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같은 설국, 모차르트와 거닐다… 음악·건축·자연의 도시 잘츠부르크

2015.02.25 21:54 입력 2015.02.25 22:34 수정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은? 성을 세운 주교나 왕이 아니라 모차르트였다. 1년에 모차르트 관련 공연만 133개. 기념품 가게 앞에는 모차르트가 초콜릿 세트를 들고 서 있었고, 모차르트란 카페도 보였다. 모차르트 콘서트를 알리는 벽보도 눈에 띄었다. 모차르트 디너도 유명했다. 모차르트 시대의 복장을 한 공연단의 오페라를 들으며 식사를 하는 프로그램이었다. 그럼 그다음으로 유명한 것은? <사운드 오브 뮤직>이다. 가이드는 가는 곳마다 “여기서 <사운드 오브 뮤직>을 촬영했다”고 했다.

깎아지른 벼랑 아래에 세워진 호수마을 할슈타트. 3000년 전 유적이 발견될 정도로 오래된 소금마을이다.

깎아지른 벼랑 아래에 세워진 호수마을 할슈타트. 3000년 전 유적이 발견될 정도로 오래된 소금마을이다.

잘츠부르크는 음악의 도시다. 모차르트뿐 아니라 지휘자 카라얀을 배출했다. 건축의 도시이기도 하다. 바로크 양식의 건축물이 남아있는 구시가지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다. 자연은? 교외로 나가면 알프스 산줄기 아래 아름다운 호수 마을이 펼쳐진다. 잘츠부르크랜드 주 관광청은 교외를 포함해 지난해 방문자가 650만명이라고 밝혔다. 잘츠부르크 인구는 15만명이다.

여행의 시작은 모차르트였다. 구시가지에 생가가 있다. 모차르트는 1756년 1월 잘츠부르크 게트라이데 거리의 한 건물에서 태어났다. 현재 생가는 모차르트 박물관으로 운영 중이다. 매년 전 세계에서 온 50만명의 여행자가 이 박물관을 찾는다. 물론 기념사진을 찍는 한국 관광객도 만났다. 황제의 아들로 태어나면 모를까, 위인의 생가는 어딜 가나 비슷하다. 근사한 구경거리는 없다. 대신 위인이 남긴 것들은 노트 하나 신발 한 짝도 보물 취급을 받는다. 바이올린, 피아노, 초상화…. 거기까진 호기심을 자극하지 않았다. 생가엔 머리카락이 유리 안에서 조명을 받고 있었다. 그랬다. 어떻게 머리카락을 찾아 전시할 생각을 했을까. 그만큼 잘츠부르크에서 모차르트의 위상은 컸다.

모차르트 초콜릿 홍보물.

모차르트 초콜릿 홍보물.

모차르트는 1762년 6살 때 첫 연주회를 가졌다. 그해 10월에는 빈의 쇤부룬궁에서 연주를 했다. 신동이었고, 전 세계 순회연주를 다녔다. 후원자인 대주교도 그를 아꼈다. 천재란 틀을 깨고 새로운 음악으로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는 법. 대주교는 모차르트가 오페라 대신 종교음악이나 교향곡을 만들기를 원했던 모양이다. 가이드 강홍미씨는 “호엔잘츠부르크성의 대주교가 생각하기에 당시 오페라는 요즘 같으면 힙합 같은 것이어서 불만이었다”고 했다. 그의 인생은 극적이었다. 영화 <아마데우스>의 첫 장면에 나오는 바로 그 장엄한 장송곡 레퀴엠을 의뢰받아 곡을 쓰던 중 35년의 짧은 생을 마감했다. 레퀴엠은 미완성이란다.

모차르트가 더 신비로워진 것은 대가 아들 대에서 끊겼기 때문이다. 두 아들은 음악가와 공무원으로 살다 후손 없이 세상을 떴다. 딸들도 마찬가지. 모차르트의 중간 이름 아마데우스는 신의 은총이란 뜻이라는데, 신은 모차르트를 너무 사랑했는지, 일찍 거둬갔다. 애들도 안 남겨주고….

모차르트는 빈 외곽의 공동묘지에 묻혔다. 정확한 매장 장소는 알려지지 않았다. 2006년 모차르트 탄생 250주년을 앞두고 오스트리아는 그의 유골로 추정되는 두개골을 발견했다고 떠들썩했다. DNA검사를 했는데…, 결과는? 모차르트의 유골이 아니었다.

