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물가상승세가 지속되고,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정부가 ‘물가’와 ‘성장’ 가운데 경제정책 초점을 어디에 맞춰야 하는지를 놓고 혼선을 빚고 있다.
일부에서는 정부가 성장위주의 정책 기조에서 한 발 물러서 물가 안정을 최우선으로 고려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지만 정책 당국자들은 경제 정책기조가 바뀐 게 아니라고 주장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책 당국자들이 물가와 성장에 관련된 엇갈린 발언을 내놓으면서 경제 전반의 불확실성만 커지고 있다.
6일 기획재정부와 금융시장에 따르면 정부 당국자의 발언과 시장 개입으로 환율이 급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환율이 1050원대를 넘어서자 정부는 20억달러가량의 달러를 매도하는 시장개입을 단행해 환율을 1037.70원까지 끌어내렸다. 이날 재정부 최종구 국제금융국장이 “(최근의 환율 상승이) 지나친 시장 쏠림 현상에 따른 것이 아닌지 우려스러운 면이 있다”고 말한 것도 환율 하락에 가속도를 붙였다. 재정부 최중경 제1차관이 지난달 30일 “원자재 가격 급등이 중요 고려 요소”라고 발언했을 때와, 지난 3일 서민생활안정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정부도 물가 안정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을 때도 환율은 하락했다. 그러나 지난 4일 재정부 관계자가 “최근 환율 하락은 심리적인 요인으로 보고 있다”고 구두개입에 나서자 환율은 6일 연속 하락세를 마무리하고 재상승했다.
정부 당국자들의 물가 급등 우려에 대한 발언이 이어지자 일각에서는 정부가 고환율·고성장 정책을 포기하고 저환율·저물가로 경제정책의 방향을 튼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강하게 제기됐다.
그러나 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물가가 크게 올라 성장과 물가를 바라보는 정부의 입장이 다소 달라진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성장위주의 경제정책 기조를 바꾼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른 재정부 고위관계자도 “유가급등이 현안인 만큼 물가억제에 당분간 주력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뿐인데 시장이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가 완전히 변한 것처럼 해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경제연구원 한상완 상무는 “정부가 성장에서 물가 중심으로 완전히 돌아섰다고 예단하기에는 이른 시점”이라며 “앞으로 외환시장에서 움직임을 좀 더 봐야 판단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