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랜드 입장객이 2명뿐? 그때 무슨 일이 있었나

2013.08.08 15:12 입력 2013.08.08 15:18 수정 남지원 기자

국내 최대 규모의 테마파크 ‘에버랜드’를 세운 삼성에버랜드의 전신, ‘중앙개발’이 설립된 지 올해로 50주년을 맞았다. 부모님 손을 잡고 ‘자연농원’을 찾았던 아이들이 이제 부모가 되어 아이들을 데리고 에버랜드를 찾는다. 에버랜드의 과거와 현재, 아이들이 열광하는 동물 친구들의 이야기를 정리했다.

■2명 vs 12만443명

평일에도 발디딜 틈도 없는 에버랜드에 입장객이 딱 2명 찾은 날이 있었다.

1976년 개장 초기 용인자연농원에 몰린 인파|에버랜드 제공

1977년 1월20일, 경기지역의 기온이 영하 14도까지 내려간 혹한이 찾아왔다. 그 즈음 서울과 경기도 일대에는 폭설까지 내렸다. 이날, 경기 용인의 에버랜드(당시 용인자연농원)을 한 노부부가 찾아왔다. 1976년 4월 개장해 한창 국민들에게 인기를 끌었던 자연농원에 꼭 놀러가보고 싶었던 노부부가 시골에서 기차와 버스를 몇 번이나 갈아타고 온 것이다.

강추위 때문에 몇몇 놀이기구는 가동되지 않았지만 노부부는 자연농원을 전세 내고 구경할 수 있었다. 이날은 에버랜드 역사상 가장 입장객이 적었던 날이다.

반면 1994년 6월5일에는 12만443명이 에버랜드를 찾아 하루 최고 입장객 기록을 세웠고, 이 기록은 2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깨지지 않고 있다. 일요일과 현충일이 이어져서 주 6일 근무가 보편적이었던 당시로서는 흔치 않은 연휴였다. 주 6일 근무 때문에 토요일에 여가를 즐기기 어려워 일요일에 관람객이 몰렸고, 당시에는 지금처럼 여가를 즐길 만한 곳이 다양하지 않았다는 것도 최다 입장객 기록을 세운 이유이기도 하다.

에버랜드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현충일을 전후해 손님이 많다는 전통이 있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어린이날 즈음에 입장객이 많을 것으로 알고 있지만 오히려 현충일에 관람객이 훨씬 더 많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1990년대 에버랜드 전경|에버랜드 제공

■52세 ‘장수’ vs 아기기린 ‘아토’

에버랜드에는 50살을 훌쩍 넘긴 동물이 산다.

에버랜드에 살고 있는 동물 중 가장 나이가 많은 동물은 ‘장수’라는 이름의 앨더브라 육지거북으로, 무려 만 52세. 이름인 ‘장수’도 오래 사는 동물이라는 이유로 붙여졌다. ‘장수’는 1961년 이탈리아에서 태어나 에버랜드가 개장한 1976년부터 지금까지 동물원을 지키고 있는 ‘에버랜드 터줏대감’이다. 현재는 에버랜드 애니멀 원더월드에서 지내고 있다. 워낙 오래 전에 에버랜드 식구가 돼 이탈리아에서 데려왔다는 것 외에 ‘장수’의 신원과 관련한 다른 기록은 없다.

앨더브라 육지거북의 평균 수명이 100~150세인 점을 감안하면, 반세기를 넘게 산 ‘장수’도 아직 한창 나이의 ‘청년 거북’이다. ‘장수’는 하루 종일 잠만 잔다. 먹는 것은 주로 배추나 당근, 사과 등 채소와 과일이다.

52세 앨더브라육지거북 ‘장수’|에버랜드 제공

에버랜드에는 거의 다달이 새로운 동물들이 태어난다. 올해 상반기에만 바바리양(3마리), 무플론(2마리), 나무늘보(1마리), 오랑우탄(1마리), 긴팔원숭이(1마리), 곰(2마리), 기린(1마리), 사자(5마리), 알락꼬리여우원숭이 등 9종 18마리가 태어났다.

에버랜드는 지난 4월 아기기린이 새로 태어났을 때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름을 공모했다. 관람객들은 ‘아름답고 토실토실하게 자라라’는 뜻으로 ‘아토’라는 이름을 붙여줬다. 아기기린 ‘아토’는 6세 아빠기린 ‘세븐’과 16세 엄마기린 ‘천지’ 사이에서 태어난 수컷 기린으로 에버랜드 홈페이지를 통해 육아일지가 소개되면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아기기린 아토|에버랜드 제공

■말하는 코끼리 ‘코식이’와 ‘손오공’ 실제 모델 황금원숭이

에버랜드의 인기스타 ‘코식이’는 최근 SBS 예능 프로그램 ‘런닝맨’에 출연했다. 방송인 유재석이 코끼리에 “좋아”라는 말을 들으려고 코끼리를 유혹하는 장면이 방송됐는데 그 주인공이 ‘코식이’다.

‘코식이’는 ‘좋아, 안돼, 누워, 아직, 앉아, 발, 예’ 등 일곱 단어를 말할 줄 아는 23세의 청년 아시아 코끼리다. 지난해에는 ‘코식이’ 관련 논문이 세계적 학술지인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 온라인판에 게재되기도 했다. 코끼리가 사육사들과 유대를 강하게 하려고 사람과 비슷한 음성을 낼 줄 알게 됐다는 내용이다.

말하는 코끼리 코식이|에버랜드 제공

‘손오공’의 실제 모델인 황금원숭이는 어디에서 볼 수 있을까. 황금원숭이는 자이언트팬더·래서팬더와 함께 중국 3대 보호동물로 지정된 멸종위기 희귀종이다. 중화권 관광객들은 이 황금원숭이에 열광한다. 에버랜드는 지난 2007년 중국 베이징 동물원과 협약을 맺고 황금원숭이 4마리를 데려왔다.

예민한 성격 때문에 종족 보존이 어렵다고 알려져 있는 황금원숭이 종 보존을 위해 에버랜드는 2008년부터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최재천 교수팀과 합동 연구를 진행, 지난해까지 3년 연속 황금원숭이 자연 번식에 성공했다.

중국 3대 보호동물로 지정된 희귀종 황금원숭이|에버랜드 제공

그 밖에 전 세계에 300마리 미만만 살고 있다는 백사자들도 국내에서는 에버랜드에서만 볼 수 있다.

■600원 vs 3만6000원

1976년 용인자연농원 오픈 당시 입장료는 600원이었다. 그 당시 짜장면 값은 150원, 라면 한 봉지는 50원 남짓이었다. 하지만 에버랜드 현재 입장료는 3만6000원, 짜장면 한 그릇 값(4223원)의 8배가 넘는다. 자유이용권 가격은 4만4000원이다. 에버랜드 측은 정확한 가격 책정 프로세스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있다. 에버랜드 관계자는 “연간 투자비나 운영비, 유지보수비, 물가 등을 고려해 입장권 가격을 책정한다”고 말했다.

원문기사 보기
상단으로 이동 경향신문 홈으로 이동

경향신문 뉴스 앱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