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조모씨(34)는 지난 주말 서울 정동의 한 테이크아웃 커피 매장에 갔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다. 일반 컵에 담긴 커피를 마시고 싶었으나 매장 직원이 “주말에는 1회용 컵밖에 안된다”고 한 것이다. 손님이 많아 컵을 일일이 씻을 시간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현행 ‘자원의 재활용과 재활용촉진법’에 따라 패스트푸드점 100평 이상, 테이크아웃점 50평 이상 규모의 매장에서는 반드시 다회용 컵(일반 컵)을 사용해야 한다. 2002년에는 26개 대형 패스트푸드와 테이크아웃점이 1회용품을 자제하겠다는 자발적 협약을 환경부와 맺은 바 있다.
고객이 1회용 컵을 원하면 개당 50원(테이크아웃점), 100원(패스트푸드점)의 컵 보증금을 더 받기로 한 이유도 1회용품 사용 자제를 유도하기 위해서였다. 가게측은 고객이 사용한 컵을 돌려주면 보증금을 환불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모아둔 1회용컵 10여개를 갖고 커피 테이크아웃 가게에 간 김모씨(26·여) 사례가 이를 잘 말해 준다. 매장 직원은 커피를 구매한 당일자 영수증이 있어야 환불해 줄 수 있다고 한 것이다.
패스트푸드 매장에서도 일반 컵을 사용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회사원 김모씨(29)는 “패스트푸드점에서 일반 컵을 사용하겠느냐고 물어보는 경우는 거의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1회용품 사용이 줄지 않고, 컵 보증금 환불이 잘 안 되는 이유는 규정 자체가 비현실적이기 때문이다. 우선 매장 규모 규정이 그렇다. 이 규정이 적용되는 업소는 50평 이상이어서 대상이 그리 많지 않다. 테이크아웃점의 경우는 2~3평짜리 소규모 매장이 많다. 아예 규제범위에 들지 않는다.
게다가 ‘100평’ ‘50평’으로 규정된 평수마저 조리실 등을 제외한 ‘손님들만 이용하는 면적’으로 돼 있다. 자원순환사회연대 유수진 간사는 “업소측에서 조리실 면적을 제외하면 90평이라고 주장할 경우 1회용품 사용 규제 규정을 적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매장 내에서 1회용품을 90% 이상 회수할 경우 1회용컵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규정도 문제다. ‘1회용품 90% 이상 회수·재활용 여부’ 등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기 때문이다.
관리감독은 해당 지자체가 맡고 있지만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단속을 나가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종로구청 관계자는 “업무 담당자가 1명뿐이라 상시 단속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규정을 지키지 않았을 경우 처벌(3백만원 이하 과태료)도 미약하다. 그나마 지금까지 한번도 과태료가 부과된 적은 없다.
자원순환사회연대는 “현실적으로 적용하기 힘든 규제 조항을 대폭 수정해 20평 이상의 모든 매장을 관리대상으로 지정하라”고 제안했다.
〈임지선기자 vision@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