“당시 정확한 검사를 위해 성 페터 성당에 묻힌 모차르트의 누이 난넬 모차르트의 유골을 채취하려 했는데, 성당 측의 반대로 무산됐어요. 현지 언론들은 성당 측이 유골을 내주지 않은 것을 잘했다고 했죠.”

맞다. 천재는 신비한 구석이 있어야 한다. 낱낱이 밝혀지고 까발려지면 신비감은 사라진다. 그의 혈액형이 A형인지 B형인지, 그가 어떤 질병 유전자를 가졌는지 알 필요도 없다.

호엔잘츠부르크 성에서 내려다본 잘츠부르크 시내.

호엔잘츠부르크 성에서 내려다본 잘츠부르크 시내.

구시가지는 아름답고 웅장했다. 고개를 돌리면 웅장한 성당이 나왔다. 호엔잘츠부르크성에서 내려다본 시가지는 설국이었다. 거기 모두, 모차르트 이야기가 있었다. 관광객들은 모차르트가 연주하던 파이프 오르간을 보기 위해 대성당을 찾아갔고, 모차르트 기념관을 찾아다녔다.

예술은 권력보다 오래 기억된다. 잘츠부르크는 대주교가 다스렸으나 1816년 오스트리아로 편입됐다. 1791년 모차르트가 사망한 지 불과 12년 뒤였다. 잘츠부르크 관광청의 홍보 자료에도 ‘잘츠부르크의 역사는 1756년 1월27일을 기점으로 나누어진다. … 게트라이데로(路) 9번지의 노란색 집에서 한 사내아이가 태어났다’고 씌어 있다. 잘츠부르크의 주인은 영화 <아마데우스>에서 경망스럽게 웃던 사내, 바로 모차르트였다.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도 잘츠부르크를 유명하게 했다. 올해는 <사운드 오브 뮤직>이 나온 지 50주년이 된 해다. 영화 대부분을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찍었다. 당시 촬영팀을 태우고 다니던 운전기사는 여행사를 차리고 영화 촬영지를 돌아보는 파노라마 투어를 시작했다. 이 투어 프로그램이 대박을 터뜨렸다. 1967년 이후 매일 두 차례씩 48년째 하루도 빠짐없이 이어지고 있다. 해마다 4만명이 파노라마 투어를 찾는다.

투어가이드는 미국에서 온 피터였다. 유머가 많은 중년의 사내였다. 영화 속 장면을 흉내 내 춤을 추고, 여성의 목소리로 ‘도레미송’을 불렀다.

“잘츠부르크 사람들이 이 영화를 제대로 본 것은 불과 19년 전입니다. 독일에서 제작한 <사운드 오브 뮤직> 다큐멘터리가 영화보다 먼저 나왔죠. 미국 영화사는 다큐멘터리가 맘에 들지 않아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원작으로 영화로 만든 거죠.”

그 유명한 영화를 주민들이 겨우 19년 전에 알았다고? 본 트랍 대령과 마리아의 사랑 이야기는 실화다.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는 이미 알려져 있었다. 독일 작품은 다큐 특성상 ‘사실’에 충실했다. 뮤지컬과 영화는 감동을 주기 위해 더 극적으로 만들었을 것이다. 또 하나. 잘츠부르크 주민 입장에선 힘겨운 시절 조국을 떠나 미국으로 망명해버린 트랍 대령이 마뜩잖았을지도 모른다. 어찌 됐든 이 영화가 잘츠부르크를 더 유명하게 만들었다.

투어버스는 트랍 대령과 마리아가 실제 결혼한 논베르크 수도원을 지나 결혼식 장면을 찍은 몬드세 성당까지 샅샅이 훑는다. 영화에서 대령의 집으로 나온 레오폴드 궁과 헬브룬 궁이었다. 기억나시는가. 이 정자 앞에서 트랍 대령이 마리아에게 청혼한다. 원래 이 정자는 관광객들이 몰려들어 사진 찍고 떠드는 바람에 두 번이나 옮겨졌다. 현재는 헬브룬 궁에 있다. 원래 호텔로 개조된 레오폴드 궁 앞에 있었는데 투숙객들이 시끄러워 세미나를 진행하기 어렵다는 민원을 넣었기 때문이란다.

