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와핑은 생활의 활력소?

2003.10.26 10:15

#1. “나 가끔 다른 남자랑 잔다.” “바람을 피운다고?” “바람 아냐.” “다른 남자랑 가끔 잔다며?” “사실이지만 바람은 아냐. 우리 부부 스와핑해.” “스와핑? 부부 맞교환 섹스? 너 미쳤구나.” “왜 안 돼?” “미치지 않고서야. 당연히 안 되는거지.”

#2. "우리나라에도 스와핑 하는 사람 있나봐. 그거 불법 아냐?" "아니야. 부부끼리 합의해서 하는데 불법 아냐. 마땅히 처벌할 법도 없어." "아무튼 정신나간 사람들이야. 그게 제정신이야?" "뭐 사연이 있겠지" "난 못해. 죽어도 못해. 당신이라면 할 수 있어?" "나도 못하지. 그걸 어떻게 하냐?"

2년 전에 나온 스와핑을 다룬 영화 〈클럽 버터플라이〉의 두 장면이다. #1은 주인공 아내가 친구에게 스와핑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충격을 받는 장면이고 #2는 주인공 아내와 스와핑을 꿈꾸고 있는 남편이 저녁식사 도중 서로 의중을 떠보는 장면이다. 이 영화에서 잘 드러나듯이 우리 사회는 스와핑을 용인하지 않고 있다.

이와 같은 모습은 10월 14일 전국을 강타한 '스와핑 충격'에서 잘 드러난다. 스와핑은 불법이 아니다. 부부가 합의를 했기 때문에 친고죄인 '간통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이런 까닭에 스와핑을 주선한 인터넷 사이트 '짜경모(짜릿한 경험을 추구하는 모임) 다이어리'의 이모씨도 단지 참고인 자격으로 경찰 조사를 받았을 뿐이다. 스와핑을 한 이들 역시 참고인 자격으로 경찰에 소환됐다. 경찰에 입건된 사람은 이모씨와 도모씨 단 두명이다.

-2∼3번 정도 하면 아내가 더 적극적-

이씨 등은 각각 서울 강남의 ㅈ노래방과 ㄷ바의 업주로서, 돈을 받고 스와핑 장소를 제공한 혐의이다. 법률적으로 따지면 이들의 죄는 '경범죄'에 속한다. 하지만 이 사건이 가져온 사회적 파장은 무척 크다. 국내 언론은 물론 외국 언론까지 이를 충격으로 받아들였다. 한 일본 기자는 "겉으로 보수적인 한국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것이 솔직히 충격"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스와핑 경험자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이들과 접촉하기 위해 인터넷 사이트를 뒤져봤다. 스와핑과 관련된 인터넷 사이트는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전 올해 부산에 살고 있으며 27세에 직장인입니다. 178㎝의 잘빠진 몸매의 소유자고, 파트너는 24세에 163㎝의 날씬한 몸매입니다(참고로 요즘 조금씩 살이 찌고 있음. 나름대로 걱정임). 3S(3명의 성행위) 환영이고, 그룹 및 스와핑도 환영합니다. 메일 주시면 바로 연락 가능합니다." 이런 내용의 글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었다.

한 남자가 "회원이세요?"라며 말을 걸어왔다. "관심 있으세요"라는 질문에 그는 "물론"이라며 경험이 있는지 물어봤다. 자신은 39세, 아내는 31세라고 밝힌 그는 경험이 6번 있다고 밝혔다. "왜 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생활의 활력소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라며 "더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면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에는 죄책감을 느꼈다고 한다. 하지만 2~3번 지나면 괜찮아진다고 했다. 그는 "어차피 규칙은 사람이 만든 것 아니냐"며 "앞에서는 안 그런 척하며 뒤에서 배우자 몰래 바람 피우는 것보다 훨씬 낫다"고 말했다.

어렵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그는 "처음에 아내가 완강하게 거부한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작전이 있다"고 귀띔했다. 술의 힘을 빌려 우선 아내가 '3S'를 하도록 유도한 뒤 아내의 죄책감을 이용하면 스와핑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2~3번 정도 하면 그 뒤에는 아내 쪽에서 더 원하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그는 자신의 신분이 노출될 것을 염려한 탓인지 더 구체적인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좀더 구체적인 내용은 ㄹ사이트에서 한 회원이 올린 글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이 회원은 스와핑을 처음 접했을 때의 감정부터 구체적으로 적었다. 그는 한 스와핑 관련 인터넷 사이트에 우연히 가입해서 '신세계'를 접했다고 한다. 보수적인 세계관을 가지고 있던 그는 우선 '변태적'이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궁금해졌다. 남성은 나이 들어 경제적 상황이 나아지고 아내가 '아줌마'가 돼가면서 단란주점이나 룸살롱을 드나들며 그곳의 아가씨와 2차를 가며 바람을 피우는 것을 공식으로 알고 있던 그에게 스와핑은 아내를 가장 사랑하는 방법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 때문에 사는 거다'는 생각 때문에 같이 생활하며 서로 딴 짓하는 것보다는 숨김없이 말하는 게 더 낫겠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서는 스와핑을 경험한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있었다.

