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GMC 레코드 - 우린 하드코어로 간다

2008.12.10 15:03
글 홍정택 | 가슴네트워크 필자·진행 박준흠

가장 국제적인, 혹은 ‘대중음악’의 변방

정신없이 몰아붙이는 굉음과 모든 것을 집어 삼킬 듯한 샤우팅, 격렬한 무대 매너. 2002년 빨간머리로 컴백한 서태지와 함께 잠시 대중들의 관심을 받아 본 적도 있지만, 한국의 대중음악 테두리 안에서 하드코어는 여전히 낯선 장르 중 하나다. 15초만큼만 잘라서 개인 홈페이지나 광고 뒤편에 깔아주면서 고상하게 소비하기엔 너무 시끄럽고, 길고, 또 진지하다. 하드코어는 앨범을 사서 가사를 보면서 파고들고, 한 곡, 한 곡을 귀에 익힌 후 무대에서 서로 치고 받으면서 열광할 때 그 진가를 느낄 수 있는, 그런 음악이다. 요컨대 대중이 인스턴트식품처럼 ‘소비’하기엔 이래저래 번거로운 음악이랄까. GMC 레코드는 1999년부터 10년간 이 ‘비대중적인’ 음악을 고수해 온 전문 레이블이다.

마제

마제

국내에서는 GMC 레코드와 바세린(Vassline), 넉다운(Knockdown), 삼청 등 대표적인 밴드들은 대부분의 ‘일반적인’ 리스너들에게 그저 낯선 이름이다. 대중음악의 ‘대중성’을 재는 잣대가 음반 판매량도, 평단의 평가도, 음악 자체의 완성도도 아닌 버라이어티 쇼 노출 빈도가 되어버린 한국 대중음악계에서 홍대 한 쪽 클럽을 중심으로 오늘도 울려 퍼지는 이들의 사자후를 접할 기회는 좀처럼 많지 않다. 하지만 이렇듯 소통의 여건 자체가 왜곡된 국내를 벗어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해외의 하드코어 팬들에게 바세린의 ‘Bloodthirsty’는 영미권 유수 밴드들의 음반 못지않은 수집품목 중 하나이고, 주요 인터넷 리뷰 사이트들에 GMC 레코드 소속 밴드들에 대한 소개란은 한국 그 어느 아티스트보다 자세하다. 이들의 신보에 대한 세계 각국 팬들의 관심은 자기 나라 밴드들에 대한 관심 못지않다. 해외 네티즌들의 댓글 하나하나까지 기사로 실으며 ‘성공적인 해외진출’을 운운하는 대형 기획사 가수들도 쉬이 이루지 못한 성과를, GMC 레코드는 음악과 열정만으로 이루어냈다.

“언젠가 모두 즐기는 음악이 될 것으로 믿는다”

[한국의 인디레이블](28) GMC 레코드 - 우린 하드코어로 간다

지금도 끊임없이 새로운 밴드들과 새로운 음악을 소개하며 견실하게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GMC 레코드의 이하석 대표(사진)는 한국 대중음악의 변방에 서 있는 현재를 부정하지도, 비난하지도 않았다. 자신들의 음악이 더욱 많은 한국의 대중들과 소통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지만 그것을 위해 자신들의 음악적 본질을 희생하지는 않겠다는 그의 말은 지난 10년간, GMC 레코드가 걸어온 결코 쉽지 않은 길을 대변하는 듯 담담하지만 단호했다.

-GMC 레코드의 설립 당시를 이야기해 달라.

“1999년 내가 대학생일 때 당시 홍대에는 다양한 밴드들이 있었고, 정말 공연을 멋지게 하는 밴드들도 많았는데 정작 음반이 나오는 밴드는 별로 없었다. 당시에는 밴드들 사이에 앨범을 내거나 하다 못해 데모 작업이라도 해보자는 개념도 약했고, 때가 되면 늘 따라다니는 군대 문제도 있었다. 결국 그런 밴드들이 앨범을 낼 수 있는 곳은 인디 레이블밖에 없는데 각각의 인디 레이블마다의 특성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번 하드코어 쪽의 전문 레이블을 세워보자는 생각에 GMC 레코드를 만들게 되었다.”