할슈타트 호수에서 본 마을 풍경.

할슈타트 호수에서 본 마을 풍경.

꼭 빼놓지 말라고 권하고 싶은 곳은 할슈타트다. 잘츠부르크는 소금거래로 막대한 돈을 모아 웅장한 바로크식 도시를 건설했다. 잘츠부르크의 별명은 ‘북쪽의 로마’였다. 한데 잘츠부르크보다 일찍 소금광산이 있었던 곳이 바로 할슈타트다. 158번 국도는 아름다운 드라이브 코스다. 환상적인 호수마을들이 잇달아 나타난다. 날카로운 봉우리를 뒤로 한 생길겐 마을도 아름다웠다. 할슈타트는 더 환상적이었다. 산비탈에 집들이 박쥐처럼 매달려 있었다. 빛이 잘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마을을 둘러싼 산들은 높았다. 마을 뒤 북알프스의 다흐슈타인산 높이는 3800m. 들어오기도 힘들 것 같은 이곳에 사람이 살기 시작한 것은 3000년 전부터라고 한다. 19세기 초까지만 해도 이 지역은 배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워낙 유명해져서 중국인들은 중국에 똑같은 마을을 만들었고, 그게 오스트리아에서도 화제가 됐다고 한다.

겨울이라 아쉽게 해가 짧았다. 햇살은 성당 첨탑에만 잠깐 머물다 산 너머로 떨어졌다. 교회 첨탑이 햇살을 받아 잠깐 반짝이는 것 같더니 다시 그늘이 졌다. 그늘진 것들마저도 아름답다.

▲ 잘츠부르크 길잡이
잘츠부르크 카드, 대중교통 무제한
박물관·헬브룬 궁전 등 이용 가능


모차르트 음악을 들으며 식사하는 모차르트 디너.

모차르트 음악을 들으며 식사하는 모차르트 디너.

터키항공(selsales@thy.com)으로 이스탄불에 들렀다 갔다. 스카이트랙스 평가 결과 2011년부터 4년 연속 유럽 최고의 항공사에 꼽혔다고 한다. 기내 면세품 판매가 없었다. 이스탄불 공항 라운지는 유럽공항 중에서 최고 수준이다. 슬로베니아에서 만난 가이드도 “라운지 중 최고”라고 했다. 2층 구조로 돼 있었고, 피자를 직접 구워 주는 식당도 있다. 실내 골프연습장에 샤워실, 마사지룸까지 갖추고 있다. 음료에 간단한 샌드위치 정도를 주는 라운지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훌륭하다. 항공편을 업그레이드하거나 제휴카드 서비스 등을 통해 이용해볼 수도 있겠다.

잘츠부르크는 눈이 많이 내린다. 부츠를 신는 것이 좋다. 잘츠부르크 카드를 사면 대중교통 무제한 이용은 물론 시내의 박물관, 미술관, 헬브룬 궁전, 푸니쿨라 등을 이용할 수 있다. 24시간권 24유로, 48시간권 32유로, 72시간권 37유로다. 성수기에는 가격이 오른다.

모차르트 디너 콘서트(43(국가번호)662-828695 www.skg.co.at)는 56유로부터 93유로까지 다양한 상품이 있다. <사운드 오브 뮤직> 파노라마 투어(www.panoramatours.com)는 1시간짜리(15유로)부터 9시간짜리(95유로)까지 다양하다. 시간대별, 가격대별로 10여개의 상품이 있다. 미라벨 궁 입구 안드레 성당에서 출발한다. 구시가지 모차르트 생가에서 가까운 ‘K+K’ 식당(662-842156)에선 현지 토속음식인 슈니첼을 먹었다. 돼지고기를 팬에 구워내는 오스트리아식 돈가스라고 할 수 있다. 별미다. 맥주집으로는 푸퍼트가세에 있는 ‘디 바이스’(662-872246)가 현지인들이 많이 찾는 펍이다. 하우스 맥주로 유명하다. 참고로 현지에서 가장 많이 먹는 맥주 브랜드는 슈티겔이다. 잘츠부르크 관광청(www.salzburg.inf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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