하지만 권태를 느끼는 모든 부부가 스와핑을 선택하지는 않는다. '짜경모' 회원인 이모씨(43-서울 목동)는 "전국의 스와핑 인구는 6,000쌍, 서울은 500쌍은 될 것"이라며 "대부분 생활이 여유로운 이"라고 밝혔다. 인터넷 카페에서 대화를 나눈 회원도 "우리 모임에 오는 사람은 최하가 공무원이고 대부분 사업가 아니면 공기업의 간부 정도"라고 말했다. 생활에 쪼들리고 있는 이들은 먹고살기가 바쁘기 때문에 스와핑을 생각할 여유조차 없기 때문이라는 게 이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아내의 나체사진 띄워 파트너 물색-

스와핑은 생활의 활력소?

둘째는 성인 사이트를 이용하는 것이다. 이번에 알려진 '짜경모'는 ㄹ사이트 내에 자리잡고 있었다. 이곳은 우선 유료회원과 무료회원으로 회원을 구분, 이용권한을 제한하고 있었다. 무료회원으로 가입할 수 있는 시기에 가입한 이들은 특별회원으로 승격되기 위해 활발한 활동을 펼쳐야 한다. 스와핑을 매개했던 '짜경모'의 경우 무료회원도 이용할 수 있게 돼 있다. 이곳에서 이들은 나이-신체 사이즈-사진 등이 담긴 전자우편을 주고 받는다.

셋째는 '인터넷 카페'를 이용하는 것이다. 인터넷 카페는 '스와핑'을 금칙어로 설정, 카페 생성 자체를 막고 있다. 하지만 관련성을 떠올릴 수는 있는 제목으로 카페를 만들어놓았다. 확인해본 결과, 한 인터넷 사이트에서만 수많은 사이트가 검색됐다. 이 카페에 '정회원'으로 가입하려면 자신의 신상정보를 운영자에게 밝혀야 했다. 결혼식 사진과 연락처, 자신의 소개를 운영자에게 보낸 이용자 중에서 운영자와 직접 통화를 통해 검증된 경우에만 회원이 될 수 있었다.

이들이 어떻게 활동하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문제가 된 ㄹ사이트에 들어가봤다.

문제가 된 부분은 크게 세 곳. 사건이 보도된 뒤 사라진 '자작 사진'이라는 코너에는 10월 15일까지 657장의 자작 사진이 실려 있었다. 이 사진은 대부분 남성 회원이 올린 것으로 아내의 성기를 중심으로 찍은 것이었다. 이들은 대부분 사진을 올린 뒤 '마음에 들면 연락해달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이에 다른 회원은 자신의 전자우편 주소와 '연락을 부탁한다'는 말을 적었다.

아내를 위한 선물을 찾는다는 한 회원은 남성 성기의 크기를 구체적으로 제시하며 파트너를 구했다. 다른 회원은 아내가 자고 있을 때 몰래 사진을 찍은 뒤 이를 올리고, "아내한테 걸리면 죽습니다"라고 적었다. 며칠 뒤 그는 "아내가 (자신의 사진을 올리고 있는 것을) 이제 알았다"며 "댓글을 보기 원하는 등 관심을 보이고, 사진을 찍는 데 적극적으로 협력해준다"고 적기도 했다.

스와핑은 생활의 활력소?

두번째는 '짜경모의 다이어리'라는 곳이다. 이곳에서 짜경모라는 아이디를 사용하는 이씨는 자신의 경험과 이벤트 공지를 적는 등 활발한 활동을 했다. 주로 다른 부부의 '초대'를 받아 그들의 성행위에 '동참'했던 그는 자신의 경험담에 호응하는 이들과 연락을 취하다가 스와핑을 원하는 이들의 연결을 담당하는 역할을 하게 됐다. 그가 적은 내용은 3S를 할 때의 내용을 노골적으로 다루고 있었다. 그는 아내를 설득하지 못해 스와핑 대신에 3S에서 초대받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글은 다른 회원의 부러움과 찬사를 받았고, 이에 격려를 얻은 이씨는 자신의 경험을 계속 적어갔다. 2000년 12월에 첫경험을 적기 시작한 그는 1년 뒤인 2002년 12월 28일에 스와핑을 매개하는 역할을 시작한다. 이에 많은 회원은 "축하한다"거나 "고맙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때부터 시작된 '이벤트'나 정모는 서울 강남의 ㅈ노래방과 ㄷ바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짜경모 다이어리'는 사건 보도가 난 뒤 사라졌다.