-당시의 창단멤버는 어떻게 되는가.

“혼자 만들었다. ‘One Family’라는 컴필레이션 앨범을 부모님께 돈을 빌려서 만들었는데 발매기념 공연에서 그 수익이 나와서 바로 다 갚을 수 있었다. 그 앨범을 위해 e메일 3000통 정도를 전 세계로 보내서 ‘한국에는 하드코어 신이 없는데, 너희들의 도움을 받아 한 번 만들어 보겠다’고 설득해 200여곡 정도의 음악 패키지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러고 보면 GMC는 타 레이블들에 비해 해외 쪽과의 커넥션을 많이 활용하는 편이고, 실제 해외에서의 관심도 많아 보인다.

“사실 하드코어는 그리 대중적이지 않은 음악이다. 대신 장르적인 특징이 강하고 때문에 서로 좋아하는 취향의 공통분모가 많다. 그래서 국경을 가리지 않고 어디의 누구건 좋아하는 밴드, 음악 스타일 등을 이야기하면 금세 친해진다. 그래서 사실 해외시장 쪽을 의식적으로 공략하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고, 그냥 우리에게 이런 음악이 있다는 것을 알리는 방향에서 꾸준히 접근해 왔다. 하드코어 쪽의 유명한 리뷰사이트 24개 정도를 정해 놓고 그곳에 홍보용 음반을 보내고, 그 외에 해외 하드코어 레이블들과 관련 커뮤니티에도 우리의 음악을 보낸다. 해외 쪽 홍보에 신경을 많이 썼다. 그 결과 해외로부터의 리뷰도 많았고 시장 반응도 좋았다. 실제 바세린의 ‘The Portrait Of Your Funeral’ 같은 경우 앨범투자비용은 일본에 선판매한 비용으로 충당하고 한국에서는 메이저 배급사를 통해 발매하는 식으로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파이어스톰

파이어스톰

-미국에도 방문한 것으로 안다.

“주목적은 레코드 엔지니어링을 배우기 위해서였다. 미국의 하드코어 레이블을 직접적으로 관찰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고생스러운 일도 있었지만 즐거운 경험이었고, 직접 그들의 하드코어 문화를 체험하면서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던 게 가장 큰 수확인 것 같다. 외국에서 하드코어 커뮤니티에서 만난 친구네 집에 놀러 갔었는데 바세린 포스터가 붙어있는 것을 보고 닭살이 돋았다. 지구 반대편에서 우리 레이블 밴드의 포스터를 보게 되다니. 내가 이런 것 때문에 10년 동안 이렇게 하드코어를 해오고 있구나 싶었고, 더욱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도 들었다.”

-GMC의 음반들은 해외 록 음반에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만큼 레코딩 퀄리티가 높은 편이다.

“녹음 방향에 대해 직접적인 통제를 하지는 않지만 녹음 자체를 할 때 제대로 안 하는 것에 대해서는 제재를 하는 편이다. 레코딩 지식이나 전문적인 지식, 기술적인 측면에 있어서는 몰 스튜디오의 조상현님께서 많은 도움을 주신다.”

-최근 들어 앨범을 많이 내는 편이다.

삼청

삼청

“올해 발매한 앨범만 해도 11월 2장, 12월 2장 합해서 11장이다. 하드코어에서 스크리모, 이보다 소프트한 음악에 이르기까지 예전보다 음악 스타일을 다양하게 가져가려고 한다. 이를 통해 GMC 레코드의 아이덴티티를 기존의 하드코어 레이블로부터 더욱 확장하고자 한다. 또 앨범을 많이 발매함으로써 현재의 하드코어 신, 홍대 쪽에만 제한된 음악적 네트워크가 더욱 넓게 뻗어나갈 수 있는 가능성도 더 커질 수 있다. 에이팝(The Apop)처럼, 또 지금 준비하고 있는 아폴로처럼 조금 더 다양하고, 차트 친화적인 음악을 하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GMC의 음악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한다. 현재는 하드코어와 메탈 쪽 밴드들이 중심이 되어 있지만, 향후에도 이에 천착하지 않고 멜로코어, 스크리모, 이모코어 등 다양한 장르의 밴드와 그들의 음반을 소개할 예정이다.”

-많은 인디 레이블들이 경영상의 어려움을 호소하는데 GMC는 어떤가.

“앨범이 많이 팔리고 안 팔리고를 떠나서, 다양한 음악을 꾸준히 소개하는 것이야말로 GMC 레이블이 나아가야 할 길이라고 생각한다. 그 때문에 우리는 한 앨범에 억지로 많은 돈을 투자하기보다는 더 많은 밴드들이 앨범을 발매할 수 있는 ‘기회’를 최대한 마련해 주려고 한다. 그래서 밴드들 중에는 앨범 제작과 관련된 비용을 자신이 부담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대신 GMC는 이렇게 발매된 앨범의 전국적인 유통, 온라인 이벤트나 공연 등을 통한 프로모션 활동으로 이들을 지원해주는 식으로 제작과정에서 최대한 손실이 안 나오게 하도록 노력한다. 적더라도 수익이 발생할 수 있는 제작 구조를 만들고, 이 수익을 다시 새로운 음반 제작에 반영하는 식으로 지속적인 운영을 하려 한다.”

-하드코어라는 장르 특성화된 레이블로서 GMC의 성과와 한계는.

“우리의 음악은 대체적으로 처음에는 접근하기 좀 어려운 음악이라고 생각한다. 그 때문에 GMC 레이블과 하드코어 음악을 PR할 수 있는 시장이나 범위가 다소 협소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음악은 지금 10명 중 1명만이 듣는 음악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에 크게 개의치 않는다. 처음부터 시끄러운 음악이라는 것을 알면서 시작했고(웃음) 이 ‘1’에서 최대한의 파이를 얻으면 되는 것 아닌가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장르적 색깔이 강한 만큼 레이블 내의 단결력이나 하드코어 팬들과의 유대도 강하다. 남들이 들으면 꿈이라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나는 지금 우리의 음악을 듣는 1명이 언젠가 9명으로 늘어날 날이 올 것으로 믿고 있다.”

-현재 한국 대중음악에 대한 생각을 듣고 싶다.

바세린

바세린

“장르 안 따지고 잘하는 뮤지션이 있으면 공평하게 올라가서 모두 소개를 받고 인기를 누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으면 좋겠다. 지금과 같이 댄스, 발라드 하는 가수들에 맞춰져 꾸며져 있는 무대와 버라이어티 일색인 TV 쇼에 GMC 소속 아티스트들 같은 하드코어 뮤지션들이 함께 오르는 건 사실 굉장히 부자연스럽다. 바세린이 <우리 결혼했어요>에 나갈 수도 없지 않나. 주류와 비주류, 대중음악과 인디음악을 가르는 기준이 과연 무엇인지 되묻고 싶다. 처음 홍대에 인디음악이 시작되었을 때에는 인디와 주류의 구분이 좀 있었는데, 요새는 그런 것도 없는 것 같다. 넬이 이효리보다 앨범을 더 많이 팔았다고 들었다. 하지만 누구도 넬이 이효리보다 대중적인 가수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사실상 버라이어티쇼에 나가고 안 나가는 것으로 인디와 주류를 구분짓는 현실은 좀 우습다. 모든 것이 몇몇 기획사에 의해 방송을 타면서 뻔히 보이는 플레이를 하고 있는 것인데, 이로 인해 다양한 음악이 소개받을 기회가 없어지는 것 같아 아쉽다.”

-GMC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것은.

“향후 GMC가 더욱 다양한 음악 장르에 걸쳐 전문적이고 신뢰감 있는 레이블로 포지셔닝되었으면 한다. 또 레이블 사람들끼리 가족애를 계속 유지하면서 갈 수 있는 레이블로서 GMC를 유지하고픈 마음도 있다.”

GMC레코드 국내 아티스트

바세린(Vassline)

[한국의 인디레이블](28) GMC 레코드 - 우린 하드코어로 간다

Bloodthirsty(2000)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막대한 호응을 얻은 바세린의 첫 발매작.

The Portrait Of Your Funeral(2002) 첫 번째 풀렝스(Full-Length) 앨범으로 국제적인 수준의 음악적 완성도로 호평을 받았다.

Blood Of Immortality(2004)

Permanence(2007)

긱스(The Geeks)

The Chosen Way Crew(2000) 첫 GMC 해외 투어였던 2000년 일본 투어 전후로 만들어진 그들의 데모.

긱스(The Geeks) & 인 마이 페인(In My Pain)

Together As One - Far East Hardcore Split(2000) 나고야의 인마이페인과 서울의 긱스의 스플릿 앨범.

크로스 카운터(Cross Counter)

Strength For A Reason(2000)

삼청

[한국의 인디레이블](28) GMC 레코드 - 우린 하드코어로 간다

Vengeance Is Mine(2001)

Way Of Men(2005) 정통 메틸 사운드에 가까운 변화와 함께 한국적인 가치를 담아내며 호평을 받음.

언루트(Unroot)

Truth(2003) 외국인 밴드 언루트의 데뷔 음반으로 유명 기획사들의 요구를 뿌리치고 GMC와 계약을 맺어 화제가 된 바 있다.

넉다운(Knockdown)

Hardboiled (2004)

Violence For Violence(2007)

49 몰핀스(49 Morphines)

Most Important Value(2004) 한국을 대표하는 스크리모 밴드 49몰핀스의 첫 번째 작품으로 현재 바세린 이후 가장 각광받는 아티스트로 평가받고 있다.

삼청 & 13 스텝스(13 Steps)

United We Stand(2004)

캡틴 붓보이스(Captain Bootbois)

All For One(2005) 국내 최초로 ‘스킨헤드’ 스타일을 표방한 앨범.

삼청 & 캡틴 붓보이스(Captain Bootbois)

백절불굴(2007) 삼청교육대와 캡틴 붓 보이즈의 남성미 넘치는 스플릿 앨범으로 한국의 대표적인 스킨헤드 밴드들의 공동 앨범.

나인씬(Ninesin)

Deathblow(2007) 바세린 이후 새롭게 등장한 뉴 스쿨 하드코어(New Skool Hardcore) 밴드.

마제(Maze)

[한국의 인디레이블](28) GMC 레코드 - 우린 하드코어로 간다

Struggle 4 Yourself(2008) 삼청의 계보를 이으며 정통 크러스트 코어 음악을 구사하는 마제의 앨범.

에이팝(The Apop)

She Is Gone But Her Ghost Still Haunts Me(2008) GMC의 음악 중 가장 대중적인 멜로디와 훅을 갖춘 팀.

파이어스톰(Firestorm)

Amigos Para Siempre(2008) 힙합과 메탈 음악을 조화시키며 GMC 음악의 또 다른 방향성을 모색한 음반.

슬랭(Slang)

The Immortal Sin(2008) 일본의 대표적 하드코어 밴드인 슬랭의 첫 라이선스 음반.

티어 더 새도우(Tear The Shadow)

[한국의 인디레이블](28) GMC 레코드 - 우린 하드코어로 간다

Revive Through The Broken Heart(2008) 한국형 메탈코어를 표방하며 드라마틱한 대곡 지향의 음악을 선보인 음반.

비셔스 글레어(Vicious Glare)

Commencement(2008)

스위트 게릴라즈(Sweet Guerillaz)

Follow The Rainbow(2008)

V.A.

One Family (2000) 전세계 하드코어 밴드들로부터 받은 곡들로 만든 컴필레이션 앨범으로 GMC 최초의 레코딩 음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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