배기불고기, 갈비탕 등도 내놓고 있다. 한우육회(2만원)도 따로 판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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