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군용공항 갈등 2제…민간공항 유치, 군용공항 거부

2009.12.02 18:03 입력 2009.12.02 19:51 수정

인간의 날고 싶은 욕구를 실현시킨 항공기를 이용할 수 있는 공항이 곳곳에서 민원 대상으로 전락했다. 민간공항의 경우 지역 발전을 명분으로 지역 대결 양상을 보이고 있다. 호남지역에선 광주공항의 국제선 신설을 둘러싸고 이를 찬성하는 광주지역과 무안공항 육성을 이유로 반대하는 전라남도 지역 사이에 찬반 논쟁이 한창이다. 영남에선 동남권 신공항 부지를 어디로 결정할지를 놓고 부산과 나머지 지역이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군사공항의 경우 지역발전을 이유로 대구·광주 등에서 기지 이전을 요구하는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민간공항은 “우리 쪽으로”
공항 때문에 영남은 남북으로, 호남은 동서로 갈렸다. 영호남 주민들은 2일 “공항 문제 해결 방향이 내년 지방선거를 좌우할 것이라는 정서가 강하다”고 말하고 있다.

영남지역의 경우 이달로 예정된 동남권 신공항의 입지용역 결과 발표를 앞두고 부산은 가덕도를 최적지로 내세우는 반면 대구·경북·경남은 밀양이 가장 적합하다며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특히 국토해양부가 지난 9월 완료키로 한 ‘신공항 개발의 타당성 및 입지조사 연구’ 용역이 3개월 연장되면서 갈등의 골은 깊어지고 있다. 민관이 똘똘 뭉쳐 성명서를 발표하고 토론회, 결의대회를 개최하는 등 총력전을 펼치는 양상이다.

대구·경북의 재계·학계 인사로 구성된 ‘동남권 신공항 대구경북추진위’는 지난 10월 말 서울에서 토론회를 열면서 ‘밀양 적지론’을 확산시켰다. 추진위는 접근성을 내세워 밀양이 최적지임을 설명하며 지역 출신 국회의원 등에게 협조를 요청했다. 이에 부산상공회의소는 “동남권 신공항이 특정 지역의 세몰이로 변질되고 있다”고 반박성명을 발표했다.

반박성명이 나오자 대구와 경남·북 상의 대표들은 다시 지난달 4일 밀양시청에서 ‘밀양’을 지지하는 공동결의문을 채택했다. 이에 질세라 부산시는 항공전문가 등을 초청해 토론회를 열고 ‘가덕도 적지론’을 지원했다.

호남에선 광주공항 국제선 재취항 문제를 놓고 광주는 ‘지역상생 발전’을, 전남은 ‘무안공항 죽이기’이라는 시각차로 맞붙어 갈등을 빚고 있다.

광주지역 관광업계가 최근 ‘광주공항 국제선 유치위원회’를 만들어 활동에 들어간 것이 불씨가 됐다. 유치위는 “2007년 광주공항 국제선의 무안공항 이전으로 광주가 이름 없는 도시가 됐다”며 국제선 되살리기 운동에 나섰다.

반면 전남경제인회·목포상의·무안군번영회 등은 “광주공항 국제선 부활은 곧바로 무안공항 폐쇄로 이어질 것”이라며 “자동차로 30분 거리인 무안공항을 놔두고 국제선을 유치하려는 것을 수긍하기 어렵다”고 맞섰다.

전남도는 “정부는 약속대로 광주공항의 국내선을 무안공항으로 이른 시일내에 이전해 달라”고 가세했다. 이에 박광태 광주시장이 “광주공항 국제선 유치는 당연한 일”이라며 “상하이와 베이징 노선 취항을 요청할 것”이라고 맞받으면서 세대결과 기싸움은 더욱 커지는 양상이다.

<권기정·배명재·박태우기자 kwon@kyunghyang.com>

군용공항은 “다른 곳으로”
군 공항 인근 주민들의 불만이 폭발 직전이다.

그동안 주민들이 펴온 ‘군 공항 이전운동’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군 시설물’이 추가로 들어서고 있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격’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국방부는 광주 공군1전투비행장(595만㎡) 인근 광산구 도호동 일대 200만㎡를 사들여 2013년까지 탄약고를 설치키로 했다. 서구 마륵동에 자리한 탄약고를 공군비행장 옆으로 옮겨 군 작전 효율성을 높여보겠다는 의도다.

주민들은 이제 ‘전투기 소음’에다 ‘폭탄’까지 안고 살게 됐다며 한숨을 쉬고 있다.

이 비행장은 ‘광주 소음공해’의 주범으로 꼽혀 법원이 216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까지 내려진 상태다.

국방부는 그동안 ‘전남 무안’을 이전 대상지로 선정하고 이전을 추진하고 있으나 예산 확보 등의 문제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전갑길 광산구청장은 “광주 도시발전을 가로막는 장애물인 공군비행장에 또 하나의 거대한 시설을 짓는다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라면서 “40여년간 소음 피해와 재산권 침해를 입어온 주민들의 처지를 묵살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대구도 군공항 문제로 홍역을 앓고있다. 대구 공군11전투비행단의 경우 최근 부대(K2기지) 안에 사병식당과 숙소, 작업장 등 지상 1~2층 8개 건물(전체 면적 4612㎡)을 짓고 있다. 국방부가 ‘부대 이전 타당성 조사 용역비’를 내년 정부 예산에 반영, 본격 이전을 추진하고 있는 시점에서 공사를 시작했다.

공군 측은 “사병식당 등 시설물이 낡고 좁아 새로 지어야 한다”는 논리를 대고 있다.

그러나 이번 공사는 관할 지자체인 대구 동구가 공군이 요구한 ‘건축 협의’에 대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입장을 통보했음에도 그대로 강행됐다.

대구 지역은 그동안 시의회, 구의회, 시민단체 등이 ‘K2이전 대구시민추진단’을 만들어 100만명 서명운동을 펼치고 있고, 26만명이 집단소송을 내 공군 비행장 이전을 촉구하고 있다.

대구시민추진단 관계자는 “부대 이전 사업이 시작되는 상황에서 군사시설물을 대거 올리는 것은 시민 정서를 무시하는 처사”라면서 “공사를 중단하지 않으면 거대한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고 밝혔다.

<배명재·박태우기자 ninapl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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