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시봉, <나는 가수다> 그리고 K팝이 지배한 2011년 음악계이지만 그래도 올해의 가수가 아이유라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아이유의 노래 ‘좋은 날’은 지난해 말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음원 다운로드와 판매 그리고 대중적 화제 등 모든 부문을 독점했다. 젊은 세대의 아이콘으로 부상했고, 특히 군인들의 인기를 독차지해 “아이유를 비판하면 60만 대군이 쳐들어온다!”는 말도 나왔다.
피겨 김연아, 연기자 문근영이 부럽지 않은 ‘국민여동생’이다. 그가 딱 1년이 지난 지금 막 2집 신보를 발표했다.
팬들은 물론 대중음악 관계자들의 관심도 몰린 것은 당연하다. 이번 앨범의 호응이 어느 정도일지를 아직 가늠할 수는 없지만 아이유의 존재감은 흔들림이 없을 것 같다.
신보의 특징은 아이유가 좋아해온 윤상, 김광진, 이적, 김현철, 정석원, 윤종신 등 중견 싱어송라이터들이 써준 곡을 망라했다는 점이다. 그 안에는 유행을 거슬러 제대로 음악을 해보겠다는 의지가 깔려 있다. 여기에서 유행이란 말할 것도 없이 후크송으로 집약되는 아이돌 음악이다. 오늘날 인기가수는 가창력보다는 춤과 비주얼 그리고 말솜씨와 재치 등을 내세운 이른바 ‘예능인’이다. 예술성은 갈수록 뒤로 밀리고 있다.
아이유는 예술이 홀대되고 예능이 판치는 음악판의 대세를 역행해 진정한 아티스트가 되기를 꿈꾼다. 그런 자세와 가능성을 인정하지 않았다면 기라성 같은 선배들이 그에게 곡을 제공할 리 없었을 것이다. 예능 아닌 예술의 마인드를 보았다고 할까.
사실 아이유는 아이돌 가수들의 가창력이 문제시되어 4초가수니 5초가수니 하는 비판이 고조되고 있던 시점에 3단 고음의 노래를 들고 나와 혜성처럼 떠올랐다.
글로벌을 지향하는 K팝은 기본적으로 아이돌 댄스가 중심이다. 그 가수들은 예술 아닌 예능감을 갖추기에 바쁘다. K팝에 드리워진 일말의 불안감은 지나치게 한쪽으로, 예능으로 경도되어 있다는 인상과 관련이 있다.
자꾸 예술을 들먹이는 것은 예능 홀대나 예술만능의 사고가 아니라 단지 다양성에 대한 주문이다. 예능적인 음악이 있다면 예술적인 음악도 동거·동행해야 하지 않겠는가.
지금의 K팝은 감각과 춤동작이 우선하는 아이돌 댄스가 이끌면서 구미시장으로의 진격을 외치고 있다. 박수 받을 만한 긍지의 약진이지만 그런 아이돌 음악만이 전부라는 사실에 흡족해할 사람은 없다. 열풍의 한편에서 똬리를 트는 해외의 혐한류는 “대한민국의 음악은 아이돌 댄스밖에 없나” 하는 현지인들의 의구심을 바탕으로 한다.
춤과 비주얼의 음악 한편으로 성격이 다른, 밀도 있는 예술적인 음악이 같이 가야 하는데 우리는 아쉽게도 ‘곁’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지금은 적대적인 상황보다는 보완적인 흐름이 시급한 시점이다. 2011년 대중음악은 이런 점에서 돋보였다. <나가수>가 한 해 내내 대중의 눈과 귀를 사로잡은 이유는 가창력과 예술성에 대한 갈증 때문이었던 것은 분명하다.
우리 음악시장의 내용물이 풍부하지 않은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젊은 음악 수요자들 중심으로 부상하는 인디 음악도 결국은 내수시장의 다양성과 건강을 향한 움직임이다.
음악시장에는 소녀시대, 카라, 슈퍼주니어도 있어야 하지만 아이유도 있어야 하는 것이다. 또 젊은 음악 속에서 노장의 것도 숨을 쉬고, 주류가 있다면 비주류도 힘을 써야 한다. K팝이 지속적으로 바깥에서 선도(鮮度)를 유지하려면 무엇보다 질리지 않을 다채로운 메뉴들을 가지고 있는 것이 필요하다.
예능의 감각 외에 예술의 감동도 구비해야 한다. 정책과 정강은 ‘선택과 집중’이 캐치프레이즈일지 몰라도 음악 분야는 ‘동반과 호혜’가 미덕이다.