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하 원장의 웰빙의 역설

닭고기 ‘지방’은 나쁘고 오리 ‘기름’은 좋은가

2016.07.13 11:47 입력 헬스경향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많은 사람들이 무더운 여름이 시작되면서 닭이나 오리고기 등 보양식을 찾는다. 하지만 닭이나 오리요리를 하면서 ‘지방’과 ‘기름’이라는 단어를 혼동해 사용하고 있다. 닭고기지방, 닭볶음탕기름 또는 오리기름이라는 식이다. 하지만 지방과 기름은 서로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일반적으로 상온에서 고체가 된 것을 지방이라고 하며 액체상태를 기름이라고 한다. 영어로는 지방은 fat, 기름은 oil이다. 한자어로는 지방은 그냥 지방(脂肪), 기름은 유(油)나 지방유(脂肪油)라고 한다.

따라서 보통 소고기나 돼지고기는 지방으로 부르며 들기름, 생선기름, 올리브유라고 부른다. 이렇게 보면 닭고기는 상온에서 굳기 때문에 지방, 오리고기는 액체상태이기 때문에 기름으로 부르는 것이 맞다.

한동하 원장

오리고기기름의 융점(녹는점)은 14℃ 정도다. 그래서 20℃ 안팎의 상온에서 액체상태를 유지한다. 반면 쇠고기지방은 43~47℃, 돼지고기는 38~44℃, 닭고기는 31~37℃ 정도 되기 때문에 상온에서 굳는다. 항간에서는 오리기름이 동물성 지방인데도 상온에서 굳지 않는 특징을 대단한 것처럼 여긴다.

만일 온도가 다른 지역에서는 어떨까. 북극에서는 오리기름까지 모두 굳은 상태일 것이고 열대지방에서는 닭고기지방도 액체상태일 것이다. 그렇다면 북극에서는 오리기름도 별 대우를 받지 못하고 열대지방에서는 닭고기지방까지 특별한 기름으로 대접받을까. 사실 상온에서 액체냐 고체냐는 별 의미가 없다.

소고기와 돼지고기의 융점이 체온보다 높기 때문에 사람의 몸으로 들어오면 혈관 안에서 바로 굳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더구나 소고기의 융점이 높아 더 나쁜 지방이라고 한다. 하지만 지방형태는 분자량이 커 바로 흡수될 수 없고 지방산으로 분해돼 흡수되기 때문에 우리 몸에서는 소의 것인지 돼지의 것인지 알 수 없다. 단지 지방산일 뿐이다.

상온에서 고체와 액체를 결정짓는 것은 탄소와 수소로 이뤄진 지방산의 차이다. 지방산에는 포화지방산과 불포화지방산이 있다. 포화지방산은 탄소결합이 단일결합만으로 이뤄져 있어 단단하게 이어져 있고 불포화지방산은 중간 중간 이중결합이 있어 느슨한 형태를 띤다. 따라서 포화지방산이 많으면 쉽게 굳어진다. 포화지방산은 체내에서 지방으로 재저장돼 에너지원도 되지만 과도한 경우 건강에 문제가 된다.

많이들 오해하고 있는 것 중 동물성지방은 모두 포화지방산으로 이뤄져 있고 식물성기름이나 생선기름은 모두 불포화지방산이라고 알고 있다. 가축류의 품종이나 부위, 연령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포화:불포화’지방산의 비율을 보면 대략적으로 쇠고기 43:57, 돼지고기 42:58, 닭고기 33:67, 오리고기 30:70 정도다. 의외로 동물성지방에도 불포화지방산비율이 더 높다.

반면 식물성기름(들기름, 올리브유, 땅콩, 호두 등)의 경우 불포화지방산이 80~90% 이상을 차지하지만 포화지방산도 10~20% 정도 되며 생선기름(연어, 꽁치, 장어 등) 역시 불포화지방산이 많지만 포화지방산도 20~30% 정도다.

오리고기의 특징과 관련된 몇 가지 연구결과를 보면 다른 육류에 비해 건강에 좋다고 결론 짓고 있지만 오리기름 자체가 소위 ‘약기름’은 아니다. 오리기름을 많이 먹으면 그만큼 포화지방산 섭취량도 늘어난다. 따라서 오리탕이나 오리고기주물럭을 요리할 때 기름을 적당하게 제거하는 것도 필요하다.

동물성‘지방’을 섭취할 때 식물성‘기름’을 적절히 활용하면 좋다. 이 때문에 구운 고기를 참기름에 찍어 먹는 지혜가 생긴 것인지도 모른다. 닭요리를 할 때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한 들깨를 적당하게 넣으면 불포화지방산비율은 오리고기보다 훨씬 높아지고 당연히 상온에서도 굳지 않을 것이다. 단순히 지방은 나쁘고 기름은 좋다고 말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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