세번째는 '경험담'이라는 코너이다. 이 코너는 짜경모 회원뿐 아니라 ㄹ사이트 회원이 자신의 경험담을 적는 곳으로 유료회원이나 특별회원만 볼 수 있다. 모두 스와핑이나 3S, 그룹섹스를 했던 경험을 적나라하게 적고 있다. 여기에는 어떻게 다른 부부와 연락을 취해 스와핑으로 접어드는지 비교적 상세하게 적고 있다. '근친상간'과 관련된 내용도 눈에 띄었다.

-적나라한 섹스 경험담 볼 수 있어-

스와핑 경험자들은 당당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만났던 스와핑 경험자는 "외부의 시선이나 여론은 전혀 의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보도가 난 뒤 ㄹ사이트의 한 회원도 "우리 스스로 정체성을 갖고 왜곡되지 않는다면 우리의 뜻은 영원하리라 생각한다"고 적었다. 다른 회원은 "처벌할 법적 근거도 없으면서 왜 건드리는지 모르겠다"며 "다른 곳이나 단속하라"고 주장했다. 경찰에 따르면 현장을 덮쳤을 때 그곳에 있던 회원은 "왜 남의 사생활에 끼어들어 주거 침입을 하느냐"며 "법적으로 대응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 스와핑 경험자는 이중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경찰서에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된 이들은 고개를 숙이고 얼굴을 손으로 가리며 들어왔다. 사회의 시각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현실과 윤리의 괴리는 스와핑 처벌에 관한 토론으로까지 번졌으나 방향은 아직 잡히지 않았다. 과거 '원조교제'가 처음 부각됐을 때 사회는 충격으로 들끓었으나 요즘에는 경찰 내부에서 초범은 처벌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을 정도로 일반화됐다. 스와핑이라고 해서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이 문제를 음지에 덮어두고 가리는 것 대신, 윤리와 현실 사이의 괴리를 인식해 해결책을 찾아나가는 한편 결혼제도의 문제점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오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경찰 부부로 위장 모임에 침투-

이번 사건을 추적한 이는 서울 강남경찰서의 여성청소년계와 MBC의 외주제작업체 'B2E'이다. 이들은 서로 다른 곳에서 시작했지만 중간에 만나 행동을 같이하게 됐다. 강남서 여청계는 최근 '벗고 싶어서 벗었는데 그것도 죄가 되나요'라는 말로 유명해진 인터넷 화상채팅 등의 사건을 담당해왔다.

이들은 올해 7월부터 스와핑에 대한 수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우선 인터넷 사이트에 가입하기 위해 박정훈 경장과 다른 여경의 사진을 '포토샵' 프로그램을 이용해 결혼사진을 위조해 사이트 운영자를 속였다. 회원이 된 박 경장 등은 정보를 얻어 모임에 직접 나가기도 했다. 10월 초 박 경장 등이 위장한 부부가 모임에 나갔을 때, 다른 부부와 두쌍이 모였던 적이 있다. 이때 상대 부부는 OK 사인을 내렸고, 아내 쪽이 의자에 걸터앉으며 '피곤하다'고 말했다. 2차로 나가자는 표시였다. 하지만 박 경장 등은 '우리는 처음 나왔기 때문에 아직 익숙지 않다'는 대답으로 이들을 따돌렸다고 한다.

박 경장은 스와핑 자체로는 불법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서울 근교에서 스와핑을 하려면 노래방 등이 이용될 것이라는 점에 착안해 때를 기다렸다. 그는 수사에 착수한 이유에 대해 "불법이 아니라고 하지만 비수를 꽂고 싶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점을 알았다는 점에서 '무리한 수사가 아니었나'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경찰과 행동을 같이 했던 B2E는 올해 1월쯤 ㅇ가구에 대한 내용을 알게 됐다. 이를 계기로 취재를 하던 중 경찰과 연결된 B2E는 경기 모 펜션과 서울의 한 노래방에서 스와핑을 목적으로 만난 이들의 모습을 영상으로 담는 데 성공했다. 취재를 담당한 PD도 역시 스와핑 사이트에 회원으로 가입해 이들의 눈을 속였다. 이때 촬영한 장면을 제공받은 일부 언론이 이를 제대로 모자이크 처리하지 않은 상태로 내보내면서 문제가 커졌다. 사생활을 침해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B2E측은 "다른 시사프로그램도 몰래카메라 등을 이용해 현장을 적발하지 않느냐"며 "이런 비판은 사회 비판 기능을 수행하지 말라고 주장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정재용 뉴스메이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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