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 의료사고 어떻게 대처할까?

병원은 ‘당당’ 의료사고 환자는 ‘답답’

2014.11.18 14:48 입력 2014.11.18 14:56 수정
헬스경향 이보람 기자

지난 2년간 7만3천여건 상담중 2278건 조정·중재 신청

환자측 입증책임에 소송시간 길어 보상받기도 힘들어

의료사고, 의료분쟁, 의료소송…. 생소하기만 했던 단어들이 대한민국을 뒤흔들며 연일 이슈가 되고 있다. 이에 대한 논란은 지난달 22일 가수 신해철 씨가 장협착수술 후 사망하면서 붉어졌는데 그의 사망원인이 ‘의료사고’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더욱 공분을 사고 있다.

의료사고는 나를 비롯해 누구에게나 벌어질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우리나라의 경우 의료사고가 발생해도 피해자(환자)는 발만 동동 구를 수밖에 없다보니 전반적인 제도개선이 필요한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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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하 의료중재원)에 따르면 2012년 4월부터 올 3월말까지 7만3000여건의 의료사고 상담이 이뤄졌으며 이중 2278건의 조정·중재신청서가 접수됐다. 또 지난해 1분기에만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에 신청된 의료분쟁조정사건만도 233건이었으며 지난해 법원에 접수된 의료사고손해배상청구소송건수는 1100건에 달했다.

문제는 의료사고가 숱하게 일어나는데도 제대로 된 보상이나 중재, 조정 등이 이뤄지는 것은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점. 의료중재원은 2012년 조정개시 192건 중 중재 1건, 2013년 조정개시 551건 중 중재 1건, 2014년 조정개시 637건 중 중재 1건을 처리했다. 조정개시된 1380건 중 3건만이 처리된 셈이다. 소비자원의 의료분쟁상담 3만여건 중 피해구제는 981건, 분쟁조정은 617건으로 결국 보상 받은 사람은 4%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의료사고피해자들이 보상받기 어려운 원인으로 입증책임이 환자(피해자)에게 있다는 점을 꼽았다. 의료사고는 의료기관에서 나오는 진료기록이나 부검결과를 통해 과실여부를 입증해야 하는데 일반인에게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또 형사고소 한다고 해도 수사전담 전문인력도 없다. 게다가 의료소송은 1심판결을 받기까지 보통 2~3년이 걸린다. 승소하는 경우도 20%에 불과하다.

익명을 요구한 의료사고 피해자가족은 “솔직히 신해철 씨가 부러울 정도”라며 “우리 같은 일반인은 의료사고를 당해도 알아주지 않는 것은 물론 피해자가 이리 뛰고 저리 뛰어야만 최소한의 자료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의료소비자연대 강태언 사무총장은 “현실적으로 사고 후 피해자들이 책임을 강력하게 물을 수 있는 제어장치가 전혀 없다”며 “게다가 의료사고를 원인으로 하는 업무상과실죄로 기소되는 경우는 1%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의료사고가족연합회 이진열 회장은 “의료사고로 사람이 죽었는데도 병원에서 한다는 말이 사과나 위로가 아니라 ‘우리가 보상해줄 수 있는 최고한도액은 얼마’라는 말”이라며 “피해자가 가장 원하는 것은 조정이나 중재, 합의보다도 그저 진실규명과 빠른 수습”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의료사고에 대한 정확한 실태조사와 함께 입증책임전환과 보험체계화를 서둘러야한다고 주장한다. 또 의료중재원의 경우 피신청인이 조정절차에 응하지 않으면 신청자체가 각하되는 문제도 법 개정을 통해 해결돼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수술실이나 신생아실, 중환자실에 CCTV, 블랙박스를 설치해 환자에게 최소한의 알권리를 충족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보건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 관계자는 “의료사고가 발생해도 의료기관에 보고의무가 없다보니 어려운 점이 있다”며 “현재 종합병원급 이상에는 사고예방을 독려하는 한편 의료중재원에 접수되는 사례를 분석하면서 의료사고예방 및 환자보호정